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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작가로는 최초로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린다 수 박의 신간 『초원의 연꽃』이 출간되었다. 동양인 혼혈 한나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면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동화는 린다 수 박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인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린다 수 박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겪으며 성장했다.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던 어린 시절,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을 반복해 읽으며 언젠가 완벽한 미국인이 될 거라고 여겼지만 잘못된 믿음이었다. 미국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가한 폭력 말고도 미국 내 유색인종을 차별해왔지만 지금껏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린다 수 박은 수많은 유색인종이 감내한 희생과 진실을 한나의 목소리로 전한다. 한나의 말처럼 “세상은 부당하고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린다 수 박
아시아계 작가로는 최초로 2002년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한국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린다 수 박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겪으며 성장했다.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던 어린 시절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을 거듭 읽으며 언젠가 완벽한 미국인이 되기를 소망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석유 회사의 홍보 담당, 광고 회사 직원, 요리 전문 기고가, 영어 교사로도 일했다. 부모가 된 후 자신의 뿌리인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두 자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뒤늦게 한국을 소재로 삼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 이름은 박명진이다.
역자 : 김경미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어린이책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행복을 나르는 버스』, 『나의 이야기, 알마』, 『열네 번째 금붕어』 등이 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은 국내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 자란 린다 수박의 어릴 때 친구가 동화 ‘초원의 집’ 시리즈였습니다. 어릴 때 그는 주인공 로라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면 언젠가 미국인이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건 한참 후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초원의 집’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예컨대 ‘초원의 집’ 속 엄마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싫어했고, 증오했습니다. 동경했던 ‘초원의 집’은 철저하게 백인의 시각으로 서술된 책이었고, 린다 수 박이 이웃에 살았다 해도 결코 로라와 친구는 될 수 없는 거였습니다.
린다 수 박은 동화를 통해 감추어진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말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다만, 로라가 살았던 19세기 초, 아직 한국인 이민자가 미국에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인 엄마와 백인 아빠를 둔 한나라는 여주인공을 탄생시켰습니다. 동화 속 배경인 19세기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미국인이 중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불법’(211p)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초원의 연꽃』은 린다 수 박이 인생을 바쳐 쓴 이야기이자 가슴 아픈 화해의 시도입니다.
그리고 애틀랜타 총격사건
1880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초원의 연꽃』에서 주인공 한나는 동양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가장 기본적인 일상마저 금지당합니다. 예컨대 학교를 다니고, 단 한 명의 친구를 사귀고, 직업을 갖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한나의 잘못이 아닌 일에도 편견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린다 수 박의 문제의식은 2021년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시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는 동화 속 역사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이일을 계기로 뒤늦게 워싱턴 D.C.에서는 1987년 이후 34년 만에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아시아계 혹은 여성을 향한 증오범죄에 대해 LA 거주 한국인들은 차량 시위를 열어 인종 차별 문제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아시아인 인권운동이 시작되자 그동안 쌓인 인종 차별에 대한 아픈 기억을 고백하는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열의 맨 앞에 린다 수 박과 한나가 있습니다.
★ 우리 안의 차별
동화 속에는 두 가지 차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째는 한나가 동양인이기에 겪는 차별입니다. 한나가 학교에 다니자 마을 사람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습니다. 백인과 유색인이 한 학급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차별입니다. 한나의 엄마는 동양인 혼혈이고 아빠는 백인입니다. 동양인과 결혼한 아빠는 한나의 엄마가 겪은 차별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나 백인인 한나의 아빠 역시 이중적인 잣대를 지녔습니다. 백인인 아빠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편협한 시각으로 차별했습니다. 한나 가족이 이주한 라포지는 원래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입니다. 서부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저질러진 미국 개척기는 폭력의 역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빠는 가족이 겪는 차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차별의 시선으로 대합니다. 백인이 지닌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아빠와 한나는 대립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디 한나의 아빠뿐 일까. 우리 역시 백인과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다른 잣대로 바라봅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외국인을 쉽게 만나는 시대를 합니다. 그럼에도 백인에게는 선망의 눈초리를, 동남아시아 노동자에게는 비하의 시선을 보냅니다. 한나의 이야기는 역사 동화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동화를 읽고 잘못된 잣대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보낸 적은 없는지를 이야기해 보면 좋을 책입니다.
★ 포기하지 않는 용기
『초원의 연꽃』은 또한 한 소녀가 자신 앞에 주어진 제약과 한계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훌륭한 성장 동화입니다. 한국인 혼혈 엄마에게 한나는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시간을 아끼려면 시간을 들여야 해.”(185p), “너에 대한 생각을 멈춰. 다른 사람들을 봐.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해.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생각이 들어설 공간이 사라져.”(123p)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바느질과 재봉에 대한 재능까지 물려받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자, 한나는 빨리 졸업시험을 치러 학교를 졸업합니다. 대신 ‘드레스메이커’가 되겠다는 꿈을 이뤄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린이들은 자라며 자신이 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고 포기하거나 울분을 토하는 일만은 아닙니다. 한나는 자신의 꿈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는 순간,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합니다. 한나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당면한 문제를 마주하는 용기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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