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들이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정말 많이 읽기는 합니다. 당연하죠. 직업이니까요. 아직 책이 아닌 글, 책이 되려는 글, 이미 책이 된 글… 그런 모든 글들을 읽고 또 읽는 게 책 만드는 삶의 기본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의 읽기 ‘자체’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존적인 차원으로서의 진짜 독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독서에 진짜 독서가 있고 가짜 독서가 있단 말이야?”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독서는 ‘읽기’를 통해 이뤄지지만 ‘읽기’가 곧 독서는 아닙니다. 직업으로서의 읽기는 노동에서 그치기 쉽습니다. 저는 그 읽는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살아갑니다. 솔직히 노동이 늘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삶은 고단하고 고통스러우니까요. 보람도 있고 가치도 있지만, 그래서 더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유별난 소리가 아니라, 직장생활의 당연한 현실이죠. 누구나 그럴 겁니다.
반면, 진짜 나만을 위한 독서를 하게 되면 바람 잘 드는 숲속을 산책하듯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때의 회복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노동으로서의 읽기와도 다릅니다. 오롯이 즐기는 독서는 책의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그 책의 물성 자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사각사각 넘기며 느끼는 데서 오는 말할 수 없는 평안을 줍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 독서는 마음의 치료제에 더 가깝습니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고 전달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알고 전달하는 독서는 깨닫고 느끼는 독서의 부분집합이고요. 노동으로서의 독서에서 벗어나 쉼으로서의 독서를 할 때, 우리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모든 피로들로부터 벗어납니다. 깨닫고 느끼며 차원이 다른 회복을 얻습니다.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을 시를 모았습니다. 더위, 열대야, 장마, 능소화… ‘여름’이라는 계절이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여기 다 있습니다. 방학, 휴가, 산책, 여행… ‘여름’이라는 낭만이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도 있고요, 바다나 계곡처럼 파란 물의 이미지가 손짓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여름밤의 폭죽을 봐”(「여름의 집」) 하늘을 가리키는 소리에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해 여름의 공기, “땀 흘리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던”(「낯선 여름과 그해 여름」) 그날그날의 숨결. 무심하게 물아붙이는 피곤한 일상에서 자주 잊고 지내던 여름의 생동이 감각되자 “쨍쨍한 햇볕 밑에서/ 조금씩 갈라지고 있”던 (「방학숙제」) 메마른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옵니다. 여름을 만끽하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겨울에 깊어지고 여름에 성장합니다. 일할 때 깊어지고 놀 때 성장하죠. 1년에 딱 한번 선보이는 ‘워터프루프북’은 놀면서 성장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여름의 책입니다. 물에 젖고 땀에 젖는 여름이지만 이 책만은 물에도 땀에도 젖지 않습니다. 물에서 더 뽀송하고, 땀 흘리며 더 쾌적하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찰방찰방 넘기며 점점 더 행복해하는 여름의 나날을 마음껏 누려 보시길 권합니다.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질 나쁜 연애」) 이 색다른 책과 함께 물속으로 뛰어들어 보세요.
제주에서 나고 부산과 서울에서 자랐다. 클레이 애니메이터를 꿈꾸던 소녀 시절을 지나,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하고 서양철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대 후반부터 중학교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집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을 펴냈고, 폴리 로슨이 지은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에 에세이를 실었다. 《요정+요괴, 찐따》를 쓰던 어느 날, 새벽에 잠을 깨어 침대에 누운 채로 한 시간 남짓 두 팔을 올려 춤을 추었다. 한 동작도 길게 반복되지 않고 다른 동작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글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당신에게도 필요한 선물이 도착하리라 믿는다.
저자 : 허주영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2023, 민음사), 에세이집 『계집애 던지기』(2020, 시소문고)가 있다.
저자 : 김이듬
2001년 『포에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시와세계작품상, 김달진창원문학상, 22세기시인작품상, 올해의좋은시상, 김춘수시문학상, 샤롯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저자 : 박정대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삶이라는 직업』, 『모든 가능성의 거리』, 『체 게바라 만세』, 『그녀에서 영원까지』, 『불란서 고아의 지도』,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랑캐 이 강으로 영화 <베르데 공작과 다락방 친구들>, <세잔의 산 세 잔의 술> <코케인 무한의 창가에서> 등의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현재 ‘이절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무가당 담배 클럽 동인,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멤버로 활동 중이다.
저자 : 김행숙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1914년》,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있고, 산문집으로 《에로스와 아우라》, 《천사의 멜랑콜리》, 《사랑하기 좋은 책》 등이 있다.
저자 : 문혜진
《검은 표범 여인》으로 제2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우리말의 리듬을 살린 동시를 쓰고 있어요.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 시집 《혜성의 냄새》 등을 썼어요. 옮긴 그림책으로 《조금만 기다려 봐》, 《달빛 산책》, 《아기 토끼 하양이는 궁금해!》 등이 있어요.
저자 : 여세실
1997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가 있다.
저자 : 신이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 산문집 『이듬해 봄』이 있다.
저자 : 박은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으로 《여름 상설 공연》(민음사, 2021)이 있다.
저자 : 김경미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가 있다. 노작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자 : 김종연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2014년 대산대학문학상(시)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월드』가 있다.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임경섭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죄책감』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가, 산문집 『이월되지 않는 엄마』가 있다.
저자 : 박지일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립싱크 하이웨이』 『물보라』가 있다.
저자 : 김미령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파도의 새로운 양상』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이 있다.
저자 : 채인숙
1971년 경남 통영군 사량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성장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2015년 오장환신인문학상에 「1945, 그리운 바타비아」 외 5편의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저자 : 송승언
시인. 시집 『철과 오크』, 『사랑과 교육』, 작품 『직업 전선』, 에세이 『덕후 일기』 등을 썼다. 주로 포크에 바탕을 둔 음악을 애호하는 편이다.
저자 : 김연덕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 《폭포 열기》, 《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이 있다. 아름답지 않은 마음과 만나는 아름다움이 시 안에 있다고 믿는다.
저자 : 정끝별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외 여섯 편의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이 당선되었다. 주요 저서로 《모래는 뭐래》(2023) 외 여섯 권의 시집과, 시론 및 평론집 《시론》(2021), 《패러디 시학》(1997), 《파이의 시학》(2010), 《오룩의 노래》(2001),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1999) , 그리고 《시심전심》(2011) 외 다수의 시해설서와 산문집을 출간했다.
저자 : 성동혁
아직도 어린이 병동에 입원을 합니다. 그곳에 있는 친구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집 《6》, 《아네모네》, 산문집 《뉘앙스》. 등이 있습니다.
저자 : 김복희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백지의 척후병」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와 산문집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등을 썼다. 2024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황인찬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등을 썼다. 2012년 제31회 김수영문학상, 2021년 제66회 현대문학상, 2024년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 김현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고스트 듀엣》,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장송행진곡》,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얼마 전, 회사 후배로부터 “선배는 눈에 시냇물이 흘러요.”라는 다정한 말을 들었다. ‘과연, 설마, 내가?’ 하며 쑥스러워했지만 다른 무엇도 아닌 시냇물 흐르는 사람이라는 것이 기뻤다. 그 여운에 힘입어 적어 본다. 시냇물에 징검다리 놓듯 글을 쓰고 여러 권의 책을 묶었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이 흐르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자 : 허연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쓴 책으로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산문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고전 여행자의 책』 등이 있다. 한국출판학술상과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경제신문에 재직 중이다.
저자 : 김수영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35~1941년 선린상업학교에 재학했다. 성적이 우수했고 특히 주산과 미술에 재질을 보였다. 이후 동경 성북예비학교에 다니며 연극을 공부했다. 1943년 조선 학병 징집을 피해 일본에서 귀국했으며 안영일 등과 연극을 했다. 1945년 연극에서 문학으로 전향, 《예술부락》이라는 잡지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했다. 1946 ~1948년 연희전문 영문과에 편입했으며 졸업은 하지 않았다. 1949년 김경린 등과의 친교로 시론과 시를 엮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출간했다.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북한군 후퇴 시 징집되어 북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다 탈출했으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1952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 부산, 대구에서 통역관 및 선린상고 영어교사로 지냈다. 1957년 12월, 한국시인협회상 제1회 수상자가 되었다. 1959년, 1948~1959년 사이에 발표했던 시를 모아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춘조사) 을 출간했다. 1960년 4·19 혁명 발발. 이후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시, 시론, 시평 등을 잡지와 신문 등에 발표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보였다. 1968년 6월 15일 밤 귀갓길에 집 근처에서 버스에 치여 머리를 다쳤다.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 현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김수영은 과감하고 전위적인 시작법으로 오늘날 모더니즘 시의 뿌리가 되었고 문학의 정치 참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 또한 보여 주었다. “내일의 시”, “미지의 시”를 향한 그의 실험 정신은 언제까지나 신선한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친환경 방수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된 책입니다. 물에 젖더라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 보관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매년 다른 장르의 글로 여러분을 찾고 있어요.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의 테마는 여름! 선별된 ‘여름 시’와 ‘여름 소설’을 한데 모았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지만 여름에 읽으면 한층 더 생생한 시와 소설. 해변가, 수영장, 계곡, 욕조 등 물과 습기에 구애 없이 워터프루프북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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