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중요한 일들은 일기장에 다 써 놓지.
늘 기억하려고.”
생생히 기억하고 대물림해야 할 소중한 것에 대하여
『리시의 다이어리』는 리시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 기록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풀어낸 그림책이다. 어린이 독자에게는 따뜻한 울림을, 어른들에게는 손으로 기록하는 행위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켜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를 연결하는 100세 그림책으로 손색이 없다.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낸 글 작가, 네덜란드 어느 작은 동네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이국적인 배경과 분위기를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 작가, 네덜란드어 원작을 그대로 완역하여 원서의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살린 역자가 빚어낸 온기 가득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세계 그림책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엘런 델랑어 Ellen DeLange
네덜란드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에 빠져들었다. 의학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쓴 첫 그림책을 벨기에 클라비스 출판사에서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언제나 너를 사랑해》 등이 있다.
그림 : 일라리아 차넬라토 Ilaria Zanellato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그림책과 잡지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되는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역자 : 김영진
한국에서 영문학을, 독일에서 번역학을 공부하고 독일 본 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삐삐 그래픽노블> 시리즈,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 《내 인생 첫 캠프》, 《그림 없는 책》 등이 있으며, 독일어와 영어 외에도 《아빠가 덤불이 되었을 때》, 《아빠를 위해 죽은 생쥐》 등 네덜란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바야흐로 ‘황혼 육아’ 시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금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조부모 세대와의 관계는 어른들이 자신의 조부모 세대와 맺었던 관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일까. 손주들과 살을 부대끼며 삶을 공유하는 존재이자 주체로서 조부모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낸 그림책이 요즘 점점 더 눈에 띈다.
『리시의 다이어리』도 이런 그림책들과 맥을 나란히 한다. 할머니의 생일날, 리시는 생일 선물로 예쁜 꽃다발과 일기장을 준비한다. 생일날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내는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 그리고 둘의 대화와 표정과 공간에 사랑과 다정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런데 꽃다발과 일기장을 보며 기뻐하는 할머니에게 리시가 묻는다. “할머니, 일기가 뭐야?” 할머니는 리시에게 일기의 사전적 의미를 알려 주는 대신 옛 일기를 읽어 주는 쪽을 택한다. 일기 속 이야기에 흠뻑 빠진 리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자, 할머니는 바로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고 밝힌다.
“좀 전에 읽어 준 이야기들은 내가 너만 했을 때 쓴 거야.
난 그 일기장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모아 놨단다.”
『리시의 다이어리』는 리시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아이들과 부모 세대, 그리고 조부모 세대에게까지 두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조부모를 질병이나 노화 앞에서 약해진 존재나 추억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지금의 세대에게 ‘붙잡아야 할 것’에 관해 애정 어린 마음으로 조언해 주고 기꺼이 대물림해 주는 지혜로운 전달자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더욱 빛난다.
이 책의 글을 쓴 작가 엘런 델랑어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 사랑하는 할머니 옆에 앉아 할머니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추억과 경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페이지들을 넘기며 독자들은 따뜻한 삶의 페이지들을 함께 붙잡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하고 기억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전하다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모두를 잇는 100세 그림책
최근 몇 년 사이 그림책 전문 서점이 늘고, 성인을 주요 독자로 한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100세 그림책(전 연령 그림책)’이 그림책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는 등 그림책의 독자층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리시의 다이어리』 역시 그림으로 문학을 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어른들에게까지 너끈히 가닿아,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유효한 ‘그림책의 힘’을 전하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며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오늘의 기록은 또 내일의 기억이 된다. 그러고 보면 기록한다는 것은 곧 기억하는 일과도 같다. 『리시의 다이어리』의 할머니 역시 중요한 일들을 ‘늘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고 말한다.
“지금도 중요한 일들은 일기장에 다 써 놓지. 늘 기억하려고.”
아날로그 세대인 할머니의 입을 통해 이 책은 일기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것임을,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임을 디지털 세대인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 주고, 기록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전한다.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감성과 분위기를 ‘다이어리 꾸미기’와 같은 취미와 문화로 확장하는 20~30대의 키덜트 세대, 한 글자 한 글자 펜으로 눌러 쓰며 손글씨로 기록하는 행위가 당연했던 그 윗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어른들로 하여금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나라 그림책에서 발견하는 낯선 즐거움
우리는 종종 ‘그림책’을 통해 다른 나라나 다른 시대, 때로는 다른 문화를 여행한다. 『리시의 다이어리』는 독자들을 작가가 나고 자란 네덜란드 어느 작은 동네로 이끈다. 집과 가게들, 돌바닥, 그리고 할머니 집 안 곳곳을 장식하는 액자, 화분, 책, 가구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풍경들이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한 끗 차이의 색감이다. 채도는 낮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색들을 조화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사용해 할머니와 리시의 교감을 안정감 있고 온기 가득한 그림으로 빚어냈다. 할머니가 읽어 주는 일기 속 이야기를 나타낸 장면에서는 채도를 더 낮추는 방식으로 변주를 준 것도 흥미롭다.
세계 그림책으로서의 완성도가 더욱더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중역이 아닌 네덜란드어로 쓰인 원작을 우리말로 옮겨 낸 역자 김영진의 노고 덕분이다. 네덜란드어와 그 문화에 기반한 배경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려는 역자의 노력은 원서의 재미와 감동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유럽의 어느 골목과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국적인 배경, 그곳의 공기를 머금은 듯한 색감, 그리고 문학적 감동을 생생히 전하는 완역까지, 『리시의 다이어리』는 독자들에게 완성도 높은 세계 그림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경하고도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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