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시작을 한 우리들의 여정을 돌아보게끔 하는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의 첫 페이지를 펼친다.
첫 만남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이가 나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온다”는 문장처럼 작가는 강아지와 만남에 벽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전력 질주로 달려”오는 작은 생명 앞에서 그 벽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유정 작가의 강아지 ‘머루’는 그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소란 없이 조용히, 스며오듯 둘의 관계는 시작했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었으며 “둘만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갔다. “우리는 조용히 많은 것을 나눴다”는 그녀의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침묵의 가치를 읽어낼 수 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정적 속에서 오가는 몸의 대화를 느낀 적 있을 것이다. 수많은 만남과 관계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강아지 머루와 함께 하고 이별을 겪으며 최유정 작가는 이전과 다른 자신이 되어있다.
일상의 안녕을 지나 어딘가로 나아가는 이야기. 이는 한 사람의 경험이자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히 펫로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머루’에서 시작해 ‘나’로 돌아온 길을 담은 책이다. 그 여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 기쁨의 찰나, 불어오는 바람과 눈밭에 찍어 놓은 발자국 같은 것들이 무용하지 않다는 증거다.
목차
CHAPTER 1 | 사라지지 않는
첫 만남, 불변의 법칙
우리는 침묵으로 대화했다
네가 사라진 계절
____벌스데이
아등바등
두 번째 죽음
사랑하는 것들 때문에 슬퍼진다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
CHAPTER 2 | 관계는 슬픔으로 종결되고
슬픔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닫힌 문
관계는 슬픔으로 종결된다
신기루를 사랑하는 길
네가 사는 계절
시한부 인생
CHAPTER 3 |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불러오고
이별이란 쉼표
해몽解蒙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브로콜리 인형
너의 이름은
포착하기, 포기하기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CHAPTER 4 | 그럼에도 살아지는
숙련된 사랑
해피엔딩은 슬픔을 낳고
두 개의 방
그림자에서 피어난 무지개
민들레 홀씨
인생의 동반자
슬픔이라는 선물
나가며
추천의 말 | 함광성 상담심리전문가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최유정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서울예대 극작과를 전공하며 눈에 보이는 장면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숨결까지 담는 법을 배웠다. 그 배움을 통해 쌓은 관찰과 상상은, 이제 떠난 것과 남은 것의 사이를 이어주는 문장으로 피어난다. 슬픔과 줄다리기하며 일고일락하다 이 게임에 승자는 없다는 걸 깨닫고 슬픔과 친구가 되었다. 나의 그림자가 글을 통과하여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기를 바란다.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 제목이 된 이 말은 사실 첫 마음과 정반대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강아지가 무섭다는 이유로, 전력 질주로 달려오는 작은 생명 앞에서도 매정하게 방문을 닫아버렸던 첫 만남. 엄마와 동생은 반기고 나와 아빠는 반대했던, 2:1:1로 갈렸던 가족의 시간들. 그러나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 ‘머루’를 갖게 된 순간부터, 더는 이름 모를 존재로 흘려보낼 수 없었다. 복슬복슬한 까만 털과 그보다 더 까맣게 빛나던 눈, 방문이 열릴 때마다 결승선을 통과하듯 전력 질주로 달려오던 작은 요크셔테리어. 새까맣던 머루의 털이 갈색과 베이지, 은색으로 일곱 번 바뀌는 동안 둘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졌다.
가장 깊은 대화는 가장 조용한 순간에 오갔다. 할머니의 기억이 희미해지던 밤, 수화기를 내려놓고 혼자 무너지던 시간 속에서도 머루는 짖지 않고 그저 곁을 지켰다. 고개를 들면 머루가 일어서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핥았다. 그만 울라고 다그치던 다른 누구와도 달랐다. 우울이 바닥과 한 몸이 되게 만든 날들에도, 머루는 항상 그 바닥에 함께 있었다. 말이 아닌 정적 속에서 오간 몸의 대화. ‘사라지지 않는’이라는 1장의 제목처럼, 그렇게 침묵으로 나눈 시간들을 이 책은 가장 섬세한 문장으로 옮겨놓았다.
늘 나를 위로해주었던
조그마한 강아지
작가의 글을 읽으며 떠올린 한 시절이 있다. 우울과 무력에 잠식당해 있던 나를 위로해 준 존재 역시 강아지였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자 머루가 일어서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았다. 내가 눈물을 보이면 울지 말라고 위로하던 모두와 달리 머루는 묵묵하게 내 눈물을 닦아”준 것처럼 나의 강아지 역시 묵묵히 곁에서 내 뺨을 핥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머루가 있듯, 내게도 나만의 머루가 있다. 우리들의 ‘머루’는 한 시절에 뜨겁게 있었고, 여전히 있다.
“끝난 줄 알았던 머루의 이야기는 유자의 이야기와 함께 계속 쓰여나가고 있다”는 힘찬 문장을 새기며 최유정 작가의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의 다음 페이지를 열어본다.
웜그레이앤블루 기획 오픈콜에서
시작된 책,
‘작은 목소리를 위한’ 출판사 웜그레이앤블루의 기획 오픈콜에서 시작된 이 책은, 머루를 떠나보낸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유정 작가는 지금 또 다른 작은 존재 ‘유자’와 새로운 페이지를 써나가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이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머루’에서 시작해 다시 ‘나’로, 그리고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는 길에 관한 이야기다. 그 여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 기쁨의 찰나 같은 것들이 결코 무용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48쪽에 담긴 이 이야기는 2026년 8월, 손에 쥐기 좋은 작은 판형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펴낸이의 말
함께 사는 강아지 ‘오월’을 만지다 생각한 적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만질 수 있을까?” 이 작은 질문은 마음 속에서 커지고 커져, 가끔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어떤 존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자 숙제였으나, 나는 오월을, 오월은 나를 지키며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동안 우리가 나눈 것은 시공간 뿐만 아니라 많은 유대와 추억이다.
이 책을 마주한 채, ‘펫로스를 그렇게 오래도록 앓는다고?’ 혹은 ‘그래서 상담까지 받을 정도라고?’ 물을 사람들이 있을 테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슬픔의 깊이는 재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 내가 십여 년 간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며 알게된 바다. 최유정 작가의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를 통해 웜그레이앤블루가 늘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같이, ‘그런 당신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소중한 반려동물이었던, 무지개다리를 건넌 많은 친구들을 기리며.
-웜그레이앤블루 대표 김현경
책 속으로
두 다리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쏟아냈다. 얼굴을 꼭꼭 숨긴 데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타닥타닥. 분명 자고 있던 머루가 어느새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들자 머루가 일어서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았다. 내가 눈물을 보이면 울지 말라고 위로하던 모두와 달리 머루는 묵묵하게 내 눈물을 닦아줬다. 그만 울라고 짖지도 않았고,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내 옆을 지켰다.
---「CHAPTER 1 · 우리는 침묵으로 대화했다」중에서
할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갈 때 학생인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전화뿐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돌아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가 저린지도 모르고 1시간을 훌쩍 넘게 통화했다. 내 전화로 입을 처음 뗀다는 할머니의 말에 당장이라도 보러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전화한 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눈물이 차올랐지만 할머니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 교복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닦는 속도보다 눈물이 흐르는 속도가 더 빨라 소용이 없었지만.
---「CHAPTER 1 · 우리는 침묵으로 대화했다」중에서
나는 언제부터 이 집에서 나쁜 사람이 되었을까. 정확히 대답할 수 있다. 3월 17일, 유자를 입양한 날. 그다음 날부터 나는 이 집에서 유일한 악역이었다. 유자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동생 때문이었다. 나는 인생에 강아지가 머루 하나뿐이어도 만족할 수 있었지만 엄마와 동생에게는 죽을 때까지 강아지와 함께 하는 게 행복한 인생이었다. 그 가치관은 머루 때문에 더 단단해졌다. 머루를 통해 느꼈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이 빈자리를 여전히 채우지 못해 더 슬퍼하고 있었다. 슬픔의 모양은 정반대였지만 그 슬픔의 크기는 나 못지않았다.
---「CHAPTER 3 · 가족이라는 울타리」중에서
머루가 내 인생에 첫 이별은 아니었다. 그 이전에 할머니의 죽음이 있었다. 그때 내 인생 처음으로 장례식이란 걸 치르게 됐다. 조문객의 역할도 해본 적 없던 내가 조문객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낯설었다. 아빠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 순간도 발인하던 그 길고 긴 시간도 모두 슬펐지만, 머루를 떠나보냈을 때 더 많이 슬펐고 더 큰 후유증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오래 생각했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편찮으셨기 때문에 죽음이 어느 정도 예측됐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 금세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CHAPTER 2 · 관계는 슬픔으로 종결된다」중에서
머루를 잃고 난 뒤의 시간도 그랬다. 머루가 내 이름 없는 하루들을 빛나게 했다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다. 세상이 멈춘 듯했고 내 마음에 새로 돋는 가지는 없을 것 같았다. 죽음이라는 재난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슬픔은 눈보라처럼 몰아쳤다. 이대로 멸망하는 게 내가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미래였다. 저 조그마한 강아지가 뭐라고. 누구에게도 공감받을 수 없었고 어디에서도 이해받을 수 없었다. 머루는 내게 강아지가 아니었다. 가족이었다.
---「나가며 ·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 게 아니었습니다」중에서
〈머루에게〉
이 책의 첫 장에 이름을 새겨보려 한다. 화려한 문장보다 진심 한 줄이 더 오래 남을 거라 믿는다. 이 책을 읽는 이가 누구든, 이름 너머에 깃든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나와 함께 걸어온 존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름 하나가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오래 되새겼다. 첫 장을 넘기며 나의 소중한 이에게 바친 마음을 함께 읽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땐 당신의 소중한 이가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무수한 ‘____에게’가 파생되기를 기다리며. ‘머루에게’는 이 책의 첫 페이지이자 이 책의 두 번째 제목이다.
---「프롤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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