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학의 스토리텔러 존 버거,
인본주의적 다큐 사진의 거장 장 모르
두 작가가 함께한 20세기 사진 에세이의 고전
1999년 오리지널 초판 이후
국내 최초 양장본으로 복간되는 기념비적 명저
미술, 영화, 연극, 문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한 사람인 존 버거, 인권과 노동의 숭고함을 담은 인본주의 다큐 사진의 거장 장 모르. 두 인물은 20세기 인문학과 사회학적 성찰을 품은 예술가로 가장 먼저 거론되곤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작가들의 작가’ 존 버거와 장 모르가 마지막으로 협업하여 예술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세상 끝의 기록》이 20여 년 만에 양장본으로 복간되었다.
사진 에세이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이 책은 1999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예술 분야 스테디셀러로 이름이 높다. 국내에서는 절판된 지 오래되어 입소문을 타고 중고 서적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텍스트와 사진을 보정하고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존 버거와 장 모르는 50년의 우정을 바탕으로 1960년대부터 사진과 글 사이의 새로운 대화 형식을 꿈꾸며 다양하게 협업해왔다. 이 책은 20세기가 끝나는 1990년대 말, 노년에 이른 두 거장이 ‘세상의 끝’이라는 주제로 함께하여 더욱 의미가 깊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사진과 글의 관계, 세상 끝에 대한 성찰, 다큐 사진가로서 장 모르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가 존 버거의 파트, 큰 수술을 받은 후 삶의 경이로움을 깨닫고 40여 년간 기록해온 세상 끝,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장 모르의 파트다.
목차
초상화를 위한 스케치 한 장 / 존 버거
세상 끝의 기록 / 장 모르
석양의 사제들 - 그리스 아테네와 피레아스, 1956
식탁 위의 해빙 - 폴란드 브로츠와프, 1958
만들어진 삶과 죽음 - 프랑스 알프스산맥, 1959
겨울밤, 북극 숲 - 라플란드 이날리, 1960
허락받지 못한 여행 - 루마니아 다뉴브강 삼각주, 1961
가려진 나라, 지워진 풍경 - 북한 평양, 1962
신비의 섬 이니시모어 - 아일랜드 애런 제도, 1965
오필리아의 손을 잡고 - 영국 저지섬, 1967
잃어버린 제국의 지도 -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1967
독재자와 축제 -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 1970
어느 정신병원에서 - 필리핀 마닐라, 1971
폭풍 전야의 고요 -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1972
사막의 숨결 - 알제리 사막, 1973
가족을 해체당한 사람들 - 스리랑카 말리폴라 농장, 1973
신의 시간 속으로 - 인도 알라하바드, 1977
낯선 이와 추는 춤 - 사르데냐 오르고솔로, 1976
니쿠 영감 - 프랑스 오트사부아 소망, 1979
혁명과 소년 - 니카라과 마나과, 1986
먼 곳에서 완성된 사랑 -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1988
도시의 성자 - 파키스탄 카라치, 1989
땅 밑에서 피어오른 미소 - 이란 남부, 1991
압수된 기억을 찾아서 - 러시아 모스크바, 1992
세상의 끝에서 만든 영화 - 스코틀랜드 아우터헤브리디스, 1993
초대받지 않은 손님 - 멕시코 치아파스, 1996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 : 존 버거 (John Peter Berger, John Berger)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히하라』, 『백내장』, 『벤투의 스케치북』,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풍경들』,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G』, 『A가 X에게,』 『킹』,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이 있다.
저 : 장 모르 (Jean Mohr)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제네바대학에서 사회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파리 쥘리앙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서른 살이 되어서야 직업 사진가가 되었다. 초기에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 세계보건기구 등 세계인권기구들과 함께 일했다. 존 버거와 『행운아』 『제7의 인간』, 에드워드 사이드와 『마지막 하늘 이후』 등을 공동작업했다. 1964년 동시대 주요 스위스 예술가 오십 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1978년 쾰른 포토키나에서 인권 문제에 참여도가 높은 사진가에게 주는 상을, 1984년 현대사진가상을, 1988년 제네바 조형예술상을 받았다.
역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군주론』, 『블루&그린: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나사의 회전』,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불법자들:한 난민 소년의 희망 대장정』, 『메이슨 버틀이 말하는 진실』, 『놀면서 떠나는 세계 문화 여행』,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공감』, 『감정의 역사』, 『선을 긋는 연습』 등 다수가 있다.
흑백사진으로 남은 삶 그대로의 삶, 인간 그대로의 인간
두 거장이 기록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
‘장의 이야기에서는 어떤 것도, 누구도 제외되지 않으며 그 무엇도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가슴은 피를 흘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과장하는 법은 없다.’
노년의 예술가가 손끝으로 빚은 글과 사진에는 삶과 사람에 대한 온기와 지혜가 스며 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다채로웠던 40년간의 현대사에서 유독 소외된 이들을 향해 시선을 드리운 것은 연륜 있는 두 거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속적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난 세상의 끝,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아프리카의 독재자 국가, 스리랑카의 농장, 멕시코의 반란군 집회…… 어렵고 고달파도 삶을 귀하게 여겼던 시대를 보고 읽는 즐거움이 충만하다. 인권, 노동, 일상 속 인간 존엄의 문제를 탐구했던 존 버거와 장 모르는 이렇게 가장 솔직한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이 책에 기록했다.
추천평
완전히 새롭고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보다, 존재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장 모르의 카메라가 닿은 장소는 대체로 일상과는 먼 곳이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의 풍경이기도 해서 정말 존재했을까 싶을 만큼 흥미롭고 비현실적이다. 각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사진들이 이어지는데, 이 이미지들이 세상 끝의 풍경을 또렷이 드러내며 독자에게도 풍부한 경험으로 다가오게 한다. 차갑기만 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온기를 지닌 시선을 발견하면, 나 역시 그런 이에게 발견될 작은 모서리에 머물고 싶어진다. 동시에 장 모르처럼 익숙한 풍경에서 가장 멀고 낯선 세상의 끝을 찾아내는 눈을 갖고 싶다는 욕심도 솟는다. 반복되는 현실 속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이런 다정한 시선과 그 끝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아닐까?
- 이연 (《매일을 헤엄치는 법》 작가)
창작자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그러한 눈─세상에 경탄하는 소년의 눈─을 선사한다.
장 모르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낯선 풍경들에서 어쩐지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은, 그의 삶의 여정과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내 지난 여행들과 인생의 여정이 떠올랐다. 고되지만 행복했던 기억, 그리운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경험이었다. 누구라도 이 책을 펼치면 자신에게 ‘세상 끝의 풍경’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을 때, 아주 먼 곳까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이 특별한 체험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
- 정대건 (《급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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