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희영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나나』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안의 크기』 『낙하』 등을 썼다.
출판사 서평
오직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드립니다
이야기를 담는 밤이 있는 곳, 담야
소란한 도시와 벅찬 사회생활에 번아웃을 겪던 슬목은 직장을 그만두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호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해 버린 뒤 지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한옥 호텔 담야에서 근무하게 된다. 객실을 전부 합쳐 봐야 일곱 개에, 설비팀과 객실 관리팀 네 명, 야간 담당 지배인님과 슬목의 사수인 승아가 전부인 작은 호텔이다. 밤늦도록 거리를 밝히는 불빛도, 서울에선 익숙하게 지나치던 편의 시설도 없지만, 울울히 둘러싼 소나무 숲과 단아한 처마를 드리운 담야는 고즈넉한 한옥의 매력이 살아 있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름답고 완벽한 한옥 호텔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 호텔의 개업 일주년을 맞아 홍보 이벤트를 기획해 보라는 대표의 말에 슬목은 사연을 모집해 숙박과 함께 맞춤 이벤트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슬목의 안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야심 차게 홍보 게시물을 업로드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겨우 모집된 하나의 사연. 소꿉친구에서 시작해 연인이 되어 인생을 약속할 결혼을 앞둔 커플의 프러포즈 이벤트다. 현수막과 레드 카펫, 촛불과 케이크, 꽃다발까지 고객의 일생일대 이벤트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슬목과 승아는 기쁘게 손님을 맞이한다. 그런데 장식된 이벤트홀에 들어선 남자는 완벽한 이벤트 계획에는 미처 포함되지 않았던 말을 내뱉는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140면) 과연 슬목과 승아는 위기에 처한 이벤트를 잘 마무리하고 홍보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어느 밤, 나의 과거를 만났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미래, 그 어름의 이야기
홍보 이벤트 성공이라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고 있는 슬목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자신이 몽유병인지 의심되는 사건을 겪고 밤마다 집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생겨난다는 것. 회식 이후 분명 멀쩡히 집에 돌아왔지만 새벽에 트레이닝 복과 롱 패딩 차림으로 집 근처 놀이터에서 눈을 뜨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에 누군가 사용한 물컵과 자신의 번호가 적혀 있는 의문스러운 쪽지를 발견한다. “대체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죠?”(81면)
신고도 해 봤지만 도난당한 물건도 없는 상황에 경찰은 마땅한 조치도 하지 않고 돌아가고, 답답한 슬목은 집 안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직접 침입자를 잡기로 한다. 그런데 다음 날 확인해 본 카메라에는 놀랄 만한 얼굴이 담겨 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원룸을 두리번거리는 앳된 얼굴은 어딘지 낯이 익은데……. 그때 슬목의 머릿속에 십이 년 전 사건이 스쳐 지나간다. 슬목의 원룸을 찾아온 이는 누구일까? 십이 년 전 그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말은?
실패와 성공을 넘나드는 담야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슬목은 ‘평범’과 ‘정상’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온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경험을 한다. 오랜 연인에게 하는 프러포즈, 조카의 취직 성공을 축하하는 이벤트, 아들의 생일 파티까지, 담야를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은 일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온 이야기들은 결코 흔하지 않다. 슬목은 이들의 사연을 존중하며 주인공들이 담야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이벤트의 본질인 상대를 위하는 마음과 진심의 힘을 되새긴다.
또한 십이 년 전 스무 살이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당시에는 입시 실패라는 막막한 상황과 부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주변을 다시 살피게 된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재발견하면서, 막다른 곳인 것만 같던 상황도 결국은 지나가고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페인트』를 읽고 새롭게 그릴 내일을 꿈꾸며 자란 이들이 세상의 거친 파도를 겪고 있을 지금, 미래를 향한 기대가 잠시 벽에 가로막혀 불안한 시간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지친 몸과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도록 특별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선물 같은 책이다.
줄거리
소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 고요한 한옥 호텔 ‘담야’에 취직하게 된 ‘슬목’은 호텔의 홍보를 위해 이벤트를 제안한다. 사연을 모집해서 숙박과 함께 이벤트를 꾸려 주는 기획이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하나의 사연이 도착하는데, 과연 담야의 홍보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한편 슬목은 어느 날부터 자신의 집에서 다른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고, 침입자를 잡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깜짝 놀랄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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