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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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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400955
ISBN
9791186979693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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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18-12-19
페이지, 크기, 무게 320쪽, 148 * 210 mm, 416g
책소개

에이븐 그린이 세상을 만나는 경쾌하고도 묵직한 울림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은 에이븐 그린이 새로운 환경과 학교에 적응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이다. 에이븐은 ‘무엇이든 할 수는 없지만, 못하는 일도 없는’, ‘빨강머리에 지나치게 하얀 피부를 가진 밝고 활달한 여자아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에이븐은 두 팔이 없는 채로 태어난 입양아로, 날 때부터 없는 팔 때문에 끊임없이 낯선 시선을 견뎌야 하고, 두 팔 대신 다리와 발을 써서 하는 행동에 지적을 당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점심시간에 발로 밥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 화장실에서 밥을 먹거나 아예 점심을 굶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븐은 두 팔이 없는 것에 대해 ‘악어에게 물렸다’거나 ‘화재 때 타 버렸다고’ 농담을 툭툭 던지며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대한다. 쇠락해서 관람객이 찾지 않는 놀이공원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겨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몇백 년을 살아가는 선인장에 비해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에이븐은 자신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기 안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게 된다.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식은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 연민에 빠져 가엾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무엇이든 할 수는 없지만, 못하는 일도 없는’ 것, ‘차이’로 다룬다. 작가는 에이븐과 투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 코너, 고도 비만이 고민인 자이언과의 관계를 통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웃음과 감동이라는 요소를 해 재미있고 따뜻하게 소설 속에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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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 : 더스티 볼링 (Dusti Bowling)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자랐다. 가족들 말이, 늘 책에 코를 박고 살았다고 한다. 더스티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지만 불현듯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은 미국 애리조나 케어프리에서 남편과 세 딸, 보브캣 한 마리, 코요테 한 무리, 척왈라 도마뱀 두 마리, 방울뱀 몇 마리, 작은 멧돼지처럼 생긴 흰목페커리와 어울려 산다. 쓴 책으로 『아무 곳에서 스물네 시간』이 있다.

역 : 홍지연
한겨레 어린이 청소년책 번역가 그룹에서 공부했다. 아이와 함께 나누고픈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슈퍼스타 액션 스턴트보이』,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 도둑』, 『정답을 알려 줘!』, 『아메리카 건설』(함께 옮김), 『허당 영웅 막시무스의일기』, 『50 대 50』, 『욕쟁이와 멍텅구리』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더스티 볼링
번역홍지연
출판사 서평

경쾌하게 진지한, 무덤덤하게 견디며 풀어 가는 생의 무게

사와로 선인장. 원주형의 선인장 중 가장 큰 선인장이자, 수명이 긴 편이라 150년 이상 살아간다. 보통 75-100살에 팔이 자라기 시작하지만, 어떤 것은 죽을 때까지 팔이 자라지 않는 것도 있다.

아빠가 그러는데 사와로 선인장은 200년도 넘게 산다고 했다. 나는 딱딱한 흙바닥에 앉아 이 사와로 선인장이 살면서 겪은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60년 전 스테이지 코치 패스가 지어질 때 여기에 있었고, 100년 전 애리조나가 주로 될 때도 여기에 있었다. 미국 남북 전쟁이 한창 격렬할 때도, 마침내 여성이 투표할 권리를 획득했을 때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할 때도 여기에 있었다. 이 선인장의 일생 동안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태어난 날에도 여기에 서 있었고 아마 내가 죽는 날에도 그럴 것이다. - 55쪽

선인장의 긴 생애에 겪게 되는 일은 얼마나 많을까? 또 어떤 만남을 할까? 긴 인생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은 생각보다 짧다. 사와로 선인장은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딘다.

나는 이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하늘은 점차 어두워졌지만, 애리조나 중부에 있는 피닉스와 스코츠데일 같은 도시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땅은 밝아졌다. 수백만 명이 켠 수백만 개의 불빛이었다. 그리고 불쌍한 늙은 나귀와 지친 낙타가 주위를 빙빙 도는 거대한 언덕 위 흙바닥에 혼자 앉아 있는 내가 있었다. -56쪽

에이븐은 양쪽 팔이 없다는 장애를 빼고는 평범한 소녀로, 입양아다. 사실 그녀의 장애는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장애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없었던 자신의 팔에 대해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터뜨릴 줄 안다. 어쩌면 심각하고 무거워질 생의 무게를 놀라울 정도로 경쾌하게 넘겨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경쾌함 속에서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때로는 ‘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존재’처럼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자라면서 나는 팔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할 수 있었다. 시리얼 먹기, 양치하고 머리 빗기, 옷 입기, 심지어 똥을 누고 닦는 일까지 말이다. (중략) 물론 내가 이런 일들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어떤 일은 훨씬 더 오래 걸리고. 가끔은 갈고리나 끈 같은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잔뜩 열이 받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속이 삐져나올 정도로 베개를 마구 차고 싶을 때도 있다. 바지 단추를 채우는 데 20분이나 걸렸으니까, 뭐. 그래도 나는 바지 단추를 채울 수 있다. - 7쪽

에이븐의 부모 역시 딸이 장애가 있다고 해서 유난을 떨지도, 과잉보호를 하지도 않는다. 에이븐으로 하여금 팔이 없다는 현실, 입양했다는 것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도록 ‘사실’을 알려 준다. 그리고 에이븐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건 에이븐의 친구인 코너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코너는 ‘투레트 증후군’,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경련 현상인 틱을 유발하는 신경 질환을 겪는 친구다. 에이븐의 엄마는 음식을 먹다가 뱉어 버린다는 말을 듣고 ‘비옷을 입고 저녁을 먹자’고 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

이 일을 다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부모님이 항상 나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독려해 준 덕분인 듯싶다. 음,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도록 만든 쪽에 더 가깝긴 하다. 부모님이 뭐든 대신해 줬다면 나는 부모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을 거다. 하지만 부모님은 대신해 주지 않았고, 나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 나는 열네 살이고, 어떤 일이든 별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정말이다. -7쪽

에이븐은 축구부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고 활달한 아이지만, 에이븐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때론 연민으로 때론 궁금증으로 그녀에게 다가오거나 뒤에서 그녀의 장애와 관련된 온갖 추측으로 수군거린다. 이런 이웃들의 태도 또한 에이븐에게 결코 새롭지는 않다.

무섭도록 동정하는 시선도 있어요. ‘어머나, 팔 없는 불쌍한 것’이라는 시선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안됐다는 듯 슬프게 웃어 보인답니다. 그런 시선은 굶주리고,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아한테나 쓰시지요. 팔이 없다고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73쪽

조용했던 에이븐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 건 아빠가 새 직장 때문에 애리조나로 이사하게 되면서부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또다시 겪을 생각하니 에이븐은 이사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무리 씩씩한 에이븐일지라도 전에 다니던 학교처럼 장애가 있는 자신을 축구부에서 받아 줄지 새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새 학교, 새 감독님 아래에서 새 팀의 일원이 되려고 하다니. 모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겠지. 하지만 살다 보면 힘든 일이 많게 마련이다.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포기해 버린다면 내가 아니겠지? 내가 누구인지 말해 주지. 바로 여왕님이라고. -73쪽

새 학교 식당에서 발로 점심을 먹는 에이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코너는 투레트 증후군을 가진 남학생이다. 코너는 간호사인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어 거의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지낸다. 이를 알게 된 에이븐의 부모는 에이븐과 함께 코너를 투레트 증후군 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에이븐은 코너와 과체중이 고민인 자이온이라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어느 날 세 친구들은 에이븐 아빠의 새로운 직장이자 새로운 집이기도 한 놀이공원 스테이지 코치 패스에서 비밀스럽게 잠겨 있는 방을 발견한다.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놀이공원은 오래되어서 금세라도 무너질 듯 보이는 이곳에서 에이븐은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을 발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놀이공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장애를 하나씩 갖고 있는 세 아이들은 비밀에 접근할수록 자신들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조금씩 비밀의 열쇠에 다가가게 된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에 상관없이 각자가 지닌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다. 두 팔이 없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낯선 시선을 견뎌야 하고, 두 팔 대신 다리와 발을 써야 하는 까닭에 눈총을 받아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에이븐을 보면서 각자의상처를 바라보고 극복해 나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에이븐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자기 안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게 된 것처럼.

“더는 내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았다.
달빛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내 안에 있는 불빛 때문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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