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미세먼지 농도 높음
사라세니아
꽃
구더기
피아노
풋마늘 장아찌
발문_그녀가 매번 돌아온 곳은 소설이었다(오미향 소설가)
저자소개
저자 : 양수진
2015년 제1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애인 소설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식충식물의 포충낭 속 소화액처럼 나를 녹여 집어삼키려 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삶의 곳곳에 도사리는 폭력이,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그 시간의 영역으로 촘촘히 밀고 들어왔던 일상의 일들이, 숱한 퇴고에도 실패를 반복했던 소설 쓰기의 과정들이 그랬다.
그것들에 먹혀 들어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게 했던 힘은 어디서 왔을까? 쓰레기 더미를 뚫고도 기어이 돋아나는 어린 풀포기 같은 것…….
나를, 우주를 떠받드는 생명의 기운이 그것이었다.
그동안 써 온 글들을 소설집으로 엮으며 동인인 미윤, 정민 작가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꼈다. 꼼꼼히 합평을 해 준 그들이 그 어느 때보다 고마웠던 이유는, 때론 밀쳐내기도 했던 그들의 말이 글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묵묵히 지지해 주었던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내 글의 가장 깊은 곳,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까지 포착하여 읽어주었던 오미향 작가에게도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책 속에서
늘 그 빛 너머의 세계에 가 닿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그 빛을 향해 달려가면 그 빛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내 주위엔 온통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딱 그 거리만큼 떨어져 환히 빛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더 이상 빛을 쫓지 않았다.
---「사라세니아」 중에서
문득, 사라세니아 잎 주머니에 떨어져 바둥거리다가 그 안으로 더 깊숙이 빠져 들던 나비가 떠올랐다.
---「사라세니아」 중에서
그렇게 아버지와 몸싸움을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삼십오 년간 나를 감싸고 있던 갑옷이 빠르게 벗겨졌다.
---「구더기」 중에서
그녀는 비로소 노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기운이 그녀의 마음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노인으로 인해 뒤숭숭했던 마음도 착 가라앉았다.
---「풋마늘 장아찌」 중에서
그녀는 소쿠리를 받쳐 풋마늘 장아찌를 건져낸 후 물 한 그릇에 간장과 설탕을 넣어 끓였다. 장물이 식자 시큼한 장아찌를 항아리에 넣고 장물을 부었다. 묽은 장물에 장아찌가 간당간당 담겼다. 장아찌가 그제야 숨을 쉬는 듯했다.
---「풋마늘 장아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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