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최현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경기도 안양에서 청소년기와 이후의 시간을 보내며 창작을 하고 있다. 2017년 「두근두근 두드러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나비도감』으로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스파클』로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
아프게 나타난 눈송이 하나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라는 첫 문장은 마치 주인공 유리의 현재를 표현하는 듯 의미심장하다. 오 년 전 사고로 이식받은 오른쪽 각막, 같은 사고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동생, 간병으로 바쁜 가족들과 그럼에도 착실하게 장래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까지, 유리는 과거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추운 겨울 홀로 서 있다.
온통 차가운 눈송이가 내리던 겨울의 한복판, 유리의 오른쪽 눈에 환영 같은 눈송이 결정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식받은 오른쪽 눈으로만 보이는 눈송이의 정체를 의아해하던 유리는 마치 운명에 이끌리듯 궁금증 하나를 꺼낸다. 바로 각막을 기증해 준 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그중 누구도 내게 일어난 기적이 누구의 희생이었는지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내게 눈을 준 사람은 그렇게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21면)
유리는 검색 끝에 오 년 전 크리스마스 날 다섯 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열여덟 살 ‘이영준’과, ‘하늘로 보내는 편지’ 사이트로 계속해서 영준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온’을 알게 된다. 시온의 편지는 떠난 영준을 기억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유리는 영준이 좋아했다는 책을 읽고, 시온이 영준을 기억하려 들르는 벤치에 눈 오리를 잔뜩 만들어 두고, 하천을 바라보며 시온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오 년 전부터 이루어졌어야 하는 기억의 행위를 유리는 뒤늦게 시작해 나간다.
어떤 흔들림은 필연적이다
중심을 잡고 무사히 착륙하기 위해서
편지를 매개로 시온을 직접 만나게 된 유리는 이영준의 눈으로 그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에 시온과 함께 훌쩍 여행길에 오른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해 영준이 입원했던 병원에 찾아가면 유리의 삶에 남아 있던 미지수를 풀 수 있을까. 변해 버린 삶에 안녕을 고하지 못해 괴로웠던 유리는 왜 계속해서 뒤돌아보는 것일까.
유리는 사고 이후 동생의 병실에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오 년 전의 기억과 상처는 그곳에 묻어 두고, 잘 회복했으니 장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하며 살아왔다. 부정적인 감정을 터뜨리기에 자신은 이식이라는 행운을 얻은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유리는 영준과 시온을 알게 되며 얻은 깨달음은 외면하지 않기로 한다. 바로 스스로에게 복잡한 아픔이 쌓여 있었다는 것. 오 년 동안 켜켜이 쌓여 온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왔다.
그 마음은, 그러니까 실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의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라는 것. 그건 내게도 아픔이니까. (104면)
이제 감아 왔던 눈을 뜨고
내 안의 눈부심을 바라볼 시간
스스로의 마음을 직시하기로 마음먹은 탓일까?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들에 유리는 난기류에 휩쓸린 것처럼 흔들린다. 몇 년 간 편지를 통해 영준을 애도했던 시온이 평온해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할퀴고 분노”(197면)하며 눈(目) 속의 구체에게 ‘넌 대체 뭐냐고’ 소리치는 유리는 혼란스럽다기보다 후련해 보인다. 눈물을 흘리고 마음껏 소리를 지른 후에야 유리는 드디어 눈을 뜰 수 있게 된다.
『스파클』은 작은 여행 이야기면서 긴 애도를 통해 자신을 찾는, 한 사람의 삶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거대한 이야기다. 비록 몇 만 분의 일 확률로 일어날 법한 일은 생기지 않지만 이 소설은 독자에게 “다시 한번 기적을 믿게” 한다. 『스파클』은 부서진 균열 사이로 종종 성장이라는 찬란한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시린 눈부심에 순간 눈을 감겠지만 다시 눈을 뜨는 게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 찬란함을 겪을 수 있기에 우리의 삶은 기적과 같다.
이 세계에 애도와 희망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면서 시간과 공을 들이는 분들이 계셔서 ‘다음’이 있다는 믿음 같은 게 생겼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앞으로 난기류와 한랭전선 사이를 터프하게 비행할 유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중심을 잡기 위해 수없이 흔들리겠지만 『스파클』을 읽는 모든 이들은 유리와 함께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열일곱을 앞둔 ‘배유리’는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눈의 각막을 이식받았다. 사고 이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 ‘배영’의 병실로는 아직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동생을 돌보기 위해 휴직한 아빠, 사고 당시 자신을 버려두고 동생을 구하려 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 등으로 유리는 늘 잔잔하게 우울하다.
어느 날 오른쪽 눈으로만 보이는 눈송이 결정체를 의아해하던 유리는 각막의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지고, 기증자가 기증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영준’일 거라 추측한다. 곧바로 영준에게 꾸준히 편지를 쓰고 있는 ‘시온’이라는 지인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 유리.
의대중점반 수업도 빠지며 편지에 몰두하던 유리는 시온과 직접 만나 영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동생 영의 소생 가능성이 미지수에 가까워진 상황, 유리와 시온은 영준이 잠들어 있다는 제주도로 떠나 보기로 하는데……. 이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저자의 말
비행기 창밖을 찍은 그 사진 속에는 이른 아침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부심에 잠시 눈을 감기도 했지만, 이 먹먹한 눈꺼풀을 다시 들어 올리고 세계에 손 내미는 작가가 되겠다. 내가 받았던 믿음처럼 누군가를 다음으로 안내하는 글을 쓸 것이다. 『스파클』을 만나게 될 모든 분들의 뜨거운 순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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