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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불안 : 나는 왜 사소한 거절에 상처받는가
박한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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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77013
ISBN
9791173326868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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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6-17
페이지, 크기, 무게 424쪽, 135*205mm, 551g
책소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획안이 단박에 묵살되었을 때, 단톡방에서 나만 빠진 채 대화가 이어질 때, 소개팅 상대가 내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답이 없을 때, 우리는 왜 상처받는 걸까. 진화인류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서울대학교 박한선 교수는 이 낯익은 고통에 ‘거절불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읽씹과 손절에서 강박과 회피, 관계집착과 자기소멸까지 ‘거절불안’에 관한 모든 것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나아가 공감 가는 일상의 사례와 흥미로운 실험 결과, 위트 있는 문장을 통해 ‘거절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함께 전해준다. 우리는 과연 우리를 괴롭히는 ‘거절불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목차
서장: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1장: 거절불안의 여섯 가지 그림자
2장: 두 가지 사회, 두 가지 불안
3장: 진화가 만든 불안
4장: 거절과 구원
에필로그: 그래서 이 불안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주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박한선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그리고 호주국립대학교 인문사회대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병원 신경정신과 강사,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과장 및 사회정신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발자국』, 『인간의 자리』, 『휴먼 디자인』, 공저 『재난과 정신건강』, 『감염병 인류』, 『단 하나의 이론』, 『통합과 번영의 환상도시 사회학』, 역서 『진화와 인간 행동』, 『여성의 진화』, 『행복의 역습』, 『센티언스』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읽씹’은 왜 이리도 쓰라릴까?
거절의 경험이 낳은 불안과 모순의 심리학

저자는 책 서두에서 재미있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에서 온라인 공 던지기 게임 중 소외당한 피실험자의 뇌를 스캔하자 실제 신체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즉, 뇌는 ‘거절불안’이라는 감정을 물리적 부상과 동일하게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받았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진짜로 아픈 것이었다. 이 원초적이고 강력한 감정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정신의학과 진화인류학, 나아가 문화와 종교의 렌즈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통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통찰로 바꾸는 자기 이해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인격장애는
성격 문제가 아니다

거절불안의 상처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발현된다. 정신의학은 이 감정의 변주에 각각의 진단명을 붙여준다. 일상적인 대화뿐 아니라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회불안장애, 거절당하기 전에 먼저 모든 관계를 끊어내는 회피성 인격장애, 버림받을까 봐 끝까지 매달리는 의존성 인격장애, 한 사람에게 집착하는 분리불안장애,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경계선 인격장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타인의 시선을 갈구하는 자기애성 인격장애까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거절불안이라는 원초적 감정의 스핀오프다. 진단명은 감정의 미로를 걷는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표지판이 되어주고, 현재 내가 겪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위와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거절에 대한 나의 불안은 내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보편적 회로다. 하지만 이름을 알았다고 해서 거절불안이라는 미로의 출구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미로 안쪽, 깊은 뿌리에 도사리고 있는 거절불안의 뿌리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 『거절불안』은 손쉬운 해결책을 장담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거절불안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체면과 능력, 그 환장의 콜라보
한국인은 왜 이중의 거절불안에 시달리고 있을까?

사람마다 거절불안이 다른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처럼, 각 사회와 문화권 역시 거절에 다른 방식으로 대처한다. 동양에서 ‘나’는 남들 눈에 우습게 비칠까, 공동체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것이 두렵다. 이 모든 것을 실체화하는 단어가 바로 ‘체면’이다. 체면의 훼손은 민망함을 넘어 존재론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서양에서는 거절불안이 능력주의와 결합된다. 실력이 모자란 게 들통날까, 그것이 두렵다. 서구 사회에서 실패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며 무능과 게으름의 결과다. 능력주의는 개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실패의 책임을 100퍼센트 개인에게 전가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이 두 가지 불안을 한 몸에 짊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인은 체면도 지켜야 하고, 능력도 증명해야 한다. 고개를 숙이면 당당하지 못하다고 지적받고, 고개를 들면 버릇없다고 혼난다. 이런 한국인의 모습은 거절불안이 사회와 얼마나 깊숙이 융합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거절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기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생존을 위한 화재경보기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고장 난 화재경보기로

병리현상으로 발전되곤 하는 거절불안이라는 감정은 왜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며 힘들게 하는 것일까? 저자는 거절불안의 근원을 인간의 진화사에서 찾는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사실상 사형선고였다. 사자와 하이에나에게 혼자 있는 인간은 가장 쉬운 먹잇감이었다. 수백만 년의 진화사는 우리 뇌에 이 강력한 방정식을 깊이 새겨놓았다. 혼자 있는 것은 위험하다. 그 결과 인류는 타인과의 연결에 민감하도록 우리 자신을 ‘자기가축화’시켰다. 그 ‘자기가축화’의 결과가 바로 거절불안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거절불안은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너무나 성공적으로 적응한 결과다. 문제는 이 생존 방식이 21세기에는 오작동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바나에서 살지도, 사자를 만나지도 않지만 뇌는 끊임없이 사회적 신호를 확인한다. SNS에서 하루에 수백 명과 상호작용하고, 잠깐의 실수도 영원히 기록되는 세계. 뇌는 여전히 이를 중대한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비상벨은 남았지만 비상구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 불안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사고체계인 종교로 이어진다.

종교로 이어진 ‘거절불안’
거절당한 자를 위한 구원은 있는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과 철학적 사고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거절불안의 흔적이 종교와 신화 속에도 깊게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성경 창세기에서 인류 최초의 살인은 가인이 신에게 거절당한 분노에서 비롯되었다.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믿음은 동시에 언제든 신의 기분에 따라 거절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동반한다. 축복이란 불안을 아주 우아하게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은 모두 거절당한 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버림받았기에 구원자가 되었으며 붓다도 왕자의 자리를 거절한 채 떠돌이가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 저자는 이 역설 속에서 중요한 통찰을 발견한다. 거절불안은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인간을 더 깊은 성찰과 성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거절불안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한 부분이다. 빛이 있는 한 그림자는 존재하듯이 거절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거절불안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다. 내가 왜 상처받는지, 왜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왜 거절을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불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절불안』은 ‘읽씹’ 하나에도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을 병리로 규정하지 않고, 자기혐오를 자기이해로, 두려움을 성찰로 바꾸는 길을 제시한다. 거절불안의 다양한 얼굴과 그림자를 안다고 거절불안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무엇인지 똑바로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거절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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