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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김초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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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8446
ISBN
9788960907003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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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11-01
페이지, 크기, 무게 216쪽, 128*185mm, 302g
목차
작가의 말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 선인장 끌어안기
- #cyborg_positive
-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 행성어 서점
- 소망 채집가
- 애절한 사랑 노래는 그만
- 포착되지 않는 풍경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 늪지의 소년
- 시몬을 떠나며
- 우리 집 코코
- 오염 구역
-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 가장자리 너머
저자소개
저자 : 김초엽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주에 직접 가고 싶지는 않은 SF 작가. 환상적인 시공간을 여행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취미는 두 달마다 바뀌는데, 가장 오래가는 건 게임. 언젠가 집에 모든 종류의 게임 콘솔과 커다란 스크린이 구비된 게임방을 만들고, 스스로를 완전 격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993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논픽션 『사이보 그가 되다』(공저) 등이 있다.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제11회 젊은작 가상을 수상했다.

그림 : 최인호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비밀스럽게 인간의 감정을 파고드는 온기 어린 시선

김초엽은 먼저 사랑, 연민, 기쁨, 경이, 애수 등 다양한 정서를 감각하게 하는 여덟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 안에는 각기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고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가상 현재’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선인장 끌어안기」의 파히라는 실내의 모든 물체가 알아서 자신을 피해가는 ‘진공의 집’을 설계한 접촉 증후군 환자다. 그는 괴팍한 성미로 반년간 네 개의 보조 로봇을 파손한 것도 모자라 새로 온 보조 로봇인 ‘나’까지 위협한다. 그러나 이전 로봇들과 달랐던 나는 폭력을 저지하며 파히라에게 고통스러운 과거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 그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_「선인장 끌어안기」 중에서

「행성어 서점」은 수만 개의 은하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기술이 일상화된 시대, ‘행성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은하계 전역에 수백 명밖에 남지 않은 ‘망해가는 시골 행성’의 서점을 배경으로 한다. 서점 직원인 ‘나’는 일주일 전부터 서점을 찾아오는 수상한 여자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은하계 테러 조직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당혹감을 느낀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자와 드디어 대화를 나누다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인류의 모든 뇌에 수만 개 은하 언어를 지원하는 범우주 통역 모듈이 설치된 이 시대에도, 어떤 이들은 낯선 외국어로 가득한 서점을 거니는 이국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 어떤 말도 구체적인 정보로 흡수되지 못하고 풍경으로 나를 스쳐 지나가고 마는 경험……. _「행성어 서점」 중에서

우주 저 너머의 세계에서도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과 동경은 존재한다. 「포착하지 않는 풍경」의 사진작가 리키는 어느 날 여러 고객들로부터 사진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용 촬영 드론이나 기록 로봇으로 손쉽게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큰맘 먹고 비싼 값을 치루며 ‘고전적 사진 촬영’을 선택한 사람들. 리키는 유독 행성 뮬리온-846N의 특정 구역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에 놀란다.

리키는 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자신의 직업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특별한 순간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건 누구나 드론으로 자신의 모습을 나노초 단위로 기록할 수 있는 시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종류의 책임이었는데, 고전적 촬영의 낭만은 바로 그런 위태로운 지면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_「포착되지 않는 풍경」 중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얼핏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같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두드린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김초엽은 독자에게 순순히 자기의 상상을 나눠주며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어딘가에서 낯선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예전보다 행복해요.”
서로 다른 존재와의 거리를 가늠하는 너머의 세계

다음으로 열리는 세계는 인간종과 외계종의 조우와 공생에 관해 다룬 여섯 편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낯선 존재들과 불화하거나 거리를 두기도 하고, 포용하며 공존에 이르기도 한다. 김초엽은 섣불리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지 않으면서 독자 스스로 누가 원래 거주자이고 침투자인지 깊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생물의 사체를 분해시켜 소화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늪. 어느 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누더기 차림의 소년이 늪을 찾아온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의지 대신 체념의 기운이 퍼져 나오는 소년을 늪의 균사체 네트워크는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나 소년은 그들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다른 방식의 삶을 찾아 나서기 위해 분투한다. 아포칼립스가 도래한 세상을 그려낸 「늪지의 소년」은 『행성어 서점』에 실린 작품 중에서도 긴장감이 두드러진다.

개별적 개체성, 그게 인간일 때의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어.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했지.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의 일부라는 건 모순이 아니야. 아니면, 전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_「늪지의 소년」 중에서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에서는 방문객이 뜸한 휴게소에서도 인적이 드문 한 미국식 다이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뛰어난 미각을 가진 ‘초미각자’ 식당 주인과 맛있다는 감각을 느껴본 적 없는 다현은 맛에 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친근감을 나눈다. 그러나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는 식당 주인의 표현에 어색함을 느끼던 다현은 이어지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물론 식당 사장으로서는 음식에서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손님에게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현은 그래도 사장이 당황하거나, 불쾌해하거나, 동정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면 흔히 “불쌍해, 인생의 낙이 없겠다” 같은 반응이 돌아오곤 하니까. 인생에 다양한 종류의 낙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사장에게 선뜻 이야기를 꺼낸 건, 초면이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신뢰감 때문이기도 했다. _「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중에서

인간과 이종(異種)의 맞닥뜨림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의 중요함을 김초엽은 역설한다. 결국 우리는 그의 소설이 지금 여기의 우리가 현실에서 껴안고 있는 고민과 화두를 상상의 세계에 옮겨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로서의 원초적인 재미는 물론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응축된 이번 짧은 소설집은, 독자에게 보다 풍성한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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