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책방 친구들
- 사랑에 잘 빠지는 당신-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나의 아사코-피천득, 《인연》
- 창가의 정명-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 세계문학전집 같은 사람이란-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살아가는 일은 글이 되고-고은규, 《쓰는 여자, 작희》
- 제주를 읽는 마음-이민진, 《파친코》
- 작가의 꿈이 내장된 사람-한진희, 《선녀 세탁소》
- 책방 따라 이사 온 손님-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악양에 사는 친구의 친구-박경리, 《토지》
- 차마 믿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 좋은 책방 손님의 자질-여운, 《서점 일기》
2부?초대 손님들
- 무해하지만 무미하지 않은-음악가 김목인,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포스트잇 정도의 끈끈함을 제안합니다-시인 이현호,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 블로그 게시물이 일으킨 나비효과-북 디자이너 이창재, 《기억과 기록 사이》
- 주인공 없이도 좋은 소설이 있듯-소설가 김숨, 《잃어버린 사람》
- 새 식당 발굴은 언제나 필요하다-성악가 지나 오, 《오페라의 여인들》
-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화가 임종길, 《오늘 뭐했지?》
- 묵은 인연에서 피어난 싹-소설가 김중혁,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3부?책방 식구들
- 권선동에 딱 어울리는 인턴-마스다 미리, 《중년에 지친 밤에는》
- 책방의 사회적 안전망-이소영, 《화가의 친구들》
- 춤추는 책방 주인은 어떠한가-한강,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한심한 책방의 장수 비결-이소영 글·이유진 사진,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 책은 진로가 될 수 있나요?
저자소개
저자 : 이소영
수원에서 작은 책방을 합니다. 책을 골라 같이 읽을 궁리를 하며 십 년을 보냈습니다. 책방 열기 전에 두 권의 책을 썼고, 책방 하며 세 권 더, 그리고 한 권을 더 보탭니다. 별로 팔리지 않는 책을 쓰며, 거의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일입니다. 평생 한 번은 사람들을 웃게 할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여기까지가 저의 최선입니다만, 무럭무럭 늙어가며 그런 날을 꿈꿔봅니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화가의 친구들》,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등을 썼습니다.
출판사 서평
책으로 남은 얼굴들,
그곳에서 모두 잘 지내나요?
책을 고르고 함께 읽을 궁리를 하며 보낸 지난 10년, 저자가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 속에 남았다. 작은 책방까지 애써 찾아와 준 손님들, 북토크에 기꺼이 응해준 작가들,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동료 책방인들까지, 《폐업이 이렇게 어렵습니다》는 책방 세계의 자장 안에서 이어진 인연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며 다정하게 기록한 책이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살며, 책방의 노란 불빛을 등대 삼아 찾아오던 ‘정명’은 밑 빠진 책장이라도 있는 것처럼 책을 사고 또 사 갔다. 온통 ‘좋아요’뿐인 세상에서 남들이 다 좋다는 《창가의 토토》가 싫다고 고백하며, 마음을 터놓는 ‘싫어요’의 다정함을 알려주기도 했다.
책방 글쓰기 모임 ‘글요일’에서 ‘친구 따라 한번 와봤어요’ 같은 태도였던, 1980년대 풍경 속 참한 인상의 ‘주연’은 2024년 [시와 산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며 ‘글요일’이 배출한 최고의 아웃풋이 되었다.
북토크에 마른 미역을 들고 찾아온 손님, 장미 꽃다발과 사우디아라비아 과자를 안겨준 손님, 심지어 책방을 따라 연고 없는 수원으로 이사 온 손님도 있었다.
단골 손님 ‘롤라’의 스터디 모임 지인이었던 싱어송라이터 김목인. 무해하지만 밋밋하지 않은 식물성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그는, 그 우연한 인연을 핑계로 첫 북토크의 초대 손님이 돼주었다. 이후 마그앤그래의 최다 초대 인사가 되며, 세상이 3.5 다리만 건너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의 신비로움을 증명해 주었다.
힘겨운 순간, 그저 잠시 같은 직장에 다녔다는 허술한 ‘묵은 인연’으로 구원 투수가 되어준 소설가 김중혁. 코로나로 동력이 꺼져가던 책방에는 일회성 북토크에 왔던 손님이 책방 단골이 되는 기적이 찾아오기도 했다.
매일이 복사본처럼 반복되던 인적 드문 책방에 제 발로 찾아와 거미를 소탕하고, 어린이들을 불러 모아 원데이 클래스를 열던 책방 식구 ‘대원’도 잊을 수 없다. ‘마스다 미리’를 쏙 빼닮은 이 무급 인턴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한남동 정규직 직장으로 떠나기 전까지, 마그앤그래의 가장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폐업이 어려운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IT 잡지 기자, 서점 직원, 포털사이트 책 서비스 기획자를 거쳐 이제는 여섯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동네 책방 주인이 된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책방 주인이 되었는지 인생의 궤도를 가만히 되짚어본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처음 가본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읽고 엉뚱하게도 갈치를 알뜰하게 먹을 줄 아는 어른이 된 것처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수많은 책들은 작가의 삶을 형성한 씨실과 날실이 되었다.
책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위태롭다. 그러나 공간을 채웠던 많은 인연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는 끈끈하고 뭉클하다. 포스기 전원 켜기가 아까울 만큼 위태로운 매출 속에서도 책방지기는 과거의 자신처럼 낯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운명이 될 책을 집어 들 당신을 기다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으로 남는 얼굴이 되기를 바라면서.
책 속에서
책 ‘따위’ 읽지 않고도 모두가 무사한 이 세계에서 작은 책방의 언저리를 수년째 맴돌며 읽고 쓰는 사람들은 누가 말려도 이미 이 자장을 헤어날 수 없는 상태다. ‘읽고 쓸 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 아마 그 무리 중에 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글과 책을 벗어버리고 싶다. 읽고 쓸 때 살아 있음을 느끼긴 하는데, 살아 있음을 유지하려면 쌀과 돈이 필요해서. 물론 글이 일이 되고, 돈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글에 그런 것까지 기대하고 덤비지는 말아야겠다. 《쓰는 여자, 작희》 속에 답이 있다.
---「살아가는 일은 글이 되고」 중에서
마그앤그래가 아직 책방이 되기 전, 그러니까 간판은 달았으나 책을 팔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집에 있는 책들을 몇 권 골라 겨울 추천 책이랍시고 진열해 두었었다.
해리엣 지퍼트의 《안나의 빨간 외투》, 메리 바의 《내 동생 눈송이 아저씨》 같은 그림책이랑 눈 결정체에 대한 과학책들, 그리고 작은 동물들이 겨울을 나는 지혜를 시적인 언어로 풀어낸 《동물들의 겨울나기》가 있었다. ‘폐기 처분’하려고 내놓은 책 무더기에서 재혁은 베른트 하인리히의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골랐다. 절판이라 구하기 힘든 책이니 잘 골랐다 싶었다. 재혁이 그 책을 데려간 게 언제였나 가늠되지 않는다. 어느 날 재혁은 책을 사러 왔다가 휴대폰을 열어 자작시를 보여주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고, 그 책을 다 읽고 겨울을 보내며 이 시를 썼다고 했다. 재혁이 언젠가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때까지, 그 시를 읽은 영광은 나만의 것으로 남겨둔다. 이 작은 책방의 처음을 같이 했던 낡고 낡은 책 한 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삶을 사는 청년에게로 가서 한 편의 시가 된 이야기를 대체 누가 믿어줄까.
---「차마 믿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 중에서
책방이라는 공간에 서서, 자기의 인생을 책으로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다. 나도 읽은 책들이었지만, 만일 내 인생을 책으로 정리한다면 그 책들 대부분은 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그 자리에서 나는 ‘임종길’과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 그건 얼마나 신기하고 각별한 일인가.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중에서
김중혁 작가의 첫 방문은 2023년 7월이었다. 섭외를 위해 그해 3월에 이메일을 썼다. ‘김중혁 작가님, 수원의 작은 책방 마그앤그래입니다.’ 사무적인 제목과 달리 메일 본문은 ‘같은 직장에 다녔던 이소영’임을 밝히는 인정 호소형이었다. 소설가 김중혁이 김중혁 ‘팀장’이던 시절에 나는 그와 직장 동료였다.······이러저러한 의논 끝에 소설가로 사는 하루의 루틴과 이야기가 생겨나고 소설로 완성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기로 했고, ‘무엇이든 쓰게 되는 소설가의 하루’ 행사가 열리게 됐다. 김중혁 작가는 밸런스 게임, 3단어 글쓰기 같은 아기자기한 게임을 준비해 와서 웃음과 환호 속에 저마다의 문장과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역시!’ 하고 감탄이 나오는 진행이었고, 인기 있고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 깨달았다.
---「묵은 인연에서 피어난 싹」 중에서
책방계는 참 야릇하다. 동종업계에서 서로 밀고 끌고 의지하며 ‘아프니까 사장이다’ 토닥토닥해주는 것까지야 인지상정이겠지만, 경쟁 상대로 보고 은근히 견제할 법도 하다. 그런데 책방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먼저 시작한 책방들이 무슨 일이든 도와줄 자세로 다가와 진짜로 무슨 일이든 도와주었다.
---「책방의 사회적 안전망」 중에서
가게는 생물이다. 여기는 서울 성수동도, 경주 황리단길도, 수원 행궁동도 아닌 권선동 아파트 상가다. 십 년에 한 번만 오는 손님만 있으면 큰일 난다. 미래형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으로 위태롭다. 건강 체질로 태어나 무병백세하는 책방이면 좋으련만, 이 책방은 납작 엎드려서 풍파를 피하고 근근이 목숨 이어가는 쪽을 택해서 버텼다. 그래도 한 번쯤 오지 않는 이들에게 크게 소리치고 싶다. 거기서 모두 잘 지내나요?
---「모두 잘 지내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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