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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락
고선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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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56834
ISBN
9788936425357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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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4-17
페이지, 크기, 무게 180쪽, 125 * 200 mm, 23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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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이 케이크를 먹고 헤어지고요
남은 마음은 포장하고요”

10만 독자가 열광한 고선경의 달콤짜릿한 세계
얼음 위에 쏟아진 독한 술처럼 숨막히게 아찔한 사랑

톡톡 튀는 발랄함과 감각적인 시어로 수많은 젊은 독자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온 고선경 시인의 세번째 시집 『러브 온 더 락』이 출간되었다. 이전 시집들을 통해 반짝이는 일상의 감각과 사랑스러운 위트로 한국 시단에 대체 불가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더 짙어지고 서늘해진 시선으로 경이로운 문학적 확장을 선보인다. 시인이 새롭게 주목한 것은 낭만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이다. 전작들이 지녔던 귀엽고 다정한 온기에, 얼음 위로 쏟아낸 독한 위스키 같은 매운맛을 더해 피로한 청춘의 민낯을 훌륭한 블랙코미디로 엮어냈다. 무조건적인 위로나 맹목적인 사랑 대신, 이별 앞에서도 감정의 잔량을 계산하고 내일의 출근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우리 시대의 ‘웃픈’ 로맨스. 가장 세속적인 언어로 가장 순정한 진심을 길어 올리는 시인의 문장들은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엉망진창이 된 청춘들에게 통쾌하고도 끈적한 위로를 건넨다.
목차
제1부 · 내가 남긴 바이러스를 너는 아주 오래 퍼뜨리게 될 거야

고백
늦여름 동거
순수하고 뒤숭숭하며 존경스러운
러브 온 더 락
GOTCHA
흰 우유에 빠뜨린 오레오 쿠키를 수저로 건져 먹을 때
다음 생에는 걱정 끼치지 않을게
엔젤 오브 시티
아포칼립스
스푸마토
누덕누덕
남자 친구가 정신과 약 먹는 여자를 싫어해요
잠복

제2부 · 투명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어떻게 할래?

창조의 아침
오키나와 러브!
멸망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노력
생수와 물
두툼하고 큼직하며 사랑스러운 구름
세 사람
건대입구역 4번 출구 앞에 모로 누워 있었다
가까이 보고 멀리서 만나
조립식 인간의 심신 수련
당신은 왜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가
불가해한 의지가 모호함을 지속하려 한다
벽난로 속 미래
쁘띠 세흐보
바리케이드

제3부 · 자기는 살아서 나를 기억해야지

당신이 모르는 당신 이야기
물거품과 면도날
하우스키핑
Merry X
‘죽어도 좋아’라는 제목의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죽어도 좋아’ 따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Winter Baby
12월 블루스
메종라피트의 잠 못 이루는 월요일
얼룩무늬 자매
침사추이에서 비치로 가는 길
결정적인 감염
사랑과 자유와 평화
겨울 기르기
Guilty Favorite

제4부 · 또 무엇을 발명했더라

모터 소리, 투명한 날개
빛의 실루엣
후르츠 멜란지
패션
땡땡이 무늬 양말 벗기
예쁜 단어만 나열해놓고 왜 사랑이라고 우 기지?
포도 향 구름이 흐르던 나날의 우울
프롬 마티니
오리를 닮은 악기를 물가에 띄우면 부리 안쪽에서 귀여운 멜로디가 저절로 흘러나 올 것 같았지만
답장을 보내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눈 내리는 3월에 떠오른 좋은 생각
청배
싱싱한 바닐라 한 송이와 알레르기

해설|인아영
시인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고선경
1997년 안양에서 나고 전주에서 자랐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나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빨리”
생존과 낭만이 충돌하는 리얼리즘의 카타르시스

이번 시집의 강력한 매력은 환상에 기대지 않고, 우리 삶의 비루한 조건들을 시의 한복판으로 성큼 끌고 들어온다는 점이다. 고선경의 시에서 사랑은 더이상 뜬구름 잡는 추상어가 아니다. 화자는 사랑을 나누는 천사 앞에서도 천장만 보며 “이 집 보증금이 삼천이야”라고 읊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입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기도”를 드리자면서도 “나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빨리” 끝내자고 서두른다(「엔젤 오브 시티」). 이처럼 시인은 부동산, 출근, 영수증, 모바일 청첩장 등 일상적인 소재를 동원해 동시대인이 겪는 피로감을 정조준한다. “우리는 이 케이크를 먹고 헤어지고요/남은 마음은 포장하고요”(「Guilty Favorite」)라며 이별조차 테이크아웃하듯 경제적으로 처리하려는 태도는 시대상을 리얼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뼈아픈 공감과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너를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너를 위해 돈을 벌고 싶다”(「눈 내리는 3월에 떠오른 좋은 생각」)라는 역설적인 선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의 동기가 ‘노동의 목적’으로 치환된 이 씁쓸한 구절은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건넬 수 있는 애틋하고 숭고한 고백으로 읽힌다.

달콤한 과즙 이면의 서늘한 향기, 그 감각의 범람
파괴를 무릅쓰고 기꺼이 들이켜는 매혹적인 독주 한잔

나아가 『러브 온 더 락』은 한편의 하이틴 누아르를 보는 듯한 강렬한 후각적 심상이 뒤따른다. “향기의 범람”이자 시집 곳곳이 “후각이라는 코드로 이루어져 있”(해설, 인아영)기에 시적 경험의 밀도가 높다. 멸망하고 끝난 뒤에도 “사랑보다 오래 버티는 냄새”(「사랑과 자유와 평화」)를 집요하게 붙잡아, 지금 여기의 생생한 감각으로 되살려놓는다. 달콤한 과일 향으로 우리를 유혹하던 화자는, 기어이 “껍질이 두꺼운 열매를 짓이기고 난 다음의 감정”(「러브 온 더 락」)을 직시하게 한다. 상처 입고 물러터진 감정들을 부수고 짓이겨 얻어낸 맑고 독한 진심, 그것이 바로 시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한잔의 칵테일이다. “나는 더 망해야 한다는 것을//그리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후르츠 멜란지」)라고 선언하는 화자의 뻔뻔하고도 씩씩한 태도는 불안한 시대를 견디는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찔한 빛깔로 열린 열매의 내부에서 폭죽이 터지듯이”(「러브 온 더 락」) 기꺼이 망가지고 짓이겨지며 사랑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파괴적인 선언은 묘한 쾌감마저 안긴다.

기꺼이 망가지는 우리들의 아름답고 찌질한 블루스
상처받은 당신에게 건네는 맵고 달콤한 위로

『러브 온 더 락』은 사랑마저 피로해진 이 시대를 버텨내는 우리 모두의 찌질하고도 눈부신 자화상이다. 독자들은 자조와 위악으로 무장한 화자의 고백 앞에서 킥킥대며 웃다가도, 어느새 서투르게 삐걱거렸던 자신의 지난 연애와 고단한 일상을 떠올리며 가슴 한편이 시큰해짐을 느낀다. 돈과 생존이라는 거대한 농담 속에서도 끝내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고 마는 우리의 벅찬 삶은, 비루하지만 찬란하기 때문이다.

차갑고 단단한 현실 위로 쏟아진 이토록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사랑의 기록은 평소 시를 즐겨 읽지 않던 독자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단 한 페이지만 마셔도 그녀가 숙성시켜온 일생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추천사처럼, 고선경이 내미는 이 눈부신 잔을 기꺼이 받아들길 권한다.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맵고 달콤한 세계에 당신도 완벽하게 취해버리고 말 테니.

시인의 말

진짜 사랑으로 바글거리는 것 같았다.

2026년 4월
고선경


추천사

고선경의 텍스트는 당도 높다 이름난 모든 과일이 착즙된 향을 폴폴 풍긴다.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찔러올 때면 웃음이 마구 터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 마음이 뒤틀리다 눈물이 난다. 나는 그녀의 시를 접한 이후로 단순히 귀여워 보이던 것들을 더이상 귀엽게만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에서 끝없이 탄생되는 단맛의 반대편을 이 시집에서 툭툭 던져낸다.

그녀의 인생에서 ‘사랑’이란 물이 지구를 차지하는 비율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기에.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지만/나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지//그걸 배우러 너랑 여기에 온 것 같아”라고 읊조리는 사랑에는 어떠한 껍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토록 꾸밈없는 목소리는 스스로 낯부끄러워 꽁꽁 숨겨두었던 내 사랑마저 훅 낚아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게 대신 외쳐주는 것만 같다.

『러브 온 더 락』은 술을 잘 모르는 내가 눈으로 대충 훑어도 알딸딸해지는 와인의 맛을 지녔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와인 한 병으로 전신 샤워를 마친 내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전혀 찝찝하지 않다. 오히려 내 피부 위에서 끈적이는 글자들을 킁킁대다 혀를 대어보고 싶다는 충동마저 일어난다. 무취의 세계에서 그녀가 부어주는 시들을 사랑이라는 단어 말고 무엇으로 부를 수 있을까. 한 페이지만 마셔도 그녀가 숙성시켜온 일생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로로 (싱어송라이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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