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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 구제 금지
김성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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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7126
ISBN
9791170526568
출판사
글
일시재고부족
품목정보
출간일 2026-07-16
페이지, 크기, 무게 352쪽, 128*188mm, 352g
책소개

법의 테두리 밖 약자들의 비극을 파헤치는 흡인력 가득한 로맨스릴러
“한 줄로 설명하면, 로코풍 「헤어질 결심」” _ 진산(소설가)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에서 이야기 부문에 선정되고, 제4회 로맨스릴러 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자력 구제 금지』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살인 사건을 계기로 형사와 얽히며 벌어지는 로맨스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여러 약자들의 현실이 만나 흡인력 있게 그려진다. 저자는 맛깔스러운 문체로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아동 학대, 사적 제재, 여성 혐오 등 현대 사회의 여러 묵직한 문제들을 로맨스와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냈다.

“안정적이고 몰입도 높으며 입체감 가득한 작품” _ 김은하(전 비룡소 편집장)
“필력이 대단하고,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탁월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_ 김봉석(평론가)

단층짜리 집 옥상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할머니의 실종과 기묘한 생명 보험, 유산 상속 등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욕망이 뒤섞인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몰입도 높은 전개로, 황금드래곤 문학상 심사 당시 심사위원단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야기 부문에 선정된 작품이다. 냉소적인 자학 유머와 서술트릭으로 양념을 친 화자의 1인칭 시점이 언뜻 가볍게 읽히지만,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한 작품이다. 김성민 작가는 실제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하여 아동 학대, 노인 문제, 데이트 폭력 등의 다양한 약자들의 현실을 몰입도 높은 장르문학의 문법으로 그려냈다. 독자로 하여금 “과연 법이 구원하지 못한 약자의 사적 제재는 절대악인가?”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지며 깊은 사회적 함의를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법이 구원하지 못한 약자의 사적 제재는 절대악인가?

제목에 등장하는 ‘자력 구제’는 ‘일반적으로 자기의 이익이나 권리를 방어·확보·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기관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사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 용어다. 한국 사법부에서는 장기간의 가정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이를 법적인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데 엄격한 편이다. 2025년 12월 전주지법의 판결에 따르면, 수십 년간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정 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살해한 50대 여성에게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최소 5년)보다는 감경했지만 결국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은 “참는 게 현명했던 건지 착잡하다”면서도 사적 보복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함을 밝혀 사회적 고뇌를 드러냈다. 이처럼 현실에서 약자를 향한 폭력과 학대는 지속되지만, 사법 시스템이 이들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거나 피해자의 최후 반격을 범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 법적 한계는 늘 논란이 되어 왔다.
저자소개

저자 : 김성민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로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을, 『자력 구제 금지』로 제4회 브릿G 로맨스릴러 문학 공모전 우수상과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을 수상하였다.

▶수상 이력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선정
제4회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우수상 수상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줄거리

“그냥 그런 사람이 우연히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천벌을 받아 죽었다는 건 너무 교과서적이라서.”

초등학교 교사인 김은아는 자신의 옛 제자로 현재는 고등학생이 된 박소연과 함께 살고 있다. 소연의 친부는 딸에게 폭력과 학대를 일삼던 인물로, 소연을 돌보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은아가 그녀를 보호하며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민철이 자택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 형사인 장경준은 수사를 위해 은아를 찾아오는데, 은아는 재기발랄한 추리로 장경준을 들쑤신다. 박민철의 죽음이 단순 추락사가 아닌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주변 인물들이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 한편, 경준과 은아는 이웃집 여자와 그녀의 애인 사이에 벌어진 데이트 폭력 사건을 도우며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은아에게는 오래된 친구인 지환만이 알고 있는 어두운 과거가 있고, 그 과거가 현재의 연애에 불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책 속으로

순간 평소와 다른 느낌이 빠르게 전신을 훑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멈춰 섰다. 잠시 후, 이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냄새였다. 선명하면서도 역한,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는 냄새. 문은 끼리리릭,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였다. 회색 콘크리트로 덮인 어두운 마당이 보였다. 뻣뻣해진 목에 힘을 주어 고개를 들었다. 언뜻 시선을 끄는 것은 없었다. 천천히 다른 발을 대문 안으로 들였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동그래지더니, 이번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의 시그널을 ‘흥미 있음’으로 잘못 파악한 나는 신이 나서 더 떠들어 댔다.
“실족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겠죠? 다 큰 어른이 옥상에서 왜 떨어져요? 애초에 혼자 올라갈 이유도 없잖아요? 안 그래요?”
“너무 단언하시네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가령 담배를 피우러 갔다든가. 옥상에서 피운 지 얼마 안 된 담배꽁초도 나왔고요.”
“그건 더 이상한데요? 나 여기서 담배 피웠다고 광고를 하는 것 같잖아요. 마당도 넓은 집인데 담배 피우러 옥상까지 올라갔다고요? 제가 아는 박민철 씨는 교실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인데, 굳이? 혹시 다른 사람이 있던 흔적 같은 건 없었나요?”
“지금 타살이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형사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허.”
헛웃음 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어이없음과 비웃음의 중간쯤에 있는 얼굴.
그는 턱짓으로 방 한쪽의 책장을 가리켰다.
“추리 소설을 너무 많이 보신 것 같네요. 고전부터 신간까지 스펙트럼이 넓으신 것 보니 그쪽으로 조예가 깊으신가 봅니다만.”

“정확히 누구 짓입니까? 친부, 아니면 계모?”
“둘 다요. 멍은 계모, 화상은 친부, 골절은 계모, 타박상은 친부, 이런 식으로요.”
장 형사가 눈가를 찌푸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 보였지만 하지 않았다. 나는 상자에 서류를 다시 챙겨 넣으며 말했다.
“소연이는 4학년 때 벌써 다 커 버린 것 같은 아이였어요. 그 이유를 알게 됐을 때 너무 놀라서……. 제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무작정 신고부터 해 버렸어요. 한바탕 난리가 나고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끝나 있더라고요. 학대자인 계모가 충분히 반성을 했고, 친부가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나요. 제 말은 가해자들 변명만큼도 효과가 없었어요.”
제자리에 두려고 들어 올린 상자를 장 형사가 채어 갔다. 빈 상자처럼 가볍게 들어 책장 위에 올려두더니, 돌아서서 고개짓을 했다.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두어 달쯤 뒤에 소연이가 무단결석을 했어요. 종일 연락이 안 돼 집에 갔다가 혼자 앓고 있는 애를 발견했고요. 병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죠.”

“영양가 없는 사람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럼 세상이랑 혼자 맞설까요?”
“나라도 불러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룸 미러 속 그의 얼굴을 찾았다. 찌푸린 눈,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 언제나처럼 영 못마땅한 얼굴.
“이런 일 있을 때 전화하시라고요.”
잘못 들은 건 아니구나.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질문을 가득 담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였으나 그는 정면만 쳐다보았다.
“사건 사고가 따라다니는 체질 같은데, 섣불리 나섰다가 강력 사건 하나 더 만들지 말고 연락해요. 혹시, 내가 또 시간이 괜찮을지 모르니까. 뭐, 건장하기도 하고, 남자기도 하고. 아무튼! 전화하시라고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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