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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장을 찍고 한 장을 보았다 : 사진은 덜어낼수록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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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404409
ISBN
9788969891488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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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10-10
페이지, 크기, 무게 224쪽, 180*230mm, 426g
목차
프롤로그 _겸손과 오만 사이

_PART Ⅰ 시선이 머무는 자리
/사진가의 눈, 프레임, 셔터와 선택에 관한 글

_PART Ⅱ 프레임 너머의 사유
/사진을 통해 시간·존재·불완전함을 바라보는 글52

_PART Ⅲ 빛과 계절의 리듬
/새벽·비·눈·안개와 자연의 변화를 담다

_PART IV길 위에서 만난 풍경
/제주 바다 마을 여행지에서 만난 삶과 장소의 기록

_PART V삶은 마음의 초점
/나눔 바움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기록

_PART VI_셔터보다 늦게 온 생각
/예술의 경계와 사물의 경계를 넘나들다

에필로그-아직 셔터를 내려놓을 때는 아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종범
김종범사진문화관 대표
(주)이미지코리아 소속작가
SBS, TJB 화첩기행 등 다수 방송 출연작 작가
2022 7, 28, 25 미국 뉴저지 리버사이드갤러리
와 뉴욕 가나아트센터에서 Red fish 라는 주제로
순회 개인전 개최
한국인 사진작가 최초로 미국 코비스(Corbis)사에 소속되었다.
출판사 서평
『100만 장을 찍고 한 장을 보았다』는 사진가 김종범이 오랜 시간 셔터를 누르며 길어 올린 사진과 삶에 대한 사유의 기록이다. 그에게 사진은 세상을 담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 앞에서 멈출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그는 채우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서두르는 것보다 오래 바라보는 것이 더 깊은 사진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벽의 빛과 안개, 눈과 바다, 여행길의 풍경과 일상의 작은 순간들은 그의 시선을 거쳐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래서 이 책은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바라보는 법을 들려주는 책에 가깝다.

100만 장을 찍고 난 뒤 비로소 한 장 앞에 오래 머무는 법을 알게 된 사진가. 그가 발견한 것은 어쩌면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한 장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사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흔히 하는 실수는, 너무 많은 것을 한 프레임에 담으려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넣다 보면 결국 어느 것 하나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사진은 채우는 예술이 아니라, 비우고 남기는 예술에 가깝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길 때, 그 안에서 비로소 이야기가 살아 있다. 절제는 단순함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사진가의 시선과 생각이 응축되는 과정이다.

많이 담기보다, 깊이 있게 담아내는 것. 그것이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첫걸음 아닐까?
-사진은 덜어낼수록 더 깊어진다」 중에서


나는 필름 카메라 시대와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경계선에서 사진 작업을 해왔다. 필름 시절, 셔터를 누르기 전에는 늘 신중했다. 한 컷 한 컷이 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한 이후, 셔터 소리는 훨씬 가벼워졌다. 기록의 양은 늘었지만, 그만큼 한 장의 무게는 줄어든 듯하다.

물론 필름과 디지털에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귀한 것은 신중히 다루고, 흔한 것은 가볍게 여긴다.
예술 또한 결국 마음의 표현이다. 마음이 신중할수록 표현은 깊어진다. 어쩌면 오토포커스(AF) 장비보다 수동 초점(MF) 렌즈로 직접 초점을 맞추는 디지털 카메라가 피사체에 더 깊이 다가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MF 렌즈를 사용하면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손끝의 미세한 감각, 눈의 집중, 그리고 호흡의 흐름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단순히 ‘맞추는 행위’가 아니라,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교감의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던 시절에는 한 장의 사진마다 마음이 더 깊이 스며들었던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랬다.

디지털의 시대가 된 지금, 셔터는 더 자주 눌리지만 - 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한 장의 마음’을 담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몰입하며 초점을 맞춘다. 결국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맞추는 일이다.
-셔터의 무게」 중에서


어제, 평소 전시장을 자주 찾아오시는 원로 목사님들을 만났다. 두 번째 교회를 세울 때도 그분들의 조언 덕분에 내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한때 뉴욕에서 선보였던 작품과 해외 전시를 준비하며 작업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바람의 손길이 모래 위에 남긴 추상적인 흔적을 이른 새벽의 빛과 옅은 푸른색으로 담아낸 사진들이었다. 물 위에 설치물을 띄워 촬영한 연작도 있었다. 그 작품들은 당시의 영상과 제작 과정을 함께 설명해야 비로소 맥락이 살아났다. 설명을 들은 관람객이 작품 앞으로 다시 돌아가 찬찬히 바라보는 일도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전시장의 작품을 탑정호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바꾸었다. 탑정호 작업은 이전 작품보다 누구나 한눈에 받아들이기 쉽고, 마음속에 오래 머무르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다른 공간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작품도 생겨났다.
원로 목사님들도 새롭게 시작한 탑정호 작업을 궁금해하셨다. 내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시던 목사님 한 분이 관람을 마칠 무렵 말씀하셨다.
“지난번 작품보다 이번 작품이 더 끌려요. 지난번 것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작품은 마음에 바로 들어오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좋은 작품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 글이 복잡한 문장으로 얽혀 있거나 내 강의가 낯선 용어로 가득하다면, 그것은 잘 쓴 글도 아니고 좋은 강의도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이름난 전시장에서 선보인 작품이라 해도, 아무리 오랜 경력과 깊은 경험이 담긴 작업이라 해도, 결국 작품의 가치는 그 앞에 선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그들의 이해와 시선, 그리고 마음의 움직임. 작품은 누군가의 눈길에 머물고 마음 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몇 해 전, 요트 위에서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가 나를 따라오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작품이 있었다. 가로 2미터 크기로 출력한 그 작품은 어느 날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른 공간으로 옮겨갔다. 작품을 소장한 분은 나란히 헤엄치는 두 고래를 바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고 했다.
한 사람의 삶과 감정에 작품이 닿아 오래 묻혀 있던 기억을 깨우는 순간이 있다. 작 품 속 이야기가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되는 순 간이다.
좋은 작품의 기준은 어쩌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얼마나 새롭고 화려한가가 아니 라, 얼마나 깊이 한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가. 작품 앞에 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돌 아보고 잊고 있던 마음 하나를 되찾게 한다면, 그것으로 그 작품은 이미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좋은 작품의 기준」 중에서


수년간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지내다 보니 여행을 준비하는 일도 어느새 몸에 밴 습관이 되었다. 짐은 출발 전날 후다닥 싸면 끝이다.

내일모레도 잠시 국외로 다녀올 예정이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가방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담았다. 카메라는 바디 하나와 표준 렌즈 하나면 충분하다. 예전에는 삼각대까지 바리바리 챙겨 다녔지만, 몇 해 전부터는 장비를 최대한 단출하게 꾸린다.

장비가 많다고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현장을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과 마주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사진은 장비가 아니라 바라보는 눈과 기다림이 만든다는 사실을 시간이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을 더 가져갈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가방이 가벼워질수록 발걸음은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비워질수록 풍경은 더 깊이 다가온다. 어쩌면 여행은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덜어내기 위해 떠나는 길인지도 모른다.
---「덜어내기 위해 떠나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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