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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마음 : AI 시대에 꿈꾸는 ‘공동의 집’ (개정판)
황규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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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1523
ISBN
9788966552030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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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6-29
페이지, 크기, 무게 356쪽, 135*205mm, 463g
책소개
『꺾이지 않는 마음』 개정판에 대해

황규관 시인이 2024년에 낸 산문집 『꺾이지 않는 마음』 개정판을 냈다. 초판에도 인공지능(AI)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판에는 그 사이에 쓴 신문 칼럼과 에세이들을 제1부에 집중 배치하고 부제도 “AI 시대에 꿈꾸는 ‘공동의 집’”이라 붙였다. 이로써 저자가 개정판을 내는 이유를 확실히 밝힌 셈이다. 어떻게 보면 제1부가 새로이 추가됨으로써 각 부의 소제목이 서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즉 황규관 시인이 이 산문집 전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말이다.

황규관 시인은 AI를 문명적 관점에서 비판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언어가 ‘공동의 집’인데, 이 말은 이번에 발표된 교황 레오14세의 회칙 『고귀한 인류』에서 따왔으며, 이를 서문에서 직접 밝혔다. 이번 개정판에 새로 실린 글이자 저자가 부제로 가져온 「AI 시대에 꿈꾸는 ‘공동의 집’」은, 어쩌면 교황의 회칙에 대한 가장 빠른 반응이자 화답일지 모른다. 저자는 개정판을 위해 이 글을 새로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AI의 광풍에 마음과 정신이 어지러운 독자들에게 청량한 바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목차
개정판을 내며 · 5

제1부 희망의 노래

인간마저 ‘쓰레기’로 만들겠다는 AI·17
AI가 은폐한 진실들·21
AI 데이터센터는 물 먹는 하마·25
‘편리’라는 감금 장치·29
러다이트가 뭐 어때서!·33
AI와 시·37
언어는 데이터가 아니다·41
AI와 농어촌기본소득 그리고 기후위기·54
AI 시대에 꿈꾸는 ‘공동의 집’·60

2부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예술의 일·79
인공지능이 예술을 창작한다고?·84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91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95
책 읽기는 김매기다·99
예술가는 그리고 또 그린다·106
우리에게 꽃을 바치는 어두운 ‘틈’·112
정지의 힘·123
노벨 문학상의 너머·127
자신과의 대화로서의 소통·131

3부 서로 돕는 고르게 가난한 사회

기후위기와 회복의 언어·145
자연, 자유를 위한 조건·154
경제 민주화와 자연의 권리·166
코로나가 묻고 있다·176
놀람과 설렘·185
빼앗긴 밤에도 별이 빛날까·189
김종철과 ‘고르게 가난한 사회’·193
디지털이 우리의 미래일까?·197
‘불의 시대’를 넘어서·201
우리의 봄은 여전히 아프다·205
자동차의 속도에서 생명의 속도로·209
다나카 쇼조의 삶과 생명사상·213

4부 꺾이지 않는 마음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227
서울을 위하여·231
농업 없이 ‘선진국’ 없다·235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239
‘죽을’ 고비를 ‘함께’ 살기·243
더 적게 갖는 민주주의·247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세계·251
그린벨트 해제는 민주주의의 해제다·255
‘이따금씩’이 만드는 민주주의·259
꺾이지 않는 마음·263
사이버레커들의 서식지·267
치통·271
시골 병실에서·276
청년 노동자여, 연대하라!·280

5부 김종철 공부

생명의 문화와 민주주의·287
‘고르게 가난한 사회’와 시인의 큰 마음·301
리비스의 비평과 김종철의 비평·313
녹색국가를 향한 더 많은 민주주의·320

에필로그 : 대-화

인공지능과 예술, 그리고 ‘시인의 큰 마음’·335
글쓰기의 욕망에 대하여·344
저자소개
저자 : 황규관
시인.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호랑나비』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기』, 『문학이 필요한 시절』이 있으며 김수영 해설, 연구서인 『리얼리스트 김수영』과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등을 펴냈다. 2020년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지금껏 진보의 정신이 보여준 것은 바벨탑을 쌓기 위해 파괴한 대지의 숨결, 즉 생명의 근원이었다. 존재론적 한계를 무시하고 뻗어간 욕망의 로켓은 드디어 우주를 배회하는 중이다. 그에 반해 우주가 나락 한 알에 있다는 말은, 교황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건강한 현실주의”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나락 한 알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사유하지 못하는 ‘병든 현실주의’의 세상이다. 과연 우리는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정의를 통한 평화를 얼마나 갈망하는가, 그리고 그 갈망의 언어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당연히 갈망이 또 다른 망상을 일으키지 않게 ‘건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한 일인데, 문명이 일으킨 먼지 같은 망상이 출몰하는 것은 언제나 대지를 떠난 상태여서였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현실주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본문, 「AI 시대에 꿈꾸는 ‘공동의 집’」 중에서

이제 ‘예술’이 최전선이 된 것일까.

황규관 시인의 세 번째 산문집 『꺾이지 않는 마음』에는 현실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관심과 참여가 기록돼 있다. 여기서 “다양한 관심”은 단순히 다방면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여가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건을 개별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근본 원인에 대한 집요한 물음 의미한다. 저자가 ‘책을 펴내며’에서 이 산문집에 모인 글들을 “나름 심각한 실존적 위기감 속에서 쓴 것들”이라고 한 것은 이런 물음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에서 드러났듯이 이 산문집은 주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예술에 끼치는 심대한 문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린 생명의 문제에 시적 감수성을 드리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처한 제반 문제의 근원에는 맹목적인 경제성장의 추구가 있다는 점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비판하면서, 인공지능마저 경제성장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제성장주의와 인공지능의 현실 압도가 생태계와 민주주의의 파괴, 살아 있는 생명체와 예술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렇다.

더 큰 문제는 “덧없는 사물”의 누적이 가져온 결과인데,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와 팬데믹은 그것의 현재 버전이다. 지금껏 자본주의는 경제적 가난을 벗어나려면 경제성장이 계속 필요하다고 속여 왔지만, 경제성장은 우리 삶의 터전을 무단히 파괴해왔고, 맑은 공기와 강을 더럽혀왔으며, 결국 이것들이 집적돼 오늘의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것은 “근대사의 인위적인 산물”의 극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당연히 경제적 빈곤으로서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본주의는 경제적 빈곤 없이는 한시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종철과 ‘고르게 가난한 사회’」 중)

근대 자본주의 경제성장이 야기한 기후와 민주주의의 이중 위기는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몰아세우고 마는데, 저자인 황규관 시인은 예술의 역할이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예술은 동시에 근대 자본주의가 만든 신화와 근대 과학기술이 탄생시킨 인공지능이라는 괴물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특이한 것은, 저자는 인공지능을 근대 과학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도리어 근대 자본주의 문화 자체가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토대라고 한다는 점이다. 아래와 같은 진술이 그렇다.

따지고 보면 인공지능의 문화적, 사회적 기반은 자본주의 시대가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게 아닌가도 싶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은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중매체의 양적 증가와 대중문화가 말 그대로 대중의 삶에서 나오지 않고 매체 산업이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빅데이터는 누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재배치와 조작이 산업적 대중문화를 조성했던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중)

다시 말하면, 그동안 근대 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을 동력으로 발전해 오면서 자립적이고 공동체적인 민중문화 대신 산업화된 대중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중매체의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이 결국 인공지능의 초석인 빅데이터가 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인공지능 문제를 과학기술의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에 대한 대응에는 무엇이 있을까? 황규관 시인은 ‘고르게 가난한 사회’로의 전환만이 기후위기 시대의 대전환에 값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결국 “‘예술’이 최전선이 된 것일까”라고 묻는다. 이는 확실히 구체적인 운동에 대해서는 무력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는 이 책을 꼼꼼이 읽어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어떤 독자들 입장에서는 주제가 다소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이 산문집은 분석이나 논리를 앞세우는 책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에 예술이 최전선인 것일까,라고 묻는 것처럼 저자가 시종 의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예술이다. 김수영이나 백무산, 신동엽 등의 시인은 물론 화가인 차규선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도 그 실례가 된다. 제4부의 제목이 ‘김종철 공부’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황규관 시인이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에 대해서도 ‘시인의 큰 마음’을 말한다. 당연히 이 산문집을 본격적인 예술 비평집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근원적인 바탕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작품 이전의 예술에 대한 비평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근대 문학과 예술의 이면에 있는 역사적인 ‘무엇’을 짚어내고 ‘노벨 문학상의 너머’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미슐레의 판단과는 다르게 콜럼버스를 통한 세계의 발견은 전혀 정당하지 않았다. 그게 근대 식민지의 서막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근대의 문화예술에는 어두운 얼굴이 숨겨져 있다. 반면에 우리의 문학은 그 어두운 얼굴을 직시하면서 풍성해질 수 있었다. 그런 우리 문학도 언제부터 경제성장에 빚지기 시작했으니 역사란 참으로 복잡 미묘하기만 하다.
-(「노벨 문학상의 너머」 중)

또 이 산문집에는 글쓰기와 책 읽기에 대한 저자의 평소 생각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기도 한데, 이것들도 결국 예술에 대한 황규관 시인의 한 단면을 읽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재밌는 것은 저자가 드는 비유 중 농사의 이미지가 심심찮게 등장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비유의 실감을 위한 것으로도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점점 잃어가는 사물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기 위한 것처럼도 보인다.

우리는 과거를 다시 살면서 미래를 미리 사는 몇 가지 방법을 안다. 책 읽기가 그중 하나일 텐데, 다만 그것이 김매기와 닮았을 때만 그렇다. 김매기는 과거를 다시 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고, ‘뙤약볕 아래’라는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보지 않으면 하기 힘든 노역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래를 현재의 욕망 앞에 무릎 꿇리는 행위도 아니다. 오늘 김매고 곧바로 내일 거둬들이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책 읽기는 김매기다」 중)

그렇다면 기후위기와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존재를 납작하게 만드는 시대에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 물론 시인에게 구체적인 답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것이다. 아무래도 시적 상상력이란 것은 구체적인 대안이나 정책과는 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 있을지 모를 그런 요구에 대해 저자는, 죽을 것 같은 고비에는 이웃이나 친구와 함께 사는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으로는 지나친 물질적 풍요 대신 검소한 고르게 가난함을, 개별적 존재자로서는 자신과 대화하는 삶을 꼽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각 층위의 삶은 결국 본질적으로 같은 삶이며 서로 통한다. 이것들을 위한 사상의 토대를 황규관 시인은 아무래도 동학 사상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수운 최제우부터 서로 돕는 ‘유무상자’를 권했다는 주장도 그러하고 경제민주화의 요체를 ‘유무상자’로 보는 것도 그러하다. ‘유무상자(有無相資)’는 재산의 있고 없음을 떠나 서로 돕는 삶을 의미한다.
이번 산문집의 제목이 된 글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서도 황규관 시인은 동학농민혁명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3·1운동으로 이어졌다며, 역사를 살아가는 데에도 이 마음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작가의 말(개정판을 내며)
이런저런 생각 중에 얼마 전 가톨릭 교황 레오14세가 발표한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읽게 되었다.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의 이 문헌은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이에 대한 짧은 글을 첨부해서 개정판을 내자고 마음먹은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일을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 가난한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했을 것이 다. 하지만 이 일은 또 출판사라는 여러 저자들의 ‘공동의 집’에 누를 끼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냥 편치 않지만, 글을 쓰는 일은 타인에 대한 대화의 시도가 확실한 만큼 도리가 없을 것 같다.
―2026년 6월 황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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