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밤이 지나면 찌릿했던 손톱에 선명하고 예쁘게 들었던 봉숭아 꽃물. 그런데 웬걸 어머니 손톱에는 나처럼 붉은빛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게 물들어 있었다. 일을 많이 해서 거칠어진 손톱은 꽃물도 싫어하는 걸 그때는 몰랐으니까.
지금 내 손톱도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았다. 아이의 손톱은 또렷이 봉숭아 물이 들었지만 내 손톱에는 여름이 스며들다 만 것만 같았다. 흐리터분하게 물든 내 손톱이 어머니와의 추억을 아주 선명하게 데리고 왔다. 툇마루에 앉아서 정성스럽게 싸매주시던 손길. 봉숭아 꽃물은 그렇게 어머니의 손에서 내 손으로 그리고 다시 딸아이의 손으로 옮겨갔다. 추억이란 이름을 달고서 말이다. 그때는 몰랐던 어머니의 손길을 나는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느끼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시간을 갈무리해 둔 내 손톱,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아마 딸아이도 내 나이쯤 되면 제 손톱에 제 엄마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알게 되리.
… (이하 생략) …
<불협화음이 빚은 글 한 포기> 한영옥
노숙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 왔던 지난날이 나의 무지의 민낯이었던지 부끄럽다. 절망의 늪에서 몇 번의 죽음을 시도하고 그 죽음의 자유마저 저당 잡힌 채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 늪에서 헤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따뜻한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회오리가 일 듯 많은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늘 갈등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누구라도 그 끝은 알 수 없는 것, 인생의 정답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그저 답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도서관 수많은 책 속에서 그 책을 만난 건 큰 의미였다. 어느 귀인을 만나 지극히 대접받은 이 기분.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무를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명 영원한 것은 없으리라. 봄이 되어 꽃이 피어도 그때 그 꽃이 아니듯. 더 성숙하고 곱게 피어날 그날! 자연의 섭리 안에 나를 맡긴다.
… (이하 생략) …
<탑> 김명옥
한 계단만 더 오르면
칠십이다
돌아보지 말자
등 뒤에서
또렷해지는
실수들이 따라온다
보잘것없는 생을
한 층 두 층
쌓느라
발바닥은
오래된 문지방처럼 닳았다
잘못 위에 잘못
층층 얹으며
봄비도
가을 햇살도
허투루 써버렸다
예순아홉의 남루
간신히
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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