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162
추천의 글_정용준(소설가) 164
추천의 글_선우은실(문학평론가) 166
저자소개
저자 : 전예진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 앤솔러지 《여름기담: 순한맛》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영 성가신데, 먹어서 없애 버릴까?
자매에게는 함께일 때만 발휘 가능한 능력이 있다. 눈앞에 곯려 주고 싶거나 미워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을 먹어서 없애 버리는 기술이다. 서로 뺨을 맞대고 동시에 입을 벌리면 ‘언니’와 ‘나’의 입은 하나가 되고, 그 입으로는 무엇이든 삼킬 수 있다. 처음에는 현수막, 단풍, 죽은 무당벌레이던 대상은 점점 몸피를 불려 가고, 삼키는 행위 역시 단순한 놀이에서 응징과 복수로 그 의미가 변해 간다. 나뭇가지로 종아리를 긁은 강아지는 ‘나쁜 강아지’이니 꼬리를 삼켜 혼내 주고, 자매를 두고 좋지 않은 소문을 낸 친구는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불러 세운 뒤 검지를 삼켜 앙갚음한다. 눈에 거슬리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상을 입에 넣기만 하면 손쉽게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니. 과연 발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능력이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어 배변 활동을 하듯이, 자매가 삼킨 것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언니’의 경우에는 신체 곳곳에서 작은 씨앗이 튀어나오고, ‘나’의 경우에는 여드름처럼 붉게 돋은 돌기 안에서 귀, 코, 입 등 신체 일부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자매는 이렇게 돋아나는 잔여물을 ‘보글’이라 부르며 본능적으로 그것을 감추고 없앤다.
■다시는, 먹지 말자, 사람은.
어떤 대상이든 먹어 없앨 수 있는 능력은 곧 자매가 삶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가 된다. 처음에는 속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가속도가 붙은 이후로는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긴긴 미끄럼틀을 탄 듯, 자매의 ‘삼키기’는 아슬아슬하게 지속된다. 그러다 결국 자매는 이런 다짐을 하기에 이른다.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삼키기’를 저지르고 만 둘 사이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쌓인다.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는 것은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한 거짓말을 쉴 새 없이 내뱉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자매는 ‘그날’ 이후, 수시로 맥도날드에 마주 앉아 그간의 시간을 거듭 점검한다. 무심코 엄마 얘기나 할머니 얘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지어낸 사연을 수상하게 생각하는 쉼터 아이들은 없었는지, 새로 사귄 친구에게 안심하고 진실을 터놓지는 않았는지. 삶을 온통 거짓말로 새로 칠하기 시작한 자매에게는 당위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자매는 “우린 우리만 생각하면 돼.”라는 말을 수없이 되새긴다. 그러나 다짐과 당부로 쌓은 비밀의 성은 작은 바람에도 벽이 통째로 흔들릴 만큼 약하고 위태롭다.
■‘보글’ 마주 보기
삼켜 없앤 것이 형태를 바꾸어 ‘보글’이 되듯, 자매가 지우고자 거짓말로 덧칠했던 숱한 순간들은 어떤 모습으로든 흔적을 남긴다. 때로는 그저 신기해서, 때로는 가진 능력을 무기처럼 휘두르고 싶어서 삼켜 왔던 수많은 것들은 시간 속에 섞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끔찍한 덩어리가 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고개를 내미는 흔적들을 그저 없애는 일로만 대처해 오던 자매는 이제 더 이상 전과 같은 방법으로는 삶을 지속할 수 없으리라는 체념 속에 놓인다. 그러자 어린 시절 엄마가 불러 주던 자장가의 노랫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우리 아가 살며시 눈 감고 자자, 어서 자라 먹고 뱉고 얘기를 하자, 손발 머리 눈 코 입 모두 다 나면, 성큼성큼 걸어서 멀리 떠나자…….” 둘만의 성을 허물고 세상을 비로소 마주 보게 된 자매의 시선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눈을 달아 준다. 삶을 똑바로 대면한다는 것, 그리하여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눈을.
추천사
몸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던, 그만큼 뱉어낼 수밖에 없던, 자매들의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는 꿈처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왜 사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지. 왜 괴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지. 왜 타인의 심정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몸이 필요한지. 독자들. 이야기에 모두 삼켜졌으면.
- 정용준 (소설가)
세상에서 존재의 일부를 없애 버린 자가 자신이 행한 것의 비밀을 지켜 나가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자매는 서로의 염오감과 사랑의 공범이 되어 영원히 타인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오직 공범을 만드는 일인가. 치명적 위험과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는 관계. 팽팽한 아이러니로 유지되는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 또한 어떤 공범들의 ‘보글’, 그들의 흔적으로 탄생해 그들의 의지를 이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리뷰(0)
0 / 5.0
리뷰를 작성하시면 소정의 적립금을 드립니다.
도서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립니다.
리뷰 혜택 및 유의사항
리뷰 작성 안내 및 유의사항
•
리뷰 작성 시 관리자 확인 후 적립금이 지급되며 영업일 기준 평균 1~2일 소요될 수 있습니다.
•
적립금 유효기간은 적립 일로부터 1년입니다.
•
적립금이 지급된 리뷰는 수정,삭제가 불가합니다.
•
최소 20자 이상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이 지급됩니다.
기본 적립금
•구매상품
3개월 까지
300원
(100자 이상)
100원
(100자 미만)
3개월 이후
100원
(20자 이상)
•비구매 상품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은 적립되지 않는 점 참고바랍니다.
2배 적립금
상품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리며, 이후 리뷰부터는 기본 적립금이 적립됩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글은 리뷰 승인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상품 내용과 무관한 사진 및 글을 작성한 경우
•
시리즈나 세트 상품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올리거나 같은 글을 복사해서 올리는 경우
•
기타 상품 리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경우
•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상품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
상업적 목적의 광고성 내용이나 저작권,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작성하신 리뷰는 본 사의 마케팅 활동(온라인 이벤트, 프로모션, 광고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주문/취소, 배송·포장, 파본, 재입고 등 CS/배송 서비스 관련 문의는 1:1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