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스트리터 올드리치의 대표 장편소설 《봄은 영원히》가 국내 최초로 번역·출간되었다.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삶과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를 통해 사랑과 상실, 노동과 공동체, 그리고 시간이 이어지는 방식을 깊이 있게 그려 낸다.
《봄은 영원히》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척박한 개척지에서 삶을 일구어 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희생, 기다림과 인내를 담담한 문체로 따라가며, 한 사람의 삶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화려한 사건보다 사람의 마음과 시간의 흐름에 집중하는 이 작품은 미국 개척 시대를 생생하게 담아낸 역사소설이자, 시대를 넘어 인간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가족 서사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사랑과 공동체는 어떻게 시간을 견디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봄은 영원히》는 미국 문학의 숨은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한다.
9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이제 처음 한국 독자를 만나는 《봄은 영원히》. 책장을 덮은 뒤 조용히 감정을 파고들어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목차
1장 … 46장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베스 스트리터 올드리치(Bess Streeter Aldrich, 1881-1954)
미국 중서부 개척 사회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가다. 대공황기 미국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았고 오늘날에는 윌라 캐더와 더불어 미국 중서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1881년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을 마친 뒤 교사와 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1909년 네브래스카주로 이주한 후 생애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며 본격적인 소설 창작에 전념했다.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다수의 단편과 장편을 발표하며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A Lantern in Her Hand』, 『Miss Bishop』, 『Spring Came on Forever』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사후 ‘네브래스카 작가 명예의 전당(Nebraska Writers Hall of Fame)’에 헌액되었다.
역자 : 김경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작가처럼 읽는 법』, 『막다른 길의 선택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저항의 예술: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세계 문화 여행: 프랑스』 등이 있다.
1935년 출간된 『봄은 영원히』는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지만 국내에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발표된 지 약 90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은 비로소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베스 스트리터 올드리치는 미국 프레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미국 중서부 개척민들의 삶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며 살아낸 시간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봄은 영원히』 역시 한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사랑과 상실, 노동과 희생, 그리고 여러 세대를 이어 흐르는 삶의 시간을 깊이 있게 그려 낸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거대한 사건보다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극적인 반전이나 자극적인 감정에 기대지 않고, 인물들의 일상을 차분히 따라가며 한 사람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묵묵히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순간보다 책을 덮은 뒤 더 오래 마음속에 머문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장 하나, 장면 하나가 새로운 의미를 품고 다시 떠오른다.
미국 중서부 개척 시대라는 배경은 오늘의 우리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특정 시대의 역사가 아니다. 사랑하고, 기다리고, 상실을 견디며 하루하루 삶을 이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우리는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하지만 삶은 속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가족을 이루는 일도, 한 사람의 인생도 긴 시간을 통해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봄은 영원히』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과 가족, 공동체를 향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봉순서적은 첫 책으로 『봄은 영원히』를 선택했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읽힐 가치가 있는 작품, 시대를 넘어 사람과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봉순서적은 유행을 좇기보다 시간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문학, 삶과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굴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9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처음 한국 독자를 만나는 『봄은 영원히』. 이 오래된 소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위로와 깊은 울림으로 오래도록 곁에 남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마티아스는 곧장 마차로 달려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가 워낙 가냘프고 작았던 터라 풍성한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내려오는 그녀를 부축하는 순간 자신의 강인한 남성미에 대한 묘한 도취감이 마티아스의 온몸을 휘감았다.
“날씨가 좋네요.” 그는 독일어로 다소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소녀가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종다리들이 노래하네요. 봄 냄새가 나요.”
정말 그랬다. 마티아스는 그제야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들종다리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어디선가 봄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본문 중에서
하지만 아말리아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티아스가 다시금 어두컴컴한 실내로 발길을 돌렸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선물이 오간 뒤였다.
인생이란 그런 것. 만약 빌헬름 슈톨츠가 피터 매클루어Peter McClure의 철물점으로 마차를 몰았거나 시카고Chicago나 스프링필드Springfield에 솥을 주문했더라면 혹은 아말리아가 그 말을 끝맺기라도 했더라면 훗날 여러 사람의 삶과 한 주(州)의 역사마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이는 그것을 섭리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운명이라 부른다. 하지만 섭리든 운명이든 삶이란 환상을 엮어 내는 베틀과 같다. -본문 중에서
열하루째 되던 날, 배는 세인트 조St. Joe에 정박했다. 그곳에서 한 아이가 숨을 거두었고 실성한 듯 통곡하는 가족의 손에 들려 육지로 옮겨졌다. 갑갑한 선실에서 한 산모가 진통을 시작해 승객 중 한 명인 의사가 다급히 호출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새 신부가 배에 올랐다. 캘리포니아라면 전부 낙원일 거라 믿는 듯 그녀는 행복하고 명랑했다. 삶이란 참으로 화사한 색실과 어두운 색실을 가리지 않고 뒤섞어 짜 내려가는 베틀과도 같았다. -본문 중에서
그날 이후 아말리아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고분고분했으며 헤르만에게도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대했다. 하지만 그날 아말리아의 내면 어딘가는 고향의 라일락 뿌리가 겨울 추위에 얼어붙듯 차갑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겉으로는 상냥하고 순종적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상처 입고 피 흘리는 채로 내면의 방으로 숨어들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영 몸을 감추어 버렸다. 클라이네 타우베, 작은 비둘기는 상처를 입었으나 죽을 수는 없었다. -본문 중에서
아말리아는 마비된 사람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러면서도 정신만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하여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을 어떻게 잃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아말리아는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도 낯설었다. -본문 중에서
조는 몰랐다. 할머니가 밤마다 조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본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어떤 재앙도 두려워하지 않기란 아말리아에게도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발치에 돋아난 파릇한 풀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그 날 오후, 그는 왜 자꾸 젊은 날의 풍경으로 되돌아가려 하는지 이해해 보려 애썼다. 사람은 인생을 절반쯤 살고 나면 마치 언덕마루에 오른 것처럼 비로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걸까? 아니, 꼭 그런 분명한 시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은 늘 희망과 열의를 품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자신이 뒤를 돌아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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