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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우주: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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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5411
ISBN
9788961964715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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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8-27
페이지, 크기, 무게 284쪽, 140*207mm, 369g
목차
프롤로그 나만의 집을 짓는 이유

환대하는 집, 온기(溫氣)
벽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무언가(無言家)
낮고 넓고 깊은, 빌라파티오(Villa Patio)
집으로 가는 길, 모노(mono)
보거나 보여지거나, 연주가(演奏家)
헌집과 새집, 빛담집(Sunbeam Haven)
식구는 여덟, 오하나 집(Villa Ohana)
살림집과 스테이 중간 어디쯤, 류원(流園)

참고 자료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최준석
건축사, 건축 에세이스트. 빈 땅과 빈 종이처럼 빈 여백을 보면 집이든 글이든 어떻게 채울지 상상하는 게 취미다. 건축사 사무소 나우랩(NAAULAB)을 운영하며 다양한 의뢰인의 설계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단독주택 집 짓기를 통해 ‘나만의 우주’를 원하는 사람들의 집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지은 책으로 『집의 귓속말』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 『건축이 건네는 말』 『서울 건축 만담』(공저) 등이 있다.
2024년 경기도 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집을 짓는다는 건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
집을 지으며 생각한 것들

건축가인 저자는 평생 많아야 한두 번 경험하는 큰 사건으로 ‘결혼’과 ‘집 짓기’를 꼽는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설계해달라고 찾아오고, 함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혼에 버금갈 만큼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건축주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집을 짓는 일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 과정에서 찾은 세 가지 답을 들려준다.
첫째, 집 짓기는 ‘과거의 성찰’이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설계 도면 앞에서 빈 공간을 채워나가려면 자연스럽게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가장 편안한가?’ ‘우리 가족이 서로 눈을 맞추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다보면 공간에 대한 취향을 넘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발견하게 된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집에서 살아갈 나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나만의 집을 짓는 일은 ‘더 나은 삶을 향한 능동적인 의지’다. 집은 과거의 기억을 담아두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그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창의 크기와 방향, 가족이 함께 머물 식당의 모습처럼 집에 담긴 선택 하나하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공간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주어진 환경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대신, 스스로 바라는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셋째, 집 짓기는 ‘나’를 넘어 이웃과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다. 집은 개인과 가족의 사적인 안식처인 동시에 자연 위에 지어져 주변의 풍경과 이웃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내 집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내가 사라진 뒤에도 집은 남아 누군가의 삶을 담을 수 있다. 결국 집을 짓는 일은 개인의 욕망을 넘어 이웃과 사회, 자연과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일로 확장된다.

삶을 담는 공간을 넘어
삶을 바꾸는 집 이야기

책에는 저자가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온 여덟 채의 집이 담겨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건축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집에 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고 싶은 사람 등 각자의 바람은 집의 형태와 공간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그래서 저자는 집을 완성하고 나면 “진짜 건축가는 집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건축가가 공간의 틀을 만들었다면, 그 공간에 삶을 불어넣고 집을 완성하는 사람은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설계한 것은 집이지만, 그 집을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시간과 경험이다.
나만의 집을 갖는 과정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미처 알지 못했던 나와 가족을 새롭게 발견하는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 동안 우리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며, 가족과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한다. 결국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을 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에 실린 여덟 채의 집에 담긴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는 아직 집을 짓지 않은 이들에게 미래의 집을 상상하는 작은 씨앗이 되고, 이미 집을 지은 이들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내가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을 그려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삶을 담아낼 나만의 집, 나의 우주를 상상해보자.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책 속에서

설계는 의뢰인의 생각에서부터 실재하는 집을 만들기 위한 도면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의 조율자 역할을 건축가가 맡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건축가는 어떤 면에서는 무색무취의 물 같은 마음으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뜻 흐르지 않는 듯한 물도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방향성을 갖고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느리지만 어떤 방향으로 흐른다는 감각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미묘한 범위 안에서 설계의 방향이 조정될 때 좋은 집이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_21쪽

우리에게 집은 뭘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하는 단순한 숙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나와 함께 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합니다. 집을 유기체로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복도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의자가, 또는 비 오는 날 처마 밑 작은 테라스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그런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각자 ‘나만의 규칙’으로 집 곳곳에 채워질 때 의미가 생긴다는 점입니다._37쪽

집에서 의도된 빈 공간들은 미래의 사유가 스며들 자리입니다. 말하자면 정신의 여백이지요. 우리는 집 안의 이런 공간에서 타인의 시선에 쪼그라들었던 본연의 모습을 다시 일으키고 마주합니다. 책장 어딘가에 있는 들추다 만 소설의 중반부를 다시 펼치거나, 쓰다 덮은 노트를 펴고 다시 뭔가를 쓰는 것처럼요._39쪽

주택에서 벽과 담의 의미를 탐색하다보면,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를 반영하는 반사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벽을 세울 것인가, 어떤 담을 쌓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도 각자의 성향과 삶의 태도가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완전히 닫힌 벽을 선호하는 사람은 안정감과 고독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열린 담을 선호하는 사람은 관계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변적인 벽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정된 생활을 따분해하고 변화 있는 삶을 선호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벽을 좋아하는 사람은 예측 가능성을 선호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벽 하나로 사람 심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요._72~73쪽

저는 빌라파티오가 효율과 기능 없는 공간의 유용함을 실행하는 집이길 기대했습니다.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닌 ‘놀기 좋은 은신처’를 상상하며 도면을 그렸죠. 중정을 빙글빙글 도는 동선은 기능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입니다. 안방에서 아이 방으로 가려면 바로 가로지르는 대신 복도를 따라 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아이에게는 일종의 트랙이 됩니다. 때로는 술래잡기의 공간이 되고 새로운 놀이의 무대도 되지요._109쪽

단독주택에서 지하실은 ‘자아의 창고’라 불릴 만합니다. 지하실에 로망을 갖는 이유는 그곳이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온갖 사적인 것들―꿈, 기억 같은―을 담는 창고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꿈은 미래이고 기억은 과거입니다. 그러니 지하실은 현재를 벗어나 미래나 과거로 가기 위한 장소가 되는 것이죠._121~122쪽

집에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거주자의 취향과 건축가의 의도입니다. 그 둘이 잘 결합만 하면 그 집만의 특징적 공간이 탄생하게 되죠. 아파트가 효율을 위해 방 크기와 위치를 규격화한다면 단독주택은 거주자가 집 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기분을 느낄지에 집중합니다._144쪽

무엇이 좋은지 잘 모르더라도 싫은 게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 그런 방식으로도 설계 방향은 꽤 만족스럽게 조율될 수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용도에 따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실외 공간이 여러 군데 있으면 일상의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연주가의 실내 면적은 60평이 채 안 됩니다. 크지 않지만 막상 둘러보면 작은 집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좋고 싫고가 분명한 영준씨 취향대로 지어진 집이니까요. 움츠린 듯 펼쳐진 집, 가려진 듯 열려 있는 집, 튀는 듯 주변과 잘 어울리는 집……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걸 하나씩 빼다보면 괜찮은 것만 남은 집이 될 수 있음을 연주가 설계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_161~162쪽

완공된 순간부터 집은 늙기 시작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재료는 비바람에 삭고, 색은 바래며, 문짝은 삐걱거립니다. 하지만 집이 나이든다는 건 외형적 퇴색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집이 나이들수록 그 집에 살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고 집에는 한 가족이 그곳에서 보낸 역사가 쌓여갑니다. 벽지의 낙서와 문틀에 새겨진 키재기 눈금들은 집이 거쳐온 시간을 웅변합니다._188~190쪽

몇 식구가 함께 사는가는 늘 가장 처음에 하는 질문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닙니다. 왜 집을 지으려는 건지, 누구와,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함께 살려고 하는지를 탐문하는 것이야말로 설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죠. 엄마와 아빠, 자녀 둘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은 평범한 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1인 가구에게는 다른 형태의 집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_223쪽

다양한 집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과 만나 함께 설계하다보면 집도 집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정을 담아 집을 아끼고 바라봐주면 집은 점점 빛이 납니다. 반대로 애를 써서 잘 지어놓은 집이라도 정 없이 살며 보듬어주지 않으면 금방 빛이 바래고 볼품없게 되죠._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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