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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모호 10 -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황유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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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85452
ISBN
9791194171966
출판사
번역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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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5-10-06
페이지, 크기, 무게 324쪽, 125 * 205 mm, 421g
책소개

“에즈라 파운드의 ‘새롭게 하라’라는 말을
이렇게 멋지게 실행에 옮긴 경우도 드물 것이다.”

각기 다른 형식을 지닌 시들의 향연:
앤 카슨을 정의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총집합

앤 카슨의 두번째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은 현대사회와 종교, 역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대담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1995년 첫 출간 당시 ‘지난 수십 년 동안 출간된 작품 중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말은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은 앤 카슨이 이제껏 보여준 독보적인 문학적 시도들의 기반이 된 작품으로, 그만의 분명한 문학적 색채를 확립하는 데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초기작들을 한데 모은 작품집이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은 ‘시’라는 이름하에 에세이, 산문시, 비평, 번역, 극, 일기, 고전 다시 쓰기 사이를 거침없이 오간다. 앤 카슨을 정의하는 다양한 스타일, 각기 다른 형식을 지닌 시들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장편소설보다 더 다채로운 시 「유리 에세이」, 신에 관한 온갖 상상력이 날카로운 빈정거림과 함께 난무하는 「신에 관한 진실」, 고전 속 인물들을 현대의 TV 프로그램 촬영장으로 옮겨놓은 「TV 인간」, 이방인이란 대체 누구이며 ‘지배’란 대체 무엇인지 묻는 「로마의 몰락: 여행자 가이드」, 인간적이고 재치 있는 스타일로 풀어낸 성서의 기이한 이야기 「이사야서」 그리고 앤 카슨이 고전학자이자 여성 시인으로서 써내려간 에세이 「소리의 성별」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유리 에세이 - 11
신에 관한 진실 - 95
TV 인간 - 129
로마의 몰락: 여행자 가이드 - 163
이사야서 - 223
소리의 성별 - 247
발문 - 299
옮긴이의 말 - 311
저자소개
저자 : 앤 카슨 (Anne Carson)
캐나다 출신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이다. 1950년 6월 21일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그리스 고전에 강하게 매료되어 대학에서 그리스어를 전공하고 이후 30년간 맥길,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시에 고전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파피루스의 파편으로 남은 이야기를 현대의 시어로 재창작하거나 신화 속 등장인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일련의 작품들로 맥아더 펠로우십과 구겐하임 펠로우십 등을 받았고, 2001년에는 여성 최초의 T. S. 엘리엇 상 수상자가 되었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지루함이고,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라 말한 앤 카슨은 머스 커닝햄 무용단, 행위예술가 로리 앤더슨, 록 가수 루 리드, 시각예술가 킴 아노 등 타 분야 저명한 거장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문학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201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황유원
시인이자 번역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김수영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슬픔에 이름 붙이기』, 『패터슨』, 『모비 딕』, 『폭풍의 언덕』, 『바닷가에서』, 『두더지 잡기』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앤 카슨
번역황유원
출판사 서평

“이따금씩 유리 위로 말言이 자취를 남기며 지나간다”
소리 내면에 담긴 작은 자서전의 기록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의 문을 여는 첫 작품이자 카슨의 ‘시그니처 포엠’으로도 불리는 「유리 에세이」는 상실과 고독,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한 편의 시소설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이 시에서 카슨은 화자의 아픈 실연의 기억과 에밀리 브론테의 삶을 교차시킨다. 가이 대븐포트는 발문에서 “진실함, 그리고 진술이 지닌 감수성”을 「유리 에세이」가 가진 울림의 근원으로 꼽는데, 그 진실함은 시 속에서 “누드”의 형체로 나타나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내게 환영이 하나씩 찾아왔다. / 나는 언뜻 보이는 이것들이 내 영혼의 벌거벗은 모습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 나는 그것들을 누드라고 불렀다. / 누드 #1. 언덕 위에 홀로 있는 여자. / 그녀는 바람을 향해 서 있다. // (…) 신경과 피와 근육이 모두 드러난 기둥 하나만이 남아 / 입술 없는 입으로 무언의 외침을 내뱉고 있다. // 이것을 기록하고 있자니 고통이 밀려온다,”

“거친 작업장에서 깎아 만든” “영혼의 벌거벗은 모습”이 내뱉는 “무언의 외침”은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의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 「소리의 성별」에서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제각각의 형식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 결국 끝에서 맞닿으며 하나의 완전한 원을 이루는 셈이다.

「소리의 성별」에서 앤 카슨은 고전학자인 여성 시인이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에세이를 쓰면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를 보란 듯이 보여준다. 그는 그리스신화와 문학, 종교의식에 나타나는 여성적 “비명”, 혹은 “올롤뤼가스”에 대한 문화적 불안의 흔적을 추적하며 여성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을 소개한다. 카슨이 여기서 언급하는 텍스트들은 대부분 고대의 것이지만 그가 던지는 ‘억압과 자제 외에 다른 인간적 덕목의 개념은 없는가’라는 질문은 현재까지도 답하지 않으면 안 될 물음으로 남아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허락된 목소리인 “소프로쉬네”와 ‘감정에 휘둘리고 이성적인 자제력이 부족하다’며 침묵을 강요받아온 여성의 목소리에 대해 논한 그는 “우리가 내는 모든 소리는 작은 자서전이다. 소리의 내면은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그리는 궤적은 공적이다”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 이는 카슨이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이후로 발표한 작품 전반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의 허리 부분을 구성하는 것은 일련의 아이러니이다. 「신에 관한 진실」에서 시인은 ‘종교는 말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되지만 그렇기에 그것을 따른다’라는 아이러니를 우리 앞에 툭 떨궈놓는다.

신이라는 존재는 뒤에 등장하는 시 「이사야서」에서도 주된 역할을 맡는다. 「이사야서」에서 카슨은 구약성서적인 사고방식과 서술 방식을 재현하면서도 이를 인간적이고 재치 있게 풀어내고, 더 나아가 역사 속에서 축적되어온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직시한다(“이사야여 그대는 여자에 대해 뭘 알고 있는가? 신이 물었다. / 이사야의 콧구멍 아래에서 여자와 관련된 단어들이 뿜어져 나왔다: / 홍조. 악취. 마누라. 무화과. 마녀?”). 신, 남자, 여자로 분리되어 있던 구약성서 속 세계는 이사야의 몸이 “작은 새들과 동물들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몸으로 변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덕분에 독자들은 구약의 대예언자 이사야가 ‘정의로움’을 뜻하는 두 고대 히브리어 단어 가운데 남성형 단어뿐만 아니라 여성형 단어까지 익히게 되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오크나무를 둘로 쪼개는 정의의 날벼락”으로서의 남성형 단어 ‘정의로움’뿐 아니라 “목재의 텅 빈 근육 안에 버섯과 구더기와 원숭이 들이 / 터전을 잡는” 여성형 단어 ‘정의로움’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앞의 시「유리 에세이」에서 화자와 결별한 남성의 이름이 ‘정의로움’과 연결되는 ‘Law’, 즉 법이었다는 사실도 이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다.

가장 고대적인 것에서 탄생한 가장 현대적인 문학
감정으로 써내려간 정교한 방정식

「TV 인간」에서 카슨은 고대 서사시 『일리아스』 속 영웅 헥토르와 잔혹극의 대가 아르토,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리스 시인 사포를 현대 TV 프로그램의 촬영장으로 소환한다. 역사적 인물을 그의 시대문화적 배경과 분리하는 것은 그를 정의하던 고정된 틀을 깨부수고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앤 카슨의 시는 ‘제일 오래되었으면서도 제일 새로운 모더니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TV 인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룬 업적과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은 그들이 카슨의 시 속에서 갖게 된 새 정체성과 독특한 화음을 이루며 다층적인 의미와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다층적 내러티브는 「로마의 몰락: 여행자 가이드」에서도 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이 시는 로마를 여행하는 한 관광객의 일지로 보이지만, 중간중간 화자와 로마 사람 ‘안나 크세니아’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며 이방인과 시민의 구분은 어디에서 오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앤 카슨은 감정으로 일종의 수학을 하듯 대담한 방정식, 순환하는 이미지의 집합과 부분집합으로 글을 쓴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은 그 대담함과 자유로움에 더해 주제적 예리함과 형식적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다. 앤 카슨은 자칫 현학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지적인 주제에 감각적인 서사를 더하여 결국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아주 깊숙이, 그것도 더없이 ‘시적으로’ 파고든다. 이번 책에서는 이러한 작품의 매력이 한국 독자에게도 최대한 전달될 수 있게끔, 함께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실을 각주로 달아놓았다. 많은 독자에게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이 앤 카슨 작품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값진 만남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은 “거친 작업장에서 깎아 만든” 하나의 ‘유리 조각’이다. 그것은 거대한 슬픔과 빛의 덩어리로,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 모두가 유리의 대기 속으로 끌려내려가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고, 어쩔 수 없이 “이따금씩 유리 위로 말(言)이 자취를 남기며 지나간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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