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루시 모드 몽고메리 (Lucy Maud Montgomery)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난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섬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외조부모의 손에서 자라며 책과 상상력에 의지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시와 이야기를 쓰며 글에 재능을 보였다. 19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입양을 기다리던 영국인 부부에게 남자아이 대신 여자아이가 보내졌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작품은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전 세계에서 5,000만 부 이상 팔리고 36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후 몽고메리는 속편을 비롯해 총 20여 권의 장편과 수많은 단편·시를 남겼으며 그녀의 작품들은 자연과 사람, 삶의 작은 기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자 : 오다윤
고려대학교 대학원 중일어문학과 석사 졸업. 도쿄대 대학원 종교학과 연구생 과정 수료 후 일본 도쿄에서 항공사 지상직, 은행원, IT 엔지니어로 5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여행 작가이자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은하철도의 밤 -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어린 왕자 -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2』가 있으며, 에세이 『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한 달의 후쿠오카』를 썼다.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이 책은 단순히 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넘어, 일본어 원문을 읽으며 표현과 문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앤이 걸어온 길을 함께 걸으며 그녀의 감정과 생각을 일본어로 느껴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앤의 마음으로 세상을 느껴보세요. _9쪽
매튜 커스버트가 오후 세 시 반이 지난 바쁜 오후에, 태연히 말을 타고 와지를 넘어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매튜는 흰 셔츠에 가장 좋은 상하 정장을 차려입었다. 지금부터 에이번리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_21쪽
“매튜는 브라이트 리버에 갔어. 우리가 노바스코샤 고아원에서 남자아이 하나를 데려오기로 했거든. 그래서 매튜가 오늘 밤 기차로 오는 아이를 마중 나간 거야.” _31쪽
“저는 여자아이를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당황한 매튜가 말했다. “남자아이를 데리러 온 겁니다. 여기 있을 터인데요. 알렉산더 스펜서 씨 부인이 그 아이를 데리고 노바스코샤에서 저한테 보내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_46쪽
걱정하고 있었어요. 혹시 오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고요. 무슨 일이 생겨서 못 오실 수도 있다고 별의별 상상을 했답니다. 만약 오늘 밤 데리러 오시지 않았다면 선로의 굽이진 모퉁이에 있는 저 커다란 야생 벚나무까지 가서 기어 올라가 하룻밤을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저,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_52쪽
“아름다운 나무네? 흙둑에서 자라는 저 나무, 전부 순백 레이스로 만들어진 것 같아, 저 나무를 보면 뭔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여자아이가 물었다.
“음, 그런가, 모르겠어.” 하고 매튜가 대답했다. _59쪽
주근깨라든가 눈이 초록색이라든가 말랐다는 것, 그런 건 상상으로 없애버릴 수 있어요. 나는 아름다운 장미 꽃잎 같은 얼굴에, 사랑스러운 별과 같은 제비꽃빛 눈동자라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상상만으로는 이 빨간 머리를 바꿀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거예요. _67쪽
“남자아이가 없었다니! 그럴 리가 없어, 남자아이가 있었을 텐데.” 마릴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쪽에서는 스펜서 부인에게 전해서 남자아이를 데려오라고 부탁했다고.”
“응, 그게 아니었어. 부인은 이 아이를 데려왔더라고. 역장한테 들었어. 그래서 이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게 된 거야. 이 아이를 거기에 둘 수 없었어, 어딘가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도 말이야.” _81쪽
“너 아무것도 안 먹었잖니.” 하고 마릴라가 앤을 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음식을 안 먹는 것이 그녀에게 중대한 결점으로 보이는 듯했다. 앤은 한숨을 내쉬었다.
“먹을 수 없어요. 저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는걸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아주머니는 드실 수 있으세요?”
“유감이지만 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가 없구나.” 마릴라가 맞받아쳤다. _95쪽
앤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창문으로 보이는 6월의 아침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 눈은 감동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멋진 곳이야, 그렇지? 나는 여기에 머물 수 있는 게 아니었지! 그래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거야. 자 봐, 여기서는 이렇게나 상상이 펼쳐지잖아. _107쪽
제라늄에 ‘보니’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벚나무를 ‘눈의 여신’이라고 부르거나 하며 상상의 세계로 도망치려는 앤.
“창가에 있는 저 제라늄의 이름은 뭐라고 불러요?”
“저건 사과 향이 나는 제라늄이야.” _121쪽
저는 커스버트 씨가 어린 여자아이를 양자로 들이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저는 분명히 그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남자아이를 원했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만약 부인께서 아직 어제와 같은 마음이라면, 어떠세요, 이 아이가 딱 알맞지 않을까 싶어서요. _143쪽
“저런 사람이랑 같이 사느니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게 나아요.” 앤은 격하게 말했다.
“저 사람은 정말이지, 그러니까… 송곳 같아요.”
마릴라는 웃음을 참았다. 이런 말을 한다니, 앤을 혼내줘야 했다. _153쪽
“마음의 친구, 친한 친구요, 진짜 같은 파장을 가진 사람, 이 아이라면 마음 깊은 곳까지 털어놓을 수 있겠다는 아이. 그런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태어날 때부터 줄곧 꿈꿔왔어요. 진짜 마음의 친구가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멋진 꿈 여러 개가 한꺼번에 이뤄졌는걸, 이것도 이뤄질지 몰라.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_171쪽
“과연, 외모로 선택된 게 아니라는 건 틀림없이 확실하군.” 레이첼 부인이 단정조로 한 논평이었다. 레이첼 부인은 평소 자기 생각을 공정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명랑하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_183쪽
아득한 기억 속의 오래된 상처가 불현듯 마릴라 앞에 되살아났다. 어렸을 적, 이모 중 한 명이 다른 이모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어머 불쌍해라, 이 조그만 아이 좀 봐. 피부는 까맣고 보기 흉하네.” 그 기억의 가시가 사라지기까지 마릴라에게 무려 5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_199쪽
“잘 알았어요.” 앤은 참기 어려운 것을 참기로 했다.
“이번에 마릴라가 오면, 뉘우쳤다고 말하기로 할게요.”
“그게 좋아. 그게 좋다, 앤. 하지만 마릴라에게 이 일을 말해선 안 돼. 내가 참견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끼어들지 않기로 약속했거든.” _217쪽
그 아이도 너처럼 머리카락이 온통 새빨갰단다. 어릴 때는 그랬는데, 어른이 되니까 색이 짙어지면서 정말 멋진 밤색이 되었어. 만약 네 머리도 그렇게 된다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거야. 정말이지, 조금도 말이야. _229쪽
“아, 마릴라, 나 무서워요. 드디어 이 순간이 온 거에요, 정말 무서워요. 만약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어쩌지!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바람은 꿈처럼 사라지고, 인생 최대의 비극이 되고 말 거예요.” _245쪽
이 아이가 우리 딸 다이애나예요. 다이애나, 앤을 정원에 데려가서 네가 심은 꽃을 보여주면 어떨까. 책 때문에 눈이 나빠지는 것보단 훨씬 낫잖니. 이 애는 책만 너무 많이 읽는다니까요. _253쪽
“오늘 길버트 브라이스가 학교에 나올 것 같아.” 다이애나가 말했다. “여름 내내 뉴브런즈윅의 사촌 집에 있다가 토요일 밤에 막 돌아왔대. 엄청나게 잘생긴 애야, 앤. 근데 여자애를 놀리기만 해, 너무하지. 그 애는 우리 여자애들한테 인생의 골칫거리야.” _263쪽
길버트는 복도 너머로 팔을 뻗어 앤의 길고 붉은 땋은 머리 한쪽 끝을 집더니, 팔을 뻗은 채로 콕 찌르듯 속삭였다.
“당근! 당근!”
그러자 앤이 갑자기 홱 돌아봤다! _271쪽
“앤 셜리, 너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오늘은 오후 내내 네 취향에 맞춰 즐겁게 해주도록 하지.” 선생님은 빈정거리며 말했다. “머리에서 튀어나온 꽃을 떼고, 길버트 브라이스 옆에 나란히 앉도록 해라.” _289쪽
“나, 너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이 거의 없어, 다이애나.” 앤은 슬픔을 담아 말했다. “팔다리가 찢겨도 괜찮아. 그게 조금이라도 네게 도움이 된다면 말이야. 하지만 이것만은 안 돼. 그러니까 제발, 더 이상 말하지 마. 너의 말은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말 거야.” _297쪽
“나는 신부의 들러리가 되어 멋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그것도 퍼프 소매 드레스야. 그런데도 부서지려는 마음을 미소의 가면 아래에 숨기고 있어. 그리고 말해요, 다이애나, 안녕-엉-엉--” _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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