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동인
김동인은 한국 근대 소설의 형식적 기반을 확립한 작가로, 1919년 동인지 《창조》를 창간하며 순수문학과 예술지상주의를 내세워 문단에 등장했다. 계몽주의 문학과 거리를 두고 인간의 본능과 심리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으며, 3인칭 대명사 ‘그녀’를 도입하는 등 한국어 소설 문체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광염 소나타」 등 탐미적·심리적 서사를 확장한 단편으로 독자적 미학을 확립했으나, 말년의 친일 행적과 비극적인 삶의 결말은 그의 문학적 성취와 함께 논쟁적으로 평가된다.
출판사 서평
필사로 만나는 김동인
가장 집요한 방식으로, 문학 그 자체를 쓰다
김동인의 문장은 간결하고 단단하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때로는 예술을 위해 도덕을 밀어내는 급진적 상상력을 펼치고, 때로는 가난과 환경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냉정하게 그려낸다. 「광염 소나타」에서 드러나는 광기 어린 탐미, 「감자」에서 확인되는 환경 결정론적 시선은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모두 인간과 운명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수렴된다. 그의 소설은 하나의 장면, 하나의 단면을 통해 인생의 균열을 드러낸다.
필사는 김동인 문장의 구조와 긴장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독서 방식이다. 한 문장씩 옮겨 쓰는 동안 시점의 이동, 심리 묘사의 압축, 대명사의 활용 방식이 또렷해진다. 빠르게 읽을 때는 사건으로만 남았던 장면이, 쓰는 과정을 통해 구성의 치밀함으로 재인식된다. 단편이라는 형식 안에서 어떻게 밀도를 확보하는지, 어떻게 여백으로 의미를 남기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이 책에는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등 김동인 문학의 핵심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별해 수록했다. 탐미와 리얼리즘, 냉소와 연민이 교차하는 김동인 문학의 복합성을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읽고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동인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한국 근대 단편 소설의 출발점을 확인하는 입문서가 되고,
이미 알고 있던 독자에게는 그 문장의 힘과 위험성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된다.
『김동인을 쓰다』는 김동인 문학을 가장 김동인답게 읽고, 쓰는 한 가지 방법이다.
한국 문학을 다시 읽고 싶은 독자에게,
문장을 통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문장을 눈으로만 읽을 때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지만, 직접 써 보기 시작하면 독서의 속도와 느낌이 달라진다. 한 문장을 옮겨 적는 동안 단어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물고, 문장이 어디에서 멈추고 이어지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빠르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표현이나 말투, 근대 문학 특유의 어휘도 쓰는 과정 속에서 또렷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문장에 천천히 머무는 시간은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만든다. 이야기를 ‘읽는다’기보다 문장을 따라가며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된다. 그래서 〈한국 문학 필사〉는 작품을 넓고 깊게 만나는 하나의 독서 방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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