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 이다혜 기자 강력 추천
★ 철학과 문학을 사랑하는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의 번역
느긋한 심성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 카피바라의 철학이 담긴 그림에세이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가 출간되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 작가 로렌자 베르나르디의 글과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Z세대 일러스트레이터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이 더해진 이 책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고 숨 돌릴 수 있는 너른 쉼터가 되어준다.
이야기는 어느 날 브루노의 정원에 카피바라 ‘카피’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브루노는 정원에 눌러앉은 카피와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평온한 시선, 주위의 존재들과 어울리는 다정함, 현재에 몰두하는 태도를 배워나간다. 카피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브루노처럼 어느새 좀 더 여유롭고 용감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는 쉽고 단순한 힐링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지한 철학적 통찰과 삶의 지혜로 가득하다. 이 책을 번역한 알베르토 몬디의 말처럼 “스토아철학과 불교와 도가 사상과 현상학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카피바라의 철학은, 생산성과 효율만 중시하는 시대에 저항하고 어린아이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없이 작아져서 나무 사이를 산책하고 흐르는 물처럼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면. 이유를 묻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를 가질 수 있다면. 영혼을 스트레칭하듯 놀고 느림이라는 초능력이 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이 책에 얼굴을 파묻고 책장을 넘기는 동안 거품처럼 보글보글 웃음이 솟아오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아가 나 자신이 이 책 속 카피바라처럼 살기를 바라며.
― 이다혜, 『오래된 세계의 농담』 저자
목차
1. 순간을 살기
2. 감사 실천하기
3. 단순함 포용하기
4. 나 자신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기
5. 창의성과 놀이 감각 키우기
6. 흘려보내기
부록 - 행복한 삶을 위한 카피 철학의 핵심 다섯 가지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로렌자 베르나르디 Lorenza Bernardi
이탈리아 페라라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15년 넘게 밀라노 근교의 산장에서 거주 중이다. 이탈리아의 두 주요 출판사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트라이애슬론 코치로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 『네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어』 등을 집필했다.
그림 : 루치아 카를리니 Lucia Carlini
로마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2022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과 디지털 도구를 적절하게 결합한 스타일을 구사하며,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한 그림보다는 하나의 서사로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그림을 추구한다.
역자 :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 베네치아주의 작은 중세 도시 미라노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고,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중국 장강상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부터 한국에 거주 중이다. 철학과 문학, 축구와 음악, 그리고 여행을 사랑한다. 현재 국내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탈리아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널 보러 왔어』를 펴냈고, 『겨자씨 말씀』 『나만의 별』을 번역했다.
카피바라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인 영화 〈플로우〉, 가수 제니의 노래 〈Like Jennie〉 뮤직비디오 등에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피바라의 느긋한 태도와 다감한 성정은, 점점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매 순간 분투하는 이들에게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이 책은 카피바라의 무심한 듯 다정한 면모를 정확하게 포착해 독자에게 전한다.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의 본문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카피의 말이고, 다른 하나는 그에 대한 브루노의 응답이다. 저자인 로렌자 베르나르디는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브루노가 카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펜의 질감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레이터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은 이 여정을 포근한 분위기로 감싸준다.
카피는 아침도 거른 채 바쁘게 출근하는 브루노에게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책상 앞에 앉아 고뇌하는 브루노에게는 “문제는 혼돈이 아니야. 그에 대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착각이지”라고 말하면서 다독인다. 옷이 맞지 않아 걱정하는 브루노를 보면서는 “미소 하나만 걸치고 나가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한다.
매일 투-두 리스트(To-do List)를 적고 그것에 맞춰 사느라 바쁜 현대인이라면, 카피와 브루노의 여백 있는 대화를 읽으면서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이 사그라들고 새로운 용기가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부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까지
위트와 깊이를 겸비한 복슬복슬 반려 철학
이 책을 번역한 알베르토 몬디는 「옮긴이의 말」에서 노자의 『도덕경』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아우르는 카피바라 철학의 계보를 그려낸다. 각 장 마지막에 있는 ‘복슬복슬 카피 철학’‘ 카피처럼 살아봐’라는 꼭지는 카피바라의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더 많이 소유하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그저 존재하기를 선택해”라는 책 속 문장은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무위 사상’과 연결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해내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강조하는 대목은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를 어린아이로 비유한 니체를 연상시킨다. “나는 생산적이야. 평온함을 생산하고 있지”라는 카피바라의 말은 속도와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위트 있게 꼬집는다.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는 카피바라의 귀여움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적인 통찰과 메시지를 전한다. 분주한 삶을 강요하는 세상에 맞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 가장 혁명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카피바라의 느림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한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지친 독자라면, 평온함을 불러오는 토템 같은 이 책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존재한다’라는 가장 충만한 사치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에서
책 속에서
나는 생산적이야. 평온함을 생산하고 있지.
―7쪽
문제는 혼돈이 아니야. 그에 대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착각이지.
―13쪽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존재한다’라는 가장 충만한 사치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18쪽
진정한 행복은 미소 하나만 걸치고 나가도 충분하다는 걸 알 때 비로소 시작돼.
―42쪽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지금 가진 것과 삶의 소소한 행복에 집중해봐. 이 혁명적인 선택이 가져오는 힘에 놀라게 될 거야. 더 많이 소유하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그저 존재하기를 선택해.
―52쪽
낮이 가면 밤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는 우주의 순 환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평온해진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여유로워진다.
―76쪽
지루함은 빈 방이야. 머지않아 아름다운 무언가로 가득 찰 거거든.
―87쪽
우리 안의 어린아이를 다시 깨운다면 작은 것에도 감탄할 수 있지. 그러면 세상의 경이로움이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어.
―102쪽
수용이란 바꿀 수 없는 일 앞에서 나의 태도를 먼저 바꾸는 것, 그리고 변화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아는 것이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예상치 못한 일에 어떻게 반응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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