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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 사랑을 쓰려거든 콩으로 쓰세요 - 띵 시리즈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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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3342
ISBN
9791124336588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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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8-18
페이지, 크기, 무게 196쪽, 115*180mm, 196g
목차
프롤로그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았던 순간들

맷돌 한 바퀴, 큰엄마의 오른손
살고 싶다는 마음의 모양
싸움의 기술
사랑을 쓰려거든 콩으로 쓰세요
오래, 조용히, 그대로
우두둑, 괜찮지 않은 밤
나의 얼굴 붉게 물드니
캔디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라도
내겐 한없이 어려운 그 녀석
아버지가 반짝이던 날
두 사람만 아는 것
짧은 손톱의 승리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마당에서
각오 단단히 해두고 있어!
신인류가 밀레니얼을 거쳐 MZ가 되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 안의 소리
실패를 공유하는 사이
콩이 달라졌어도, 콩은 콩이야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봉태규
영화배우.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 DJ.
쓴 책으로 『개별적 자아』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있다.
하시시박의 남편이자, 봉시하, 봉본비 두 아이의 아빠다.
출판사 서평
“안 괜찮아도 괜찮아.”
단정하고 담백한 얼굴로 조용히 그 자리에 있는 콩처럼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았던 순간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던 고등학생 봉태규는 소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이른 나이에 계획에 없던 배우 데뷔를 하게 되면서,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낯선 세계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배우로 살아가는 일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새롭고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방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변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정작 자기 자신을 놓치고 있다는 혼란도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다.
스스로를 예민하고 부족하다고 여기며 뾰족하게 날을 세운 채 자신을 괴롭히던 한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콩처럼 둥글고 유연하며 살뜰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 숙성과 발효의 시간은 조금 투박하고 향기롭지 않았을지라도, 마침내 그는 자신과 타인을 너그럽게 품을 줄 아는 사람으로 익어가는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언제나 주인공일 때도, 주인공이 아닐 때도, “오래, 조용히,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며 자기 몫의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인 셈이다.
콩이라는 식재료는 얼핏 호불호가 심할 것 같지만, 의외로 우리 곁에 늘 항상 존재하는 친숙하고 푸근한 존재다. 대한민국 국민 반찬 검은콩자반, 그리고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부, 된장, 청국장, 낫토 등은 물론이고, 두유, 콩국수처럼 콩의 형태는 남아 있지 않더라도 콩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음식까지. 하다못해 어느 유명 햄버거 체인점 매장에는 껍질째 구운 땅콩을 심지어 무제한으로 담아 먹을 수 있도록 박스째 산처럼 쌓여 있지 않은가.
배우 봉태규가 살아오면서 받은 사랑, 주는 사랑, 스스로를 돌보는 사랑, 그렇게 함께 써내려가는 많은 사랑에 콩이 있었다. 콩으로 쓰여진 사랑은 모난 마음도 둥글게 끌어안고, 괜찮다고 위로하며, 각자의 감정과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 사랑은 콩이 자라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함께 자라났다. 봉태규는 그 사랑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책 안에 차곡차곡 옮겨 담았다.

“아빠, 콩 한 쪽을 어떻게 나눠 먹어?”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마음을 발견하며
서로를 살뜰히 돌보고 함께 자라나는
배우 봉태규와 가족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

젓가락질을 못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아버지께 혼이 나던 어린이는 자라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건강한 채소를 먹이려 갖은 노력을 다하는 아빠가 되었다. 친구의 도시락통에 가지런히 담긴 완두콩밥을 부러워하며 “한 입만.” 하던 소년은 훗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전빵과 함께 나온 마스카포네 치즈에 박한 서리태의 식감을 음미하는 미식가가 되었다. 처음 초청받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른들을 따라간 횟집의 낯선 음식들 사이 그나마 익숙한 자숙콩 밑반찬에 안도하던 풋내기 배우는 어느덧 가족을 위해 회를 주문하고 새로운 음식에도 척척 도전할 줄 아는 노련한 어른이 되었다.
동화책을 보다가 “아빠, 콩 한 쪽을 어떻게 나눠 먹어? 우리는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는 공룡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수박보다 더 큰 콩이 있을 수도 있잖아.” 하고 묻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사뭇 진지해져버린 아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멋진 캔디 스트라이프 셔츠의 소매를 둘둘 걷어 올린 채 아내와 두 아이와 햇살을 만끽하며 야외 식사를 즐기는 제법 성공한 연예인. 이제는 혼이 나고 싶어도 아버지는 곁에 계시지 않고, 아버지의 탈모를 닮을까 염려하던 중년의 남성은 어느새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한 개인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장하는 과정과, 가족의 사랑을 통해 그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특별하지 않지만 없으면 무척 아쉬운 콩이라는 음식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매일 한 뼘씩 자란다. 작은 콩 한 알은 어느새 흩어진 가족의 시간을 한데 모으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단단한 씨앗이 된다. 평범한 일상의 편린도 ‘콩’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가족 모두의 취향을 한껏 품은 아름다운 집에서 네 가족이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각자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 메뉴가 카펠리니 면으로 끓인 콩국수일 때도, 매콤하게 볶은 두부김치일 때도, 후무스 잔뜩 바른 샌드위치일 때도 있을 것이지만, 사실 메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먼저 읽고 추천한 고명재 시인의 “콩은 근본적으로 ‘씨앗’”이며 “푸르게 자랄 사랑의 미래”라는 말에 절로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무심히 건넨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서 얼마나 크고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비록 한 알은 작지만 수박처럼 큰 사랑을 품은 콩처럼, 이 책에 심어진 다정한 이야기들 또한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추천사

땅콩 씹는 소리에도 슬픔이 있고, 두부김치 한 접시에도 사랑이 있다. 이 책은 온갖 콩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읽고 나면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해진다. 그것은 콩이 근본적으로 ‘씨앗’이라는 것. 푸르게 자랄 사랑의 미래라는 것.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콩’들은 ‘사랑’이나 ‘사람’으로 바꾸어 읽어도 말이 된다. 예컨대 다음의 문장을 그렇게 보자. “그러니깐 콩이 달라졌는데, 그게 결국 콩이라는 거네.”
고명재 / 시인

책 속에서

그때의 나는 내 마음도 그렇게 다루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힘든 마음은 있으나 없는 것처럼, 불안은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우울은 겪지만 이름 붙이지 않은 것처럼.
약을 먹고 나서 처음으로 달라진 건 입맛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예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그전에는 무언가를 먹는 행위 자체가 번거롭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런데 멸치가 통째로 들어간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진 순간, 뭔가 아주 작은 것이 살아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이렇게 온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된장찌개 한 그릇의 모양으로.
28쪽 ‘살고 싶다는 마음의 모양’ 중에서

콩을 삶는 냄새는 지금도 가끔 엄마의 새벽을 떠올리게 한다. 식당 문을 닫고 돌아오면 이미 자정이 넘었을 텐데, 그 시간에 콩을 불리고 메주를 만들었을 것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며 자랐지만, 얼마나 힘든 새벽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엄마의 새벽은 내가 자는 동안 끓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냄새가 자장가였다. 엄마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냥 하셨다. 그것이 엄마가 집밥의 마지막 자리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41쪽 ‘사랑을 쓰려거든 콩으로 쓰세요’ 중에서

그동안의 내 행동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 창백한 얼굴에 부끄러움이 번졌다. 차갑고 담백하고 하얀 두부와 뜨겁고 칼칼하고 붉은 김치처럼. 그 사실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했던 그날 저녁. 그리고 미안함을 맛있다는 말 한마디로 받아준 아내. 두부김치의 두부는 혼자서는 특별한 맛을 내지 않는다. 김치와 만나야 비로소 맛이 난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이 만나야 조화롭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맛을 이끌어내는 사이가 됐다.
70-71쪽 ‘나의 얼굴 붉게 물드니’ 중에서

장황하게 말을 하고 나서야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몫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사랑받기 위해 반드시 먼저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해도 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되고, 정말로 콩 한 알밖에 없는 날이 온다면 일단 그것을 자기 입에 넣어도 괜찮다고. 가족이란 그런 순간에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90쪽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중에서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꼭 거창한 고백을 들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냉장고에 어떤 재료를 늘 두는지, 빵은 얼마나 굽는지, 양파의 아린 맛을 얼마나 빼는지, 올리브유를 어느 정도 둘러야 맛있다고 느끼는지.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지도가 되었다. 나는 원지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 지도를 조금씩 읽었다. 가본 적 없는 도시의 이름보다, 그곳에서 혼자 차려 먹었을 아침의 맛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후무스는 낯선 나라의 음식이 아니라, 내가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닿는 부드러운 길 같았다. 그래서 지금도 후무스를 먹을 때마다 원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173쪽 ‘너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 안의 소리’ 중에서

“그러니깐 콩이 달라졌는데, 그게 결국 콩이라는 거네.”
순간 굉장히 강력한 바람이 불어와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가끔 너무 쉽게 핵심을 찌른다. 어른들은 과정과 이름과 역할을 따지느라 한참 돌아가는데, 아이는 눈앞에 놓인 것을 보고 단번에 말해버린다. 달라졌지만 콩은 콩이라고. 그 말에는 위로하려는 의도도, 나를 설득하려는 목적도 없었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말해주면 오히려 믿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 문장은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191쪽 ‘콩이 달라졌어도, 콩은 콩이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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