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열두 번째 봄,
시인 진은영과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함께 건네는
세상 모든 아이의 삶을 축원하는 시 그림책
세월호 참사 이후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기억해 온 두 작가가 만났다.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지 못한 아이를 위해 쓰였던 진은영의 시 옆에, 참사 이후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담아 왔던 이수지의 그림이 나란히 놓였다. 너무 이른 이별 뒤,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슬픔의 대가족”이 된 우리를 조금 더 넓어진 품으로 끌어안는 이 시 그림책은, 세상 모든 아이의 삶을 축원한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진은영
시인이자 교수, 번역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전공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번역서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 『에어리얼 복원본』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등이 있다.
그림 이수지
그림책 작가. 대학에서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했다. 책의 물성을 이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글 없는 그림책 작업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와 에너지를 책에 담고 있다. 한국 작가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작가 부문을 수상했다. 『여름이 온다』로 2022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뉴욕 타임스 그림책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강이』로 ‘한국출판문화상’ 인촌상, 『토끼들의 복수』로 스위스 가장아름다운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 『검은 새』 『파도야 놀자』 『선』 『강이』 『눈 내리는 삼일포』 『여름이 온다』 『춤을 추었어』, 산문집 『만질 수 있는 생각』 등이 있다.
우리를 기꺼이 “슬픔의 대가족”으로 만들어
눈물로 젖은 마음을 끝내 환히 밝혀 주는
오래 기다려 온 그리움의 편지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에는 그림책에 맞게 줄인 진은영의 시 「그날 이후」와 이수지의 그림이 나란히 놓였다. 시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해에, 어김없이 맞게 되는 아이들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맞춰 시인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받아 적었던 ‘생일시’ 가운데 한 편이다. 생일시는 각 아이의 생일날 아이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생일모임’에서 읽혔다. 너무 이른 작별 이후,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대신해 남은 이들에 대한 당부와 감사 그리고 사랑의 말을 전했던 시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조금 더 넓어진 품으로 “슬픔의 대가족”이 된 우리를 끌어안는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세상의 단 하나뿐이면서 모두인
그 모든 탄생을 축복하게 만드는 시 그림책
세월호 참사 이후,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집을 나서는 고등학생 아이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갓 태어난 아이가 우는 앞모습으로 끝나는 큰 구성을 짜 두고 이따금 그림을 잡았다 놓았다 하며 홀로 작업을 끌어오고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사건을 기억하며, 우리 곁 반짝이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뒷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이었다. 진은영 시인의 「그날 이후」와 이수지 작가의 작업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시의 마지막 문장인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와 이수지 작가가 ‘뒷모습’이라는 가제로 진행해 오던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인 갓난아이의 앞모습이 마치 서로를 기다려 온 듯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아이들의 잊을 수 없는 일상 속 한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그림은, 매일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말이 담긴 시와 만나며 맞닿은 자리에 조금 다른 그리움을 만들어 낸다. 이 그리움은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고 손 내밀게 만드는 작은 사랑의 시작이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이 마지막 행을 만나면 독자는 이렇게 가만히 읊조리게 된다. “생일 축하해.” 어떤 그리움, 미안함을 넘어 끝내 고마움, 사랑을 담아 모든 탄생을 축하하고 환영하면서.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 세월호 참사 관련 공익적 활동에 기부됩니다.
◆ 저자의 말
이 책의 독자님께,
언젠가 꼭 생일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종이를 엎었다 펼쳤다, 어떻게 그릴지 고민만 하다가 두서없이 작업 노트에 몇 자 적곤 했습니다.
울고 싶지만 따뜻하게,
한 번 걸러 낸 마음으로.
뭘 자꾸 그리려 하지 말고,
빡빡하게 칠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담아서 무심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자유롭게.
밀도가 있으면서
밀도가 없게 그리고 싶네.
가능한 걸까요.
이렇게 뒤섞여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시간을 지나온 것 같아요. 여전히, 벌떡 화가 나고 그립고 사랑스럽다가, 벼락처럼 슬픔이 찾아오고.
오래전 시작했지만, 시를 만나 다시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책에 담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기를.
보이는 그대로, 있는 힘껏 사랑하기를.
매일 매일 으스러지도록 안아 주기를.
_이수지
이 책의 독자님께,
저는 지금 이 책을 읽어 주실 여러분의 다정함을 느끼며, 제가 ‘너무해 달력’이라고 이름 붙인 탁상 달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4·16재단에서 받은 이 달력은 너무합니다. 볼 때마다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여기에는 단원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생일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저는 달력을 넘기며,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이렇게 잃다니, 너무하다, 너무해.”라고 중얼거립니다.
가혹한 사건을 기억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우리는 자꾸 잊으려 합니다.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참혹한 사건이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듯합니다. 노래를 잘 부르던 아이, 농구에 열심이던 아이, 무서울 때면 언니 손을 꼭 잡았던 아이…… 모든 아이가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이 아이들을 기억해야 다른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작가님이 선과 색 그리고 빛으로 이야기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다른 가족에게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노력해 오셨어요. 여러분과 함께 이 엄마 아빠들에게 다가가 너무 애쓰셨다고,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_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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