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우리 집 늙은 공주
사랑한다는 말 대신, 늙은 공주
많이 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상
하는 데까지
다이아몬드 대신 콩 가는 기계
보석은 팔았어도 편지는 남았다
팔지 말고 엄마 보듯이
그놈의 정 때문에
팔십의 엄마, 서른의 남편을 만나다
밤나무와 보온 도시락
아버지 없는 바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해
2부 - 내 딸한테 잘해 주어 고맙습니다
스물한 살의 엄마
모두 남의 집 귀한 자식
내 딸을 사랑하냐고만 물었다
사람을 먼저 보는 엄마
이혼을 하더라도 놔둬
더 좋은 날이 와
며느리 보던 날
공짜로 얻은 식구
내 며느리지, 니 며느리야?
쓸데없이 쓰라고 준 돈
1절 듣고, 2절도 들을게
엄마의 택배
입안의 사탕 녹이듯
사탕을 돌려주던 날
엿 먹어라
보타닉가든보다 더 예쁜 꽃
먼저 숙이는 사람이 어른
니가 결혼한 사람은 누구냐
쌍놈과 쌍년
이것들이 엄마 기쁨
엄마가 틀려도 괜찮았던 날
지금 이대로 다 복이야
짐이 되지 않으려 걷는 길
쉬었다 가자
엄마가 태어나 주었기에
내 딸한테 잘해 주어 고맙습니다
엄마가 있어서 참 좋아
3부 - 엄마의 트로트
쨍하고 해 뜰 날
그만하면 다 받았어
순댓국밥과 부초 같은 인생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엄마의 역전승
세월아 비켜라
메밀부침개와 “잘 살 거야”
웃어야 복이 오지
밤 열 시의 전국노래자랑
나도 한땐 날린 여자야
4부 - 행복을 부르는 엄마의 말
사자 봤으면 다 본 거야
잘했다, 잘했어
다행이다
니가 선물이야
이건 돈이 아니라 추억이야
아직 젊잖아
이삼 년만 더
서운할 일이 아니야
엄마의 울타리
전화해 줘서 고마워
복이 오는 쪽으로
5부 - 엄마가 만드는 천국
보면 알지
천동리 경로당의 겨울
나눠 먹어야 맛있다
문이 열려 있는 집
주거니 받거니
숟가락 하나 더
비닐봉지에 담아 온 선물
더 좋은 걸 줘
마음이 하늘을 나는 것 같다
찌꺼기만 남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우리가 엄마의 시간을 걷는 일
곁에 있는 천국
저자소개
저자 ; 김영순
극단 나는세상 대표, 연극 연출가.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극단에서 연극을 배우다 서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에서 연극 연출을 배웠고, 뉴욕대학교에서 공연학 석사를 마쳤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한 후 귀국해서 ‘극단 나는세상’을 창단했다.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10년 넘게 꾸준히 공연되어 온 그의 대표작이다. 가족과 부부, 세대 간의 갈등을 찰진 대사와 유머로 엮은 버라이어티 생활 연극이다. 연극 〈사랑의 약속〉, 〈하나님, 그녀가 필요해요〉, 〈에버가 기가 막혀〉, 〈나의 마지막 연인〉 등을 연출했고, 단편영화 〈당신의 자리에 서다〉(작·감독) 등 국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그는 일상의 매 순간을 독특한 시선으로 살펴,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엮어 무대에 올린다.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첫 문장
1947년생 홍복이. 나는 엄마를 ‘복 여사’라고 부른다.
4쪽
힘들고 고단한 날이면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다. 나는 궁금해졌다. 엄마는 왜 그렇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까.
69쪽
“니들은 내가 낳고 키운 자식들이잖아. 하지만 며느리는 내가 해 준 거 없이 고생만 시켰고. 누가 그렇게 내 아들 옆에서 좋으나 싫으나 한평생을 같이 해 주겠어. 니 동생이 아무것도 없을 때 조건 따지지 않고 왔잖아. 전셋집 하나 없이 시작한 신혼살림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잖아. 엄마가 그 빚을 어떻게 다 갚어.”
72쪽
“엄마는 어떻게 며느리 흉을 한 번도 안 볼 수 있어?”
내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갸는 공짜잖아. 내 배 아파 낳은 것도 아니고, 내가 키우느라 고생한 것도 아니고, 내 돈 들여 가르치지도 않았고. 남이 배 아파 낳고 고생해서 키우고 돈 들여 가르쳐서 공짜로 내 자식이 됐는데 내가 할 말이 뭐가 있어. 식구가 돼 준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지.”
127쪽
우리를 있게 해 준 아버지는 이제 없다. 그 자리에 엄마가 홀로 서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처럼 화장지를 길게 풀어 손에 쥐고 흔들며 춤을 추었다. 엄마도 우리 사이에서 화장지를 흔들며 춤을 췄다.
132쪽
어린 손녀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배꼽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딸한테 잘해 주어 고맙습니다.”
엄마는 열두 살짜리 어린 손녀에게 허리를 숙여 딸의 행복을 부탁했다.
177쪽
하루 일을 끝내고 나면 고단하다고 할 법도 한데 엄마는 늘 그날 자신이 한 일을 잘했다고 말한다. 배추를 뽑아도 잘했고, 파를 뽑아도 잘했고, 고사리를 삶아도 잘했다고 한다.
180쪽
나는 초등학교 4학년, 그것도 1학기도 채 마치지 못한 엄마의 학력을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고, 엄마는 그 학력으로도 충분히 살아 낼 수 있었던 삶을 다행이라고 했다.
181쪽
“할머니, 제가 바로 오느라 아무것도 사 오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손자를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는 니가 선물이야. 그것도 아주 큰 선물이지. 너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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