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숙희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미술을 공부하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그림책 분야의 파워 라이터로, 2010년에 출간된 《너는 기적이야》는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독자들이 뽑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괜찮아》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그림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해외에도 판권이 수출되는 등, 수많은 부모와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07년 스웨덴 국제도서관 초청 작가, 200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2000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과 2002년 아시안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입상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모르는 척 공주》, 《엄마가 화났다》, 《너는 기적이야》,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누구 그림자일까?》,《괜찮아》, 《나도 나도》들이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모르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도 다 알아요
집안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곤 합니다. ‘엄마 아빠 왜 자꾸 싸워요?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정말로 같이? 살기 싫어요? 이혼할 거예요?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버려지는 거예요?’ 수많은 질문을 꾹꾹 삼킨 채 말입니다. 제가 아는 척을 하면 가슴 속에 품은 불안이 모두 현실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음의 빗장을 닫아거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빗장을 단단히 닫아걸어도 불안과 공포는 야금야금 아이들 마음속으로 파...
모르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도 다 알아요
집안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곤 합니다. ‘엄마 아빠 왜 자꾸 싸워요?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정말로 같이 살기 싫어요? 이혼할 거예요?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버려지는 거예요?’ 수많은 질문을 꾹꾹 삼킨 채 말입니다. 제가 아는 척을 하면 가슴 속에 품은 불안이 모두 현실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음의 빗장을 닫아거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빗장을 단단히 닫아걸어도 불안과 공포는 야금야금 아이들 마음속으로 파고듭니다. 부모가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본 아이들은 눈치꾸러기가 되기 쉽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저한테도 똑같이 화를 내고 비난을 할까 싶어 슬금슬금 부모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이지요. 부모의 싸움이 제 탓이라 여겨 자책을 하거나 자신감을 잃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또 불안과 공포, 긴장을 이기지 못해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하지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뉴욕 로체스터 메디컬 센터에서 5세부터 10세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부부간의 불화가 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질병에 걸리는 확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가슴속의 불안과 공포가 아이들의 마음은 물론이고 몸까지 병들게 하는 것이지요.
사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의견 대립이나 충돌이 없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설령 서로 사랑해서 함께 살아가기로 한 부부 사이라 해도 마찬가지지요. 부부 사이만 놓고 보면 싸움은 어쩌면 ‘필요악’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의견 대립이나 충돌이 없다면, 그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고 있거나 서로 관심이 없다는 뜻일 테니까요. 아이들도 지나치지만 않다면 부모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보며 자라는 편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만을 보여 주거나, 부모가 싸웠다는 사실 자체를 무작정 감추려고만 드는 데 있습니다. 부모가 애써 감추려 해도 둘 사이의 불편한 기운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이자 저항이 바로 ‘모르는 척’이지요.
모르는 척하지 말고 네 마음을 말해 봐
《모르는 척 공주》는 그렇게 제 둘레에 높은 탑을 쌓고 스스로를 가두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안아 주는 책입니다.
왕과 왕비가 사나운 용과 무서운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며 싸운 다음날, 어린 공주는 성 안에 감도는 냉랭한 기운을 모르는 척 아침을 먹고 모르는 척 블록 쌓기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블록을 높이 높이 쌓고 또 쌓다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공주가 어느새 높은 탑에 들어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와 있어도, 가슴을 짓누르는 걱정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청하지도 않은 꼬마 손님들까지 잇따라 들이닥쳐 애써 모르는 척하려던 마음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냅니다. 무섭고 슬프고 화나고 걱정되는 마음들을 말입니다. 어쩌면 그 마음들이 나를 좀 알아달라고, 나를 좀 꺼내 달라고, 작은 새와 아기 생쥐와 꼬마 용과 어린 왕자의 모습을 하고서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지요.
꼬마 손님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공주도 스르르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사실은 나도 그래.” 공주가 울먹이자 아이들도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 소리에 높은 탑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부모들은 싸움을 멈추고 바람처럼 달려옵니다. 엄마 아빠도 너와 네 친구처럼 서로 생각이 달라서 다툴 때도 있지만, 너를 잊은 건 아니라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없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르는 척 공주》는 옛이야기의 틀을 빌려와 아이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 만큼 거리를 확보한 뒤, 나직한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네 작은 가슴으로 감당하기 힘든 걱정거리가 있거든, 그저 모르는 척하지만 말고 누구에게라도 용기 내어 말을 해 봐. 무서워요, 슬퍼요, 화가 나요, 걱정돼요, 내 마음을 알아 줘요, 하고 말이야. 네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그 누구라도 네 손을 마주잡아 줄 거야. 어쩌면 그것만으로 걱정거리가 반은 덜어질 수도 있어. 그리고 네가 부르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올 사람은 바로 네 엄마 아빠란다.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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