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탄생 (서귤)------------------08
가장 가까운 미래를 위한 책 (예소연)---60
거절들 (임소라)---------------------86
책 속엔 모든 게 (원도)--------------114
거실의 파라오 (양다솔)--------------142
저자소개
저자 : 서귤
독립출판으로 그림책을 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판타스틱 우울백서》, 《애욕의 한국소설》 등의 만화를 그리다가 2021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소설로 영역을 확장했다. 장편소설 《디 아이돌》,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 《급발진》을 발표했다.
저자 : 양다솔
이후북스에서 독립출판물을 팔았다가 여태 작가로 살고 있다. 줄곧 수필만 쓰던 사람인데 어쩌다 첫 소설을 여기서 쓰게 됐다. 하늘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고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대표작으로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 있으며 이후 마음이 몹시 가난해졌다.
저자 : 예소연
소설을 쓸 때 이따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 순간의 기쁨을 위해 괴로운 시간을 버텨내며 쓴다. 소설집 《사랑과 결함》, 《너의 나쁜 무리》, 장편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등을 썼다.
저자 : 원도
전직 경찰관이자 현직 작가. 에세이 《경찰관속으로》, 《아무튼, 언니》, 《눈물 대신 라면》과 칼럼집 《있었던 존재들》, 장편소설 《죽지 마, 소슬지》 등을 펴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늘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글을 쓴다.
저자 : 임소라
서울의 1인 출판 스튜디오 하우위아(howweare.kr) 발행인.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휴게소감》, 《집에 다 와서야 떠오르는 대답》 등을 쓰고 만들었다.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때가 되었다고.
유시진과 권교정을 보여줄 때가.
현학적인 주제를 쿨한 연출로 담아내는 철학자 유시진과 자기만의 견고한 세계를 다스리는 전제군주 권교정은 김고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였다.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울어버릴 것이다. 김고니는 경건한 마음으로 두 작가의 정수를 고르고 또 골랐다.--44쪽
그래봤자 어린 시절의 강렬한 경험이 남긴 각인에서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혹은 때문에, 혹은 탓에, 정성실은 어떤 작품에는 홀린 듯이 빠져들었고 어떤 작품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떤 작품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47~48쪽
“다른 재밌는 만화도 많았는데 왜?”
대답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한 이 영리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림도 내용도 형편없는데 이딴 것도 책으로 나오는구나 싶어서 참고하려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었달까…, 하는 뒷말은 김고니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54쪽
그는 정말로 만화를 사랑했고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딴 그림과 이딴 이야기밖에는 만들 수가 없었다. 쏟은 만큼 돌아오지 않은 사랑은 독이었다. 그래서 만화를 미워하기로 했다. 무시하기로 했다. 없는 셈 치기로 했다.--55쪽
사실은 미련이 남아서, 사실은 아직도 사랑해서, 사실은 여전히 하고 싶어서, 스스로의 형편없음을 직면하는 게 무서워 한 달을 가도 일 년을 가도 그림 한 장 스토리 한 줄 안 만드는 주제에 인정 욕구에 목이 말라서, 평론가도 작가도 편집자도 아닌 일개 고등학생에게 형편없는 작품을 들이대고 기대를 품었다가 부정당했다. 그게 다였다.--55~56쪽
예견된 일을 알아차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다음 할 일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70쪽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말을 지금 이 순간에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래 담아둔 말은 마음을 정처 없이 떠돌며 자국을 남긴다. 우정은 누군가에게 그 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랜 시간 가져왔다.--75~76쪽
“갑자기 순식간에 무언가를 깨우칠 때가 있어. 유독 많은 걸 알게 되는 존재도 있고. 그런데 그 순간이 빨리 오거나 더 많은 걸 알게 된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야.”--78쪽
“사랑하면서도 늘 더 나은 무언가를 취하거나 덜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여. 슈슈의 의중은 전혀 모르는 채로도 말이야.”--80쪽
우리는 가로놓인 존재로 함께였지만 주어진 시간이 달랐을 뿐이다.--84쪽
미아는 “글쎄요…. 어떤 일은 해야만 할 때…, 안 할 수가 없을 때 딱 와주는 것 같아요. 마치 저를 기다린 것처럼.”이라고 답했다. 백희는 그 대답을 할 때의 미아가 꼭 그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97쪽
“책 속엔 모든 게 다 들어 있죠. 그래서 저는 책방이 모든 걸 파는 곳이라고 생각해요.”--125쪽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수창은 자신이 제3세계에 잠깐 다녀온 것마냥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130~131쪽
세상에는 좋은 에어컨과 나쁜 에어컨이 있다는 것을. 좋은 에어컨들은 금방 자취를 감췄고 나쁜 에어컨들에게선 묘한 표정이 보였다. 이젠 지쳤고 됐다는 듯한 표정.--148쪽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에어컨의 옆구리를 어루만졌다. 마치 하얗고 높고 미끄러운 성이 거실 가운데 솟아난 듯했다. 순식간에 작고 어두운 거실의 질서가 거대한 에어컨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것은 연주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을 딱 그만큼 대단해 보였다.--148~149쪽
사장님, 여기부터 저기까지 주세요. 몇 년 전부터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소설집이나 시집 같은 것들을 마구 담고 그냥 괜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책까지 한아름 안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얻은 기분이겠지, 연주는 생각했다.--153~154쪽
순간 어떤 바람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셋이 있는 거실을 휘감는 듯했다. 만만은 만족스러운 듯 반짝이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의 황갈색 털이 위엄 있게 빛났다.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푸하하 웃어버렸다. 생명, 건강, 번영. 자신이 방금 고대 이집트의 왕에게 받을 수 있는 가장 성대한 축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164~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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