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근간을 호명하는 소설선 올-타임
그 첫 번째, 전경린 4년 만의 신작 소설
소설가 강화길 추천!
전경린이 등단 31년 만에 처음으로 꺼내놓은 유년의 기억, 『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한국문학의 근간을 호명하는 소설선 올-타임의 첫 책이다. 감꽃으로 뒤덮인 작은 마을, 어린 화자 새별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탄에 정신을 놓은 복덕이, 다리를 잃은 희조 아재, 쫓겨난 순자 이모까지, 전쟁과 시대의 상처를 품고도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담겼다. 언뜻 낙원 같은 그곳에서 새별이는 상실을 예감하면서도, 다정하게 이름 불리던 찰나의 순간들로 눈부시게 반짝인다. 제목의 ‘천 개’는 새별이가 아는 가장 큰 숫자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무수한 순간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지만, 작가는 감꽃과 보리, 메주 냄새,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를 통해 사소하고 끈질긴 것들이 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자극과 도파민이 넘쳐나는 시대, 이 소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작가에게 평생 힘이 되어준 그 시절의 이야기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다정한 응원을 건넨다.
목차
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발문|낙원의 기쁨_강화길(소설가)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전경린
흔히 '귀기의 작가' '정념의 작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은 이미지의 강렬함과 화려한 문장으로 기억된다. 서른 세 살. 아이와 피와 심지어 죽음조차 삶이 모두 허구라는 것을 느낀 작가는 허구가 아닌 삶의 실체를 갖고자 소설을 쓰기로 시작했다.
1993년 작가의 가족은 마산 옆 진양의 외딴 시골로 이사를 갔다. 꽤나 적적한 곳이었지만 여기서 전경린은 `뭔가가 밖으로 표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3년 가까이 사람들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들어앉아 많은 글을 써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내면적 세계와 질서화 되고 체제화 된 바깥 세계 사이의 작용과 긴장과 요구 속에서 갈등하는 여성과 여성적인 삶이 문학적 관심사다.
작가의 본명은 안애금. 전혜린을 연상시키는 전경린이라는 이름은 옛날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임시로 지었다. 당시 누가 `린'이라는 화두를 주었고, 차례대로 `경'과 `전'을 추가해서 `전경린'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켰다. 작가도 물론 `전혜린'을 떠올렸다. 작가는 전혜린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혜린뿐 아니라 나혜석, 윤심덕 더 올라가서 황진이까지 소위 강한 자의식 때문에 고통 받고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선각자적 여성을 좋아하고 흠모한다.
196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산 KBS에서 음악담당 객원 PD와 방송 구성작가로 근무했다. 그 후 운동권이었던 남자와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다 둘째를 낳은 후인 1993년부터 본격적인 습작에 들어갔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하였으며 1997년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 문학상, 1997년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 1998년 단편소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21세기 문학상, 2004년 단편소설 「여름휴가」로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 2007년 단편소설「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엄마의 집』과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 『붉은 리본』, 『나비』 등이 있다.
전경린의 베스트셀러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2002년 변영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가정의 틀안에서 안주하던 한 여성이 내면에 지닌 혼란스런 욕구를 발견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타나는 일탈과 매혹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섬세한 문체와 절제된 기법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삶의 현실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내면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 『엄마의 집』에서는 처녀의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미스 엔”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종속당하지 않는 미스 엔이 그녀의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여성들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답게, 현실의 엄마가 놓인 지형을 넘어서는 대안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전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한국문학의 근간을 호명하는 소설선 올-타임
그 첫 번째, 전경린이 등단 31년 만에 처음으로 꺼내놓은 유년의 기억
‘올-타임’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곁에 함께했으며, 앞으로도 함께할 작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김영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한국 소설선이다. 그 시작을 등단 31주년을 맞이한 소설가 전경린이 연다. 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문학의 한 주축으로 자리해온 그가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작품을 들고 찾아왔다. 신작 『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은 작가가 등단 이후 처음으로 꺼내놓은 ‘빛나는 보물’ 같은 작품이다. “쓰지 않으려고 꽤나 버텼다”던 작가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그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 유년의 기억에서 길어 올린 작품이다.
기억의 끝에서 길어 올린 한 줌의 광휘
쓰지 않으려 버텼지만 끝내 축복처럼 쏟아진 이야기
깜깜한 길을 걷다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때, 딱 한 발짝을 떼기 위한 한 줌의 빛이 간절할 때, 우리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언가 반짝 빛을 발한다. 그것은 어떤 기억이자 눈길이다. 내가 바라보았고, 나를 바라보아주었던 다정한 시선들. 세간의 평가나 잣대 없이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던 어린 날의 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나라고 하기엔 너무 먼 그 아이를 새별이라고 부르고 싶어.” 소설은 이렇듯 기억의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한 줌의 광휘에서 시작된다.
“그 마을은 사과 속의 씨앗처럼 세상에서 꼭꼭 숨어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감꽃으로 덮인 길이야. 누가 부려놓은 듯, 마을 안길이 온통 감꽃으로 덮여 있었지. 감꽃은 흔히 미색이라고 하는 연한 노란색이야. 태어나 처음 입는 배내옷같이 옅고 흐린 색, 그건 초유의 색이기도 해.”
온통 감꽃으로 덮인 미색의 흙길을 지나 도달한 작은 마을. 소설의 어린 화자 ‘새별이’는 어느 날 마을로 이사 온 아이다. 작가는 새별이를 만나기 위해 “나선형의 기억을 따라” 이제는 “흙으로 덮여버린” 길을 오래도록 더듬어야 했다. 너무나 소중해 쉬이 꺼내볼 수 없던 기억이지만, 그 한 줌의 광휘는 때로 평생을 살게 하는 힘이 된다. ‘사과 속의 씨앗처럼’ 세상에서 꼭꼭 숨어 있는 마을, ‘태어나 처음 입는 배내옷같이’ 옅고 흐린 감꽃이 뒤덮은 그곳은 작가가 오랜 시간 아껴온 빛나는 보물이다.
“그런데 낙원이라니”
아프고 불온한 시대 속에서도
기어이 피어난 웃음과 눈물
감꽃이 뒤덮은 마을은 언뜻 낙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어딘가 아프고 불온”한 낙원이다. 곳곳에 전쟁의 상흔과 시대의 핍박이 짙게 배어 있다. 피난길에 포탄을 맞아 정신이 나간 ‘복덕이’, 학도병으로 끌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상이용사 ‘희조 아재’,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순자 이모’, 치마를 입지 못하는 아이 ‘재남이’, 여섯 살 난 아이를 떼놓고 집을 떠나야 했던 ‘봉연이 할매’와 사람이 떼로 죽어 피로 물든 바다를 본 뒤론 다시는 바다를 바라보지 못하게 된 새별이 엄마까지, 사연 없는 이가 없다. 발문을 쓴 소설가 강화길은 질문한다. “그런데 낙원이라니.”
강화길의 말처럼 “새별의 시간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은 그저 불행하기만 했을까? 소설 곳곳을 채우는 웃음과 눈물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새별이가 처음 세상을 감각하고, 상실을 예감하며, 타인의 사랑을 통과해나가는 날들은 감꽃이 눈처럼 떨어지던 순간, 이름이 처음 다정하게 불리던 찰나의 순간들로 눈부시게 반짝인다.
‘천 개’는 새별이가 아는 가장 큰 숫자, 곧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목이 말하는 낙원은 다름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웃음과 눈물이 쌓인 곳이다. 전경린이 그리는 낙원은 행복만으로 채워진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쁨도 있고, 고통도 있다. 그러나 전경린은 그 사이사이에 감꽃과 보리, 메주 냄새,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를 채워 넣음으로써 사소하지만 끈질긴 것들이 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근원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자극과 도파민이 넘쳐나는 시대, 이 소설은 그 반대편에 조용히 서 있다.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작가에게 평생 힘이 되어준 그 시절의 이야기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다정한 응원을 건넨다.
추천사
그러니까 이 소설은 외로움과 슬픔, 사무치는 서러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빛났던 어떤 아이에 관한 기록이다. 맹랑하고, 눈치 빠르고, 서슴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 그리고 그 시절 덕분에 여전히 빛을 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궁금하다. 슬픔이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상처가 어떻게 빛이 될 수 있을까. 새별이는 어떻게 사랑을 사랑으로 기억할 수 있었을까.
- 강화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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