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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무너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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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6780
ISBN
9791163167419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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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8-28
페이지, 크기, 무게 332쪽, 130*200mm, 432g
목차
프롤로그
당신이 악에 깃드는 데 걸리는 시간
검은 구멍
곧 무너질 천국
보헤미안의 숲
가는 곳마다 어디든
이 망할 악마 놈들아
먹빛 하늘
파괴할 수 없는
심장은 빠르게 뛰고
이토록 볕 좋은 날에
원담시 괴사건 보고 ⑤ : 황회장 대저택
저자소개
저자 : 정세진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제4회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 수상 후 시나리오 작가를 겸했다.
전작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의 단편 「숲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라」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스토리마켓에서 한국 IP로 선정되어 영상화 계약을 체결했다. 작가는 흔해 보이는 소재에 예상치 못한 비현실적인 충격을 가해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서사 방식으로, 독보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호러 시리즈 ‘호러블가든’의 다섯 번째 작품인 『곧 무너질 천국』에서는 탐욕이 번들거리는 어둠을 들여다보다 그에 먹혀버리는 인간의 나약한 내면을 조명한다.
출판사 서평
백억짜리 제안 그리고 열지 말았어야 할 문
벼랑 끝에 선 도망자가 도착한 천국의 모습은?

고작 스물일곱에 황정우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통정거래로 한몫 잡으려던 ‘작전’이 틀어지면서 많은 빚을 떠안고 만다. 탐욕의 대가는 참혹했다. 형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그는 폐광촌 카지노를 전전하며 숨어지내는 처지다. 그런 그에게 변호사라며 찾아온 사람이 솔깃한 제안을 한다. 먼 친척인 황회장의 양자로 들어가 그의 가업을 이어달라는 것.
재개발 예정지 한복판에 알박기한 황회장의 저택만 상속받으면 백억에 사주겠다는 개발업자의 말까지 얹히자 정우는 다시 한번 ‘작전’에 발을 들인다. 끝내 가업이 무엇인지 모른 채.
늘 안개와 음산한 기운에 휩싸인 대저택에는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거기 사는 사람들도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만 같다. 첫날부터 기이한 현상에 시달리던 정우는 저택 어딘가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섬뜩한 비명에 이끌려 철문 앞에 섰을 때, 그대로 뒤돌아 달아나는 게 상책이었지만, 문고리를 잡은 순간 모든 게 늦어버렸다.

이것은 원담시 이면에 존재하는 그들에 대한 기록
호러 도시 세계관 시리즈 〈호러블가든〉

『곧 무너질 천국』은 가상도시 원담시를 무대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이나 현상을 다룬 〈호러블가든〉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도시의 생활 공간을 배경으로 한 본격적인 호러 시리즈 〈호러블가든〉은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기획으로, 공포소설 독자들에게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지금까지 네 작품이 출간되었는데, 『그 하마의 눈을 찔러라』는 원담시를 에워싼 석모산의 메아리산장을, 『마리아와 마리아』는 수녀원 기숙학원인 성모학원을, 『완벽한 세상』은 도심 주거공간인 원담힐타운하우스를, 『바꿔볼래?』는 원담시 소재의 청람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교, 산장, 기숙학원 등 그동안 괴담에서 회자된 공간들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시리즈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왔다.
『곧 무너질 천국』은 원담시 재개발 지역에 알박기를 하고 있는 대저택을 배경으로, 이번엔 한국의 전통적인 주술과 무당에 서구의 악마숭배를 결합해 더욱 독특한 오컬트 호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독립된 이야기들은 권말 부록에 해당하는 ‘원담시 괴사건 보고’에서 이야기 밖의 이야기와 결합된다. 사라진 동생을 찾는 한 편집자의 기록이 시리즈를 관통하고, 보고서를 통해 원담시 이면에 존재하는 그들의 정체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독창적인 서사 구조를 완성한다.

책 속에서

“왜 사람이 없겠어? 동네가 다 죽어버렸으니 죄다 떠난 거지.”
주인아주머니가 뜬금없이 뒤늦게 아까 물었던 것에 대답을 했다.
“원래 조용한 동네였는데 몇 년 전부터 재개발이다, 뭐다, 시끌시끌하더니 동네 꼬락서니가 이상하게 변해버렸어. 염병, 재개발이라도 빨리 될 것이지 벌써 몇 년째 저러고만 있으니 동네 전체가 흉가처럼 뒤숭숭해지지. 원래 여기가 풍수적으로 기운이 좋았거든. 내가 그런 데 좀 관심 있어. 그래서 여기서 가게 열었던 거고. 근데 하루아침에 땅 기운이 흉흉해지면서 악지가 되어버렸어.”
“그런 게… 갑자기 바뀌기도 하나? 풍수라는 게 배산임수? 뭐, 그런 거로 따지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거, 모르는 소리 하지 마쇼. 이게 사람마다 기운이라는 게 다 다른 법이거든. 어떤 사람은 운이 좋고 어떤 사람은 더럽게 운이 없어서 하는 족족 죄다 망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동네가 후져지잖아? 그럼 결국 후진 종자들만 갈 곳이 없어서 남게 되는 거야. 동네에 거지 떼들만 득실거리는데 기운이 좋을 리가 있겠어!”
(p.54)

“어제 북쪽 끝 방에 묵었다며. 빈방도 많은데 왜 하필 그 방을 배정했대?”
“그 방이 왜요?”
말이 자연히 퉁명스럽게 나갔다.
“그 방이 어떤 방인지 얘기 못 들었어?”
“아니요, 별말 없던데요.”
판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누가 보는 사람 없는지 주위부터 살폈다. 그러고 나서는 목소리를 슥 깔고 말했다.
“옛날에 회장님 위로 형님이 두 분 더 계셨거든. 그 방이 원래 큰형님 방이었어. 근데 어느 날 둘째 형님이 도낏자루를 들고 와서 침대에 누워 있던 큰형님 목을 댕강….”
손으로 목이 잘리는 시늉까지 해보이며 판오가 실감 나게 옛날얘기를 시작했다. 어쩐지 입가에 문 웃음이 비열해 보였다.
“그렇게 몸통은 침대 위에 전시해놓고, 머리는 욕조 안에 담가둔 채로 연기처럼 사라졌어.”
“그걸 직접 봤어요?”
봉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끼어들며 물었다. 판오가 예상 못 한 질문이었는지 눈썹을 꿈틀대며 말했다.
“당연히 못 봤지, 아주 오래전 일이야. 나도 얘기로만 들었어. 여기 동네에서는 유명하거든. 물론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은 죄다 떠났고 지금은 소문으로만 남았고.”
(p.96)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작지만 불규칙적으로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자신의 발에서 나는 소리 말고 어디선가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정우는 그 자리에 멈춰 숨까지 참으며 귀를 기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다시 한 걸음씩 내디뎠다가 잠깐씩 멈춰 서야 했다. 문득 문득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지 가늠이 안 돼 혼란스럽고 막막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정우는 그리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그곳엔 짙은 어둠 속에 파묻힌 시커먼 뭔가가 꿈틀꿈틀 흔들리고 있었다.
정우는 뒷골이 서늘해져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다. 굽힌다리가 연신 후들거렸다. 그래도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적어도 상대는 덩치 큰 사람도, 괴물도 아니었다. 때마침 구름을 걷어낸 달빛이 들이치며 마침내 그것의 형체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쥐 떼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도 넘어 보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또 하나의 끔찍한 형체. 그건 이 많은 쥐들에게 살점을 뜯어먹히는 고양이였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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