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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예찬 : 서점 멸종 시대에 쓰는 좋은 서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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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0749
ISBN
9791198177889
출판사
배송안내
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06-24
페이지, 크기, 무게 280쪽, 127*188mm, 280g
책소개
《릿 허브》 선정 ‘올해의 기대작’
미국 중서부 독립서점협회 논픽션 부문 하트랜드 서점상 수상작
《더 스콜라리 키친》 선정 ‘올해 최고의 책’

평생을 책과 서점에 바친 서점인이 건네는
좋은 서점에 대한 우아하고 매력적인 성찰

21세기에 서점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무엇이 좋은 서점을 만들까? 미국 최초의 비영리 서점이자 최대 학술 서점 ‘세미너리 코옵’의 제프 도이치는 이런 질문을 품고 좋은 서점의 조건과 가치를 탐색한다. 평생을 애서가로, 서점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서점을 ‘공간, 다양성, 가치, 공동체, 시간’의 다섯 갈래로 살피는 이 책은 서점이라는 특별한 공간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목차
들어가는 말_책이라는 존재 …… 9
1장 공간 …… 35
2장 다양성 …… 81
3장 가치 …… 123
4장 공동체 …… 169
5장 시간 …… 211
나가는 말_좋은 서점이란 …… 249
감사의 말 …… 257
미주 …… 263
이 책에 나오는 책 …… 272
저자소개
저자 : 제프 도이치
애서가이자 서점인. 1994년 서점업계에 발을 디딘 이래 UC 버클리 서점, 스탠퍼드대학교 서점 등을 거쳐 2014년 시카고 세미너리 코옵Seminary Co-op Bookstore의 대표가 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 서점인 세미너리 코옵을 이끄는 10년간 서점 운영·문화·큐레이션·재정을 책임졌으며, 2019년에는 도서 판매가 아닌 서점 운영 자체를 사명으로 하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서점으로의 전환을 주도했다.
25년 이상 서점계에 헌신한 제프 도이치는 서점인을 ‘열정 전문가’라고 부르며, 좋은 서점이란 “세상에 존재할 특별한 방식”이라고 믿는다. 전문 서점인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애서가이자 서점 애호가의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

역자 : 장혜인
나란한 두 세계를 글로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도 책을 읽고 번역한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으로 옮긴 책으로 『소셜 셀프』,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세이빙 타임』,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 『읽지 못하는 사람들』,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된다는 것』, 『감정의 뇌과학』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제프 도이치
번역장혜인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책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왜 여전히 서점이 필요할까? 그리고 21세기에 좋은 서점을 만든다는 건 무엇일까? 어떤 답을 내놓든 그 해답은 책이라는 존재, 그리고 책을 훑어보려는 충동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점 편에서 내놓을 가장 훌륭한 대답이라면, 셀라나 선대의 서점인들이 세심하게 가꿔 온 서점은 그 자체로 있을 법하지 않은 특별한 장소를 만든다는 주장일 것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책을 사랑하는 공동체에 경제적 보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를 전한다.
-들어가는 말_책이라는 존재, 31쪽

좋은 서점은 책을 판매하지만, 사실 주로 파는 것은 책을 훑어보는 경험이다. 시인이자 수필가 제임스 로웰James Russell Lowell이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의 독서 습관을 언급하며 ‘훑어보기browsing’라는 말을 사용한 1870년까지만 해도 이 말은 주로 곱씹거나 되새기는 행위를 의미했다.
-1장 공간, 44쪽

훑어보기의 형태가 다양하듯 훑어보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완벽한 목록은 아니지만 우리 생태계에 출몰하는 이들을 살펴보자.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책을 살펴보는 산책자,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찾는 도요새, 전면 매대에 놓인 책에서 최신 소식을 찾아 전하는 전령, 지식을 씹어 되새기는 되새김동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찾아야 한다는 사실만은 알고 지식을 찾아 헤매는 순례자, 계절에 상관없이 날마다 기도하는 헌신자, 마땅히 살아야 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며 구원, 적어도 용서를 바라는 회개자
-1장 공간, 47쪽

좋은 대학이 그러하듯 좋은 서점이 반드시 특정 장소에 속할 필요는 없다. 지식인과 전문가, 호기심 많은 사람과 학식 있는 사람을 끌어들인다면 그곳은 사색과 발견의 공간, 되새김하는 이들을 위한 쉼터가 될 것이다. 앞서 바슐라르가 말했듯 “상상력으로 파악된 공간은 기하학자가 측정하고 견적을 내는 무관심한 공간으로 남을 수 없다.” 하지만 상상력 또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서점이 지닌 더없이 귀중한 요소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다.
-1장 공간, 52쪽

시애틀의 피니 북스Phinney Books 같은 세련되고 아늑한 서점은 ‘진짜’와 ‘가짜’라는 딱 두 가지 구역만 갖추고 있다. 클로디아 랭킨Claudia Rankine, 엘리엇 와인버거Eliot Weinberger, 발레리아 루이셀리Valeria Luiselli 같은 작가라면 반격할 만한 분류이지 않은가(세 작가 모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쓴다―편집자).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 북셀러스City Lights Booksellers에는 ‘지형학과 신체조직학’, ‘증거’, ‘흑인의 급진적 상상력’, ‘순수 문학’, ‘도둑맞은 대륙’, ‘폭로’ 같은 구역이 있다. 뉴욕의 맥널리 잭슨McNally Jackson 서점은 문학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곳의 분류는 시티 라이츠 북셀러스에서 영감을 얻기는 했지만,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맥널리 잭슨에는 ‘현상’, ‘지금’, ‘탈출’, ‘세상에 속하는 법’ 같은 구역도 있다. 언뜻 조금 낯설어 보이더라도 이런 분류라면 서점 주인이 훑어보기를 유도해 영감을 주려고 서가를 구성했으리라고 믿을 수 있다.
-1장 공간, 70쪽

맞다. 모든 독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책’이 있다. 하지만 서점은 모든 독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좋은 서점은 자기만의 필터로 책을 선별해야 한다. 그것이 그 서점의 특징이다. 서점이 제 역할을 한다면 서점과 공동체는 틈이 보이지 않도록 매끈하게 이어진다. 서점이 본연의 일을 아주 잘한다면, 서점이 공동체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주기 때문에 공동체는 서점 없는 삶을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세미너리 코옵은 학자뿐만 아니라 진지한 일반 독자를 위한 학술 서점으로 자리 잡았다. E. M. 포스터E. M. Forster는 런던 도서관을 칭송하며 “그 진지함과 감식안에 경의를” 표한 바 있다. 포스터라면 세미너리 코옵 같은 서점의 본질도 이렇게 칭송했으리라. “이곳은 지성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겼고, 모든 관점을 포용하면서도 선별했다.”
-2장 다양성, 91쪽

세미너리 코옵이 2019년에 판매한 2만 8,000권 중 단 한 권만 팔린 책이 1만 7,000권쯤 된다. 달리 말하면 이 1만 7,000권은 저마다 단 한 명의 독자에게 닿았다는 뜻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책에서 느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상대적이고도 비범한 힘”은 이 숫자로 드러난다. 간단히 말해 책을 발견하는 일은 일률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실즈가 지적했듯, 바로 순환이 더딘 수많은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서점을 만든다. 따라서 좋은 서점이라면 수익만 따졌을 때 쌓아두면 안 되는 책을 쌓아두어야 한다. 그 1만 7,000권 중 상당수는 서가에 꽂혀 있지 않았다면 그해에 독자의 눈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2장 다양성, 93쪽

서점을 만드는 것은 공동체이며 서점은 공동체를 반영한다. 헤몬은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지침서”라고 했다. 책은 좋은 삶과 자아를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다. 저마다 책 가판대를 세우고 책을 늘어놓으며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다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칼비노는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경험, 정보, 읽은 책, 상상하는 것의 조합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 각자는 누구인가? 각자의 삶은 백과사전이다.” 그리고 공동체는 공동체 안의 좋은 서점으로 나타난다.
-2장 다양성, 121쪽

가치는 그 대상이 희소해질수록 오른다. 하지만 희소성은 우리가 가치 있는 위대한 무언가를 과소평가해서 생긴 결과일 때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희소해서 가치가 부풀려지는 일도 있고, 가치가 과소평가되어 희소해지는 일도 있다.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희소해질수록 더욱 가치가 커지지만, 과소평가되어서 희소해진 것은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서점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서점은 희소해졌다. 그리고 좋은 서점은 우리가 서점의 문화적 가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희소해졌다.
-3장 가치, 128쪽

아마존이나 기타 서적 판매상은 책을 헐값에 팔아넘기며 시장 논리에 따른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서점인이라는 전문직을 거의 멸종시켜 버리고 있다. 소비자가 가치 있는 서비스나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지불하고, “훌륭한 일꾼을 고용하고 서툰 일꾼은 해고”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하지만 아마존 같은 시스템은 틀렸고 부자연스럽고 파괴적이다.
-3장 가치, 140쪽

뉴욕의 전설적인 서점 고담 북마트Gotham Book Mart에서는 “그 책을 읽을 운명인 다음 사람이 서점에 찾아와 거기 있는 책을 발견할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든” 그 기간이 그 책의 유통기한이라고 한다. 고담 북마트, 시티 라이츠 북셀러스, 소스 북셀러스 같은 좋은 서점에서 책의 수명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은 “책은 사물로서의 운명이 있고, 사람들은 책과 만날 약속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3장 가치, 149쪽

서점은 비어 있을 때도 공동체로 가득 차 있다. 사람 없는 서점은 공동의 것이면서도 개인적인 열망으로 가득한 모두의 기억으로 채워진다. 사람이 넘칠 때도 서점은 보통 고요하다. 대
개 고독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요함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에 담긴 논쟁과 열정은 저마다의 독자와 교감하면서도 담론을 형성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서점은 대체로 고요한데도 또렷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공공의 광장이다.
-4장 공동체, 171쪽

좋은 서점은 분명한 대화든 무언의 대화든 공적인 대화를 할 장소가 되어 준다. 이곳에서 독자는 서점인과, 혹은 다른 고객과 함께 특정한 책이나 우리가 선별한 책을 두고 대화하며 관심을 공유하거나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눈다. 자신의 작품을 논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함께 듣기도 한다. 책과 마주하기만 해도 내면의 대화가 일어나고 직감이나 가정, 편견을 뒤집는 과정에서 무지의 가장 끝까지 그 본질과 통찰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도 흔하다.
-4장 공동체, 204쪽

책을 파는 일은 예술이다. 그리고 재디 스미스가 지적했듯 예술에는 “시간이 들고, 예술은 그에 마땅하게 시간을 배분한다.” 그렇다면 서점인은 자연의 속도에도 맞춰야 한다. 일부러 인내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무르익을 시간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보통 서점은 책 하나를 132일 동안 서가에 둔다고 한다. 세미너리 코옵에서는 280일이라는 시간을 준다. 너무 성급하게 치워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책도 뿌리내리고 자라고 꽃피울 시간이 필요하다.
-5장 시간, 221쪽

서점인의 열망은 좋은 서점의 힘으로 독자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어 그들이 더욱 넓은 시야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콘래드가 말한 예술가처럼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독자들은 그들의 사막에서 “용기와 위안, 놀람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발견하고, 어쩌면 구하는 걸 잊고 있던 “진실을 흘낏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5장 시간, 246쪽

보르헤스처럼 나도 무엇보다 독자다. 책을 찬찬히 훑어보며 사색에 빠지는 수많은 조용한 책벌레 중 하나라는 뜻이다. 나는 주로 전문 서점인의 관점에서 글을 써 왔지만 이 글은 서점 애호가의 관점에서 쓴 글이다. 나는 세미너리 코옵 같은 서점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이곳을 이끈다. 사실 이건 이기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이 나 혼자라고 생각했다면 말이다(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이것이 바로 진실이다. 내가 책으로 이루어진 풍경을 만들었듯, 이 풍경도 나를 만들었다.
좋은 삶이나 좋은 사회처럼, 좋은 서점이 우리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서점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좋은 서점을 잃는다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할 특별한 방식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나가는 말_좋은 서점이란,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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