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쩌다 외교관, 그러다 국제기구
1. 케냐에서 마주한 맨얼굴
너에게 삶의 의미는
빨리빨리 말고 뽈레뽈레
우리 마을을 위해
머핀 하나의 아침
내가 몰랐던 매력
자연산 소고기의 맛
키베라에 살아요
사람이 아니라 낙타잖아요
내가 그어 둔 선
더 깎아 줄게요
저녁 시간은 가족과
리듬에 몸을 실어
나이로비에 산다는 건
머리에서 피가 나
내 다리는 어디로
사자와 눈싸움
여동생을 데려가
귀화해서 같이 살자
2. 당연함이 무너지던 순간들
북극곰은 어디 가고
휴양지의 아픈 기억
사하라에서의 하룻밤
에메랄드 협곡에 쓰러지다
216m 아래로 떨어지다
갠지스에 몸을 담그다
보리수 아래 깨달음
단순함에 대하여
계산할 수 없는 것
불시착하는 열기구
여기부터는 네 책임
에베레스트의 주인
미녀와의 데이트
아무것도 없었다
기억 속 마지막 장면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별빛을 이불 삼고
아프리카를 달리다
3. 천천히 길이 된 태국
자의 반, 타의 반
관광객이 만든 관광지
원숭이가 수영도 하네
잠시 자연으로 돌아가다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
창문을 열고 달리는 버스
옥상에서 쏟아진 폭포들
빠이를 지나 야산 앞 카페
이름만 다른 해변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것
호수가 아니라 논이에요
저녁 한 끼의 거리
살아 있다는 느낌
메콩강 위 두 여자
예측되지 않는 속도
아무도 추천하지 않은 곳
문득 떠오른 기억들
비로소 글이 시작되다
에필로그 그래도 아직 서두른다
저자소개
저자 : 박륜민
낯선 세상으로 떠나기를 좋아하는 관료다. 지난 27년 동안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대사관, 국제기구를 오가며 다양한 현장에서 일했다. 2년간 미국 시러큐스에서 행정학을 공부했고, 3년간 머물렀던 케냐 나이로비는 마음속의 고향이 되었다. 틈날 때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만났다. 한겨울의 북극권, 부시먼이 사는 사막,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 등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어 왔던 곳들을 다녔다. 히말라야 칼라 파타르를 비롯한 높은 봉우리에 네 차례 올랐다. 현재는 방콕의 한 국제기구에서 근무 중이다.
그동안 환경 분야에서 일하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집중해 왔다. 기후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마주한 이후에는 어떻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정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늘 궁금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학문적 탐구로 이어졌고, 한국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는 낯선 세상을 지나며 세상을 향한 시선과 태도가 조금씩 달라져 가는 순간들을 기록한 책이다. 케냐의 다른 리듬 속에서 효율과 성과에 익숙했던 감각이 흔들렸다. 마주하는 사람들과 풍경이 다양해질수록 흔들림은 점차 내면을 향했다. 그리고 태국에 살면서 하루의 속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순간들을 54개의 에피소드에 담았다.
출판사 서평
여행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준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우리는 빠른 삶에 익숙하다. 빨리 판단하고, 빨리 처리하고, 빨리 성과를 내야 안심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이익이 되는지, 남들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 지금의 시간이 효율적인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에게 나이로비의 시간은 낯설 수밖에 없다. 아니, 불편하다.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의 저자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성과 관리와 정책 업무 속에서 숫자와 지표로 세상을 이해해 온 사람. 그러나 케냐에서 그는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인터넷 설치 하나에도 ‘뽈레뽈레’가 돌아오고, 가족과의 저녁을 위해 야근을 거절하는 사람, 자기 성공보다 마을의 수도 시설을 먼저 떠올리는 학생. 그들의 낯선 대답 앞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균열을 발견한다.
그날 독일 동료의 질문에 끝내 답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까지 일하느냐보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더 어려웠다.
_본문 중에서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는 낯선 곳, 새로운 문화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데 있지 않다. 저자는 케냐와 태국,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통해 자신이 품고 있던 편견, 불안, 계산, 우월감, 효율 중심의 사고를 깨닫게 된다. 키베라를 위험한 빈민촌으로만 보았던 시선, 흥정 앞에서 사람보다 계산을 먼저 떠올린 마음, 다른 아름다움의 기준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태도까지, 모든 게 저자 자신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의 형식을 가졌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의 태도를 묻는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세계 여러 나라, 장소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장소들이 저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그 답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시간을 가졌느냐이다.
특히 이 책은 30~50대 직장인,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방향이 흐릿해진 사람, 안정된 자리에 있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 성과와 비교의 언어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요소가 많다. 왜냐하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대단하거나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의 업무와 관계, 선택 속에서 오래동안 미뤄 둔 질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나이로비와 방콕을 지났어도 여전히 자신이 서두르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한 번 멈추어 본 사람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달릴 수 없다.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가 건네는 위로도 여기에 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속도를 의심해 본 사람은, 다시 달리게 되더라도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묻는다는 점이다. 여행의 감각을 빌려 삶의 방향을 묻는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를 통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서, 내가 믿어 온 속도와 기준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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