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삶은 한 작가의 일생이자, 동시에 유럽 교양과 휴머니즘이 겪은 몰락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 섬세한 문장 속에서 잃어버린 시대의 꿈과 고뇌를 다시 만나는 일이 된다. 그는 한편으로는 사랑과 욕망, 죄책감과 파멸의 미세한 결을 탐구한 심리 소설가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숙명과 시대의 압력을 사유한 지성인이었다. 다시 말해, 슈테판 츠바이크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 내면의 가장 미묘한 떨림과 시대가 던진 가장 무거운 질문을 동시에 마주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달빛 골목』이라는 제목으로 묶은 세 편의 글 - 원제목은 각각 『달빛 골목 Die Mondscheingasse』, 『낯선 여인의 편지 Brief einer Unbekannten』, 『불타는 비밀 Brennendes Geheimnis』 - 은 츠바이크의 전체 작품에 관한 대표성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데, 특히 프로이트적 심리학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와 교류했던 작가답게 무의식, 억압된 욕망, 인간 심리의 이면을 탐구하며, 세 작품 모두 행동보다 심리의 원인을 추적하는 특징을 보인다.
목차
1. 달빛 골목
2. 낯선 여인의 편지
3. 불타는 비밀
4. 역자 해설
5. 슈테판 츠바이크 연보
저자소개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유태인 혈통의 가문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는 한 세기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품어 낸 유럽 지성인이었다. 그는 섬세한 심리의 결을 포착하는 탁월한 단편 작가였고, 동시에 역사의 굴곡 속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져 간 인물들을 되살려내는 전기의 대가였다. 빈의 세기말적 세련됨과 감수성을 지닌 그의 문장은, 늘 절제된 우아함 속에서 인간 내면의 가장 은밀한 떨림을 드러냈다. 츠바이크의 삶은 한 작가의 일생이자, 동시에 유럽 교양과 휴머니즘이 겪은 몰락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 섬세한 문장 속에서 잃어버린 시대의 꿈과 고뇌를 다시 만나는 일이 된다. 그는 한편으로는 사랑과 욕망, 죄책감과 파멸의 미세한 결을 탐구한 심리 소설가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숙명과 시대의 압력을 사유한 지성인이었다. 다시 말해, 슈테판 츠바이크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 내면의 가장 미묘한 떨림과 시대가 던진 가장 무거운 질문을 동시에 마주한다는 뜻이다.
역자 : 윤순식
서울대 인문대학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독일어 전임교수를 역임했고,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박사후 연수(Post-doc) 과정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현대독문학을 연구하였고, 오랫동안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덕성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교양과(독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 한국토마스만학회 회장이다. 제18회 한독문학번역상(제11회 시몬느번역상)을 수상하였고, 대중을 위한 공개강연도 자주 하고 있다.
저서에는 「‘마법의 산’ 읽기」, 「아이러니」, 「토마스 만」, 「전설의 스토리텔러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읽자」, 「프란츠 카프카의 생각을 읽자」, 「이해와 소통 글쓰기」, 「최강독일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교양」(공역), 「정신병리학 총론」(공역, 전4권), 「역사의 지배자」, 「작약등(芍藥燈)」,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 「마의 산」(전3권), 「변신」, 「괴테, 토마스 만, 니체의 명언들」, 「로스할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독일 전설」(공역, 전2권),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토마스 만 단편 전집」,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백만장자와 수도승」, 「사랑, 예술, 광기, 운명」, 「아모크, 첫 키스, 재회」, 「선고, 변신, 화부 - 아들 3부작」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김선형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독일 뉘른베르크-에를랑겐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헤르만 헤세, 이탈리아 여행 그리고 르네상스 여행』, 『나 역시 아르카디아에 있었노라! - 괴테와 함께하는 이탈리아로의 교양여행』, 『르네상스 예술에서 괴테를 읽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읽기』, 『독일문화산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한넬로레 슐라퍼의 『패션, 여성들의 학교』와 『지성인의 결혼』, 슈테판 츠바이크의 『타 버린 비밀』, 『감정의 혼란』, 로자 룩셈부르크의 『옥중서신』 등이 있다.
역자 : 원당희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토마스 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잠시 독일 에얼랑엔대학에서 수학하며 독일 문예학과 철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강의했다. 역서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천재, 광기, 열정』, 『환상의 밤』,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힐레브란트의 『소설의 이론』, 위르겐 슈람케의 『현대소설의 이론』,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한스 레만의 『프로이트 연구 I, II』 등이 있다.
인간의 선의와 폭력, 화해와 파멸이 마지막 순간까지 공존하는 것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인간이 타인의 운명 앞에서 개입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를 끝까지 묻는 개인의 비극으로 읽히는 작품이다.
『낯선 여인의 편지』
사랑의 헌신뿐 아니라 타인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으로, 기억과 망각, 사랑과 고독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어느 한 사람에게는 삶의 전부였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억조차 남지 않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다.
『불타는 비밀』
사춘기 소년의 고독한 성장을 그린 단편이지만, 제일 차 세계 대전 이전, 청소년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당시 교육과 성장기 청소년의 위기에 관한 어른들의 무관심을 표현하면서 당대 윤리의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책 속으로
내가 느낀 것은 오직 이런 감정뿐이었다. 아무것도 나를 위해 일어나고 있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상하리만치 내 것이기도 하다는 느낌.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이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을 가장 깊고 가장 진실하게 체험하게 되는, 더없이 충만한 그 감각이었다. 그것은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샘과도 같은 것이어서, 나는 낯선 세상에 발을 들일 때마다 언제나 쾌락처럼 그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 p.11
그러나 모퉁이에 이르러, 몸을 돌리기 전에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내 시선이 그에게 닿자, 그는 흠칫 몸을 추스르더니, 결심한 듯 벌떡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가 서둘러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의 손에서 금속이 번쩍 빛났다.
--- p.35
이 모든 사소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저는 사랑하는 당신께 소상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당신이 저처럼 수줍고 겁 많은 계집애에게 처음부터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제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시기 전부터 당신의 주변에는 어떤 빛의 무리가, 이를테면 풍요로움과 독특함, 비밀스러움 따위가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 p.42
저는 긴장과 감동을 번갈아 맛보며 언제나 당신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당신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시계가 초조하게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세고 또 재고 있는데도, 그 시곗바늘의 떨림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당신이 가는 길에서 언제나 작은 가슴을 두 방망이질 하고, 몇백만 번의 초침을 똑딱거려도, 단 한 번의 가벼운 눈길도 받지 못하는 시곗바늘의 긴장처럼 말입니다.
--- p.50
밖에는 어둠이 압박하듯 내려앉고 있었다. 커다란 비구름이 잿빛 손을 그들에게 뻗쳐, 점점 더 어두운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침묵으로 인하여 더욱더 압박감을 받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아이의 대화는 거의 위협적일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가 되는 가운데 점점 더 강제적이고 가식적으로 보였지만, 그는 그러한 상황이 거의 끝나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실험을 하나 해 보기로 했다.
--- p.106
이제 초조한 사냥꾼이 사냥감에 다가갈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이번 경우에 마치 가족처럼 세 명이 함께한다는 것이 남작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셋이 수다를 떠는 것이 불만스럽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그의 본래 의도는 아니었다. 욕정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이렇게 어울리는 것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에로틱한 상황을 지연시키며, 대화에서 열정을, 즉 공격에서 불을 없앤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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