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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양장) - 마음산책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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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5747
ISBN
9788960901087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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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9-05
페이지, 크기, 무게 212쪽, 128*185mm, 297g
목차
1
채식주의 스캔들
형배 씨를 기억하시나요
어느 망명 작가의 참인생
당신의 등 뒤에서
간주곡 1-팡세의 동전

2
해후
괴물과 함께
대기실
리마 이야기
간주곡 2-149들의 아침

3
옛날 야구는 살아 있다
라무 씨의 사랑
호텔 야화
당신의 무의식과 대화하십시오
간주곡 3-외계인과 전자레인지

4
지혜의, 지혜에 의한, 지혜를 위한 잔혹 동시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이장욱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캐럴』 등이 있다. 문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일상에 드리운 이상한 기척
웃음과 불안, 태연과 기이 사이에서

이장욱은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익숙한데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고, 그 감각이 “으스스”하다고 표현했다. 이 책에서 풍겨오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특별한 공간이나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상에 작은 어긋남이 생기면서 평범했던 장면은 어느 순간 낯선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 근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모퉁이에 네 사람이 서 있어. 한 사람이 걸어가서 두 번째 사람의 등을 툭, 치잖아. 두 번째 사람이 걸어가서 세 번째 사람의 등을 툭, 치고. 세 번째 사람이 걸어가서 네 번째 사람의 등을 툭, 치고. 네 번째 사람이 다음 모퉁이까지 걸어가서 등을…… 근데 거기에는,
네 사람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가 서 있는 거지?
_「당신의 등 뒤에서」

채식주의자 연인과 헤어진 뒤 육식에 집착하다 냉장고 속 고기의 눈이 자신을 바라본다 느끼고(「채식주의 스캔들」), 대학 시절 친구 네 명이 함께했던 게임이 실은 네 사람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었음을 깨닫고(「당신의 등 뒤에서」),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 도시를 떠돌며 저지르는 연쇄살인이 어느새 평범한 기삿거리가 되고(「리마 이야기」), 호텔에서 실종된 연인의 머리통을 존재할 리 없는 객실에서 발견한다(「호텔 야화」). 이처럼 황당하고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이야기는 좀처럼 심각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이상한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인물들 사이로, 서늘한 장면에 뜻밖의 웃음이 끼어든다.

이와 같은 온도 차가 독특한 서사를 만든다. 작가는 불가해한 상황을 밀어붙이면서도 그것을 극적인 사건으로 과장하기보다 인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다. 죽음이나 실종 같은 사건이 벌어진 뒤에도 그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세계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간다. 오히려 그 태연한 지속이 사건의 기이함을 선명하게 한다. 이장욱의 소설이 남기는 으스스함은 바로 그 아무렇지 않음에서 생겨난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바라보기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 너머에 남겨진 질문들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에서 이장욱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형배 씨를 기억하시나요」에서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는 한 사람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고, 「해후」에서는 죽음을 앞둔 아내의 옛 연인을 찾아 나선 남편을 통해 사랑과 기억의 불확실성을 들여다본다. 한 사람의 존재는 기억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고, 그 기억이 언제나 실제 모습과 겹치는 것도 아니다.
한편 「괴물과 함께」에서는 해안에 나타난 괴물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점점 도시로 다가온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괴물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류가 맞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그러나 거대한 괴물의 등장에도 개인의 삶은 멈추지 않는다. 이장욱은 괴물을 둘러싼 거대한 논란과 그 안에서 이어지는 개인의 일상을 나란히 놓으며, 하나의 사건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경험되는지를 보여준다.

밤이 오고 있었다. 어둠이 실내로 밀려들어 찬희가 사다 놓은 작은 벤저민 화분에 스며들고 있었다. 내 머릿속으로 엉뚱한 생각이 지나갔다. 괴물에게도 목적이라는 것이 있을까? 존재의 목적 같은 것? 사랑의 목적은? 아마 없겠지. 없을 거야. 괴물은 괴물이니까. 목적 따위가 무슨 상관이람. 그냥 존재하는 것들이.
_「괴물과 함께」

기억되지 않는 사람,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옛 연인, 수많은 해석 속에 놓인 괴물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존재의 본질을 규정하는 일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대상을 하나의 의미로 봉합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시선과 해석이 충돌하는 자리에 이야기를 세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소설 속 존재를 바라보던 자신의 시선까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지나치며 살아가는가. 이장욱의 소설은 그 질문을 기묘한 이야기의 형태로 펼쳐 보인다.

· 작가(이장욱)의 말

문학을 하는 일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출발점 자체를 질문하고 문제시하는 것 말입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우리가 무심결에 승인하는 삶의 전제라든가 감각을 다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문학이란 물 글씨로 쓰인 선박 건조 안내서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는, 무인도를 벗어나 망망대해에서 당신을 만나려는 노력이라고 말입니다.


책 속으로

「어느 망명 작가의 참인생」
처음엔 범상한 소설을 쓰다가 극작가로 전업한 앨런 리는 평생 두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희곡집을 남긴 미국 작가이다. 미국 작가라고는 했으나 실은 혁명과 내전에 휘말린 조국을 떠나 일찍이 1세계로 망명한 작가였다. 말년에 그는 어느 글에서 “이 세계의 진정한 문학은 지하철노선도이다”라고 적은 적이 있다. 물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 정의는 아무에게도 다시 인용된 적이 없다. 아마도 그가 영문학 전공자들도 잘 모를 만한 무명이었다는 게 또 다른 이유였을 것이다.
--- p.39

「해후」
제주도 남자가 답했다. 그건, 선생님이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 순간에 어떻게 진실을 말하겠습니까. 이제 와서라도 진실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고수 씨는 남자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듣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했다. 아아, 이 전화는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 같군요. 저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 p.85

「리마 이야기」
어느덧 리마의 살인은 이제 신문 구석의 작은 가십난에서만 이따금 다루어졌다. 그나마도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범죄 경력이 특이한 경우에 한해서였다. 사흘에 한 명씩 도시에서 한 남자가 죽어가지만, 이제 아무도 리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더 지나자 사람들은 이 정기적인 죽음을 어쩐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 p.125

「옛날 야구는 살아 있다」
다행히 동점은 허용하지 않은 셈이지만 이제 2사 만루. 스코어는 3 대 2. 마지막 타자는 2017년의 이대호였다. 그는 인터타임리그에만 오면 맹타를 휘둘렀다. 1987년 팀의 벤치에서 타임을 요청했다. 투수 교체였다. 시우는 벌떡 일어섰다. 나도 시우를 따라 일어섰다. 드디어 ‘그’가 나왔기 때문이다. 1987년의 마지막 구원투수. 역동적인 투구폼에 깨끗한 직구와 화려한 커브를 가진 전설의 투수. 최동원이었다.
--- p.140~141

「라무 씨의 사랑」
이 언어의 특징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녀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랑들은 각각의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라무 씨는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망했습니다.”
--- p.148

「당신의 무의식과 대화하십시오」
꿈은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보고입니다. 무의식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자아를 온전히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뇌를 100퍼센트 활용한다면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허황한 논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인간의 삶을 통합하고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p.169

「지혜의, 지혜에 의한, 지혜를 위한 잔혹 동시」
그래도 나는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씩 다르고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씩 닮아가고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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