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대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 ‘그린 마일’,
죄와 구원의 경계를 묻는 기적적인 휴먼 드라마
프랭크 다라본트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그린 마일』이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그린 마일’은 작중의 교도소에 깔린 초록색 리놀륨 복도이자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가는 마지막 경로를 가리키는 말로, 이 작품은 사형을 둘러싼 딜레마, 인종 차별, 사법 시스템의 모순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며 킹이 단순한 공포 소설 작가가 아니라 공포라는 감정을 활용해 대중에게 보편적 감동을 선사하는 휴먼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작가임을 널리 각인시켰다. 『그린 마일』을 쓰는 것은 스티븐 킹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신문이나 잡지에 소설을 연재했던 찰스 디킨스의 방식을 따라 보자는 관계자의 권유에 응해 1996년 3월부터 8월까지 6권의 소책자 형태로 순차적으로 출간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긴박한 일정 속에서도 매번 고른 분량과 클라이맥스가 있는 결말을 갖춰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의 대가다운 솜씨가 십분 발휘된 절묘한 완급 조절과 전체 서사의 유기적 연결이 빚어낸 서스펜스와 경이 덕에 전 권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목차
제1부 두 소녀의 죽음 7
제2부 그린 마일의 쥐 87
제3부 커피의 손 181
제4부 들라크루아의 참혹한 죽음 275
제5부 한밤의 외출 369
제6부 그린 마일의 커피 467
작가 후기 591
저자소개
저자 : 스티븐 킹 (Stephen Edwin King)
스티븐 에드윈 킹은 1947년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두 살 무렵에 아버지 도널드 에드윈 킹이 집을 나간 이후 어머니 넬리 루스 필스버리 킹 슬하에서 형과 함께 자랐다. 위스콘신주, 인디애나주, 코네티컷주를 전전하던 일가는 킹이 열한 살이 되었을 무렵 마침내 메인주 더럼에 정착했다.
메인대학교 영문학과에 진학한 킹은 2학년 때부터 대학 신문에 매주 칼럼을 썼고, 학생 위원으로서 학내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반전 운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던 중 창작 워크숍에서 만난 태비사 스프루스와 졸업한 이듬해인 1971년 결혼했다. 이후 킹은 세탁소에서 일하다 햄프던 공립 고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그러는 틈틈이 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했다.
킹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에 발표한 데뷔작 『캐리』로, 원래 중도에 포기하고 버린 원고를 아내 태비사가 쓰레기통에서 꺼내 읽은 후에 계속 쓰도록 조언한 결과 완성한 장편소설이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킹은 이후 『살렘스 롯』, 『샤이닝』, 『스탠드』 등의 대작을 연이어 출간했고, 특히 1986년에 출간한 『그것』은 모던 호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공포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간의 심층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알려졌지만, 공포뿐 아니라 SF, 판타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방대한 작품 세계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동시에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이야기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에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시상식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로를 세운 작가에게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에는 오헨리 상, 2011년에는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입증받기도 했다. 그 밖에도 브램 스토커 상, 영국환상문학상, 호러 길드 상, 로커스 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유수의 장르소설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도전한 탐정 미스터리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영미권 최고의 추리소설상인 에드거 상을 수상하며 왕성한 활동을 과시했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진 킹은 미국 소설가 중에서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이 영상화된 인물로도 손꼽힌다. 『캐리』, 『샤이닝』, 『살렘스 롯』,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이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매년 출간되는 신작들 역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스티븐 킹은 아내와 함께 메인주에 거주하며 계속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역자 : 이희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마음의 진보』, 『히틀러』, 『헬렌을 위한 경제학』, 『문명의 충돌』, 『몰입의 즐거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소유의 종말』, 『쇠못 살인자』, 『쇠종 살인자』, 『그린 마일』, 『킹은 죽었다』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번역의 탄생』(2009), 『번역전쟁』(2017), 『국가부도 경제학』(2020), 『번역의 모험』(2021)이 있다.
홀로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던 노인 폴 에지콤은 수기를 쓰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에 대해 회상한다. 1932년, 미국 남부의 콜드마운틴 주립 교도소. 폴은 사형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E동을 관리하는 간수장이었다. 어느 날, 백인 소녀 두 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흑인 남성 존 커피가 E동에 수감된다.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격과 험악한 얼굴과는 달리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는 데다 순수하고 다정한 면모를 지닌 커피를 지켜볼수록, 폴은 그가 정말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 인물인지 점차 의구심을 품는다. 그러던 중 감방에서 커피가 선보이는 초자연적인 치유의 기적을 목격한 폴과 동료 교도관들은 그가 어떤 성스러운 존재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E동 수감자들의 사형 집행이 차례차례 시행되고, 냉혹한 사법 시스템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채 커피가 전기의자에 앉아야 할 시간도 가까워진다.
“여러분이 그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알겠는가?
나는 여러분이 그를 지켜보기 바란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합법적 살인의 잔혹함이 드러나는 섬뜩한 공간 ‘그린 마일’. 이곳에서 이질적인 존재인 존 커피(John Coffey)는 스티븐 킹이 작법서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결백했던 사람”(예수 그리스도, Jesus Christ)에서 머리글자를 따왔다고 밝힌 것처럼 메시아적 알레고리를 품고 있다. 타인의 아픔을 흡수하여 토해 냄으로써 기적적인 치유력을 발휘하는 그는 정작 제대로 된 수사와 변호는 받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다. 커피가 일으키는 기적을 목도하고도 시스템의 톱니바퀴처럼 무력하게 그를 사형대에 이끌어야 하는 간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킹은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을 직접 논하지 않는 대신, 죽음과 가까이에 선 평범한 인간들의 시선을 통해 선(善)과 정의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올 죽음 앞에서 인간이 마주해야 할 윤리적 고뇌를 직시하게 하는 『그린 마일』은 아득한 두려움과 가슴을 울리는 경이를 동시에 선사하며 인생에 대한 탁월한 이야기꾼의 통찰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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