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라진 페도라
2장. 꽃같이 피어
3장. 굿모닝 경성
4장. 단발낭자 이단아
5장. 은하관
6장. 그림자 변사
7장. 할로 걸
8장. 영예로운 훈장
9장. 길
저자소개
저자 : 강선우
유아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집필하다 드라마 분야로 장르를 확대했다. 방송콘텐츠 진흥재단 드라마 공모전에서 『열녀명은전』으로 우수상을 수상하고, 이를 각색한 『조선명랑흥신소』로 예스 24 웹소설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조선후궁실록: 연홍전』으로 우수상을 수상해 이를 출간했고, 스토리움 추천작 『청년 주부 구운몽』도 출간했다.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공모전
에서 『심연심서』로 수상했으며, 동일 작품으로 현재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시대에 순응할 것인가, 시대에 맞설 것인가
소설은 192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극장 문화와 영화 관련 에피소드를 비롯해 신여성, 예기(藝妓) 문화, 식민지 사회의 억압과 독립운동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그리고 소설의 한 축을 이루는 기자 준우와 단아의 만남과 사랑 역시 단순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는다.
준우에게 영화는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는 ‘꿈’이었다. 반면 단아에게 영화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었다. 서로 다른 영화관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검열과 친일 권력,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은 하나의 질문과 만나게 된다.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목소리로 시대에 맞설 것인가”
《단발낭자 이단아》는 독립운동가의 영웅적인 삶을 그려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시대의 현실과 부딪히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열정으로, 누군가는 지식으로,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으로 시대에 맞섰다. 그들에게 ‘독립’은 처음부터 거대한 역사적 구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개인의 질문에서 출발해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개인의 적극적인 선택이었다.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
이 소설에서 영화는 단순한 시대적 배경이나 오락이 아니다. 특히 단아에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단아는 영화 속 이야기를 읽어주는 변사가 된다. 그러나 여성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렇게 얼굴을 숨긴 채 관객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자 변사’가 된다. 목소리는 있지만 얼굴은 없다. 그리고 그녀가 전달하는 것은 여전히 남이 만든 이야기였다.
단아에게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기생도, 전화교환수도, 그리고 조선의 수많은 여성들도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단아는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남의 이야기를 전하던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그것이 단아의 성장이다.
소설에서 단아의 성장은 ‘목소리’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노래를 부르던 예기에서 밤무대의 가수로, 다시 그림자 변사로,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로, 성장의 변곡점에서 그녀의 이름은 상화에서 초연으로, 진하로, 그리고 단아로 바뀐다.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곧 그녀가 살아가는 삶이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남이 만든 노래를 부르고, 남이 만든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나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시작한다.
단발에서 시작된 한 여성의 ‘독립’
단아에게 ‘독립’은 처음부터 거대한 역사적 사명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 남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감당하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는 독립의 시작이었다.
단발은 그 선택의 출발점이다. 누군가는 그녀의 단발을 파격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도발이라 했으며, 또 누군가는 일탈이라 했다. 하지만 단아에게 단발은 유행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단발낭자 이단아》는 그렇게 한 여성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해, 자신의 삶과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속에서
그날 밤, 초연은 길고 긴 삼단 같은 머릿자락을 가위로 싹둑 잘랐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는 만수에게 이리 말했다.
“아재, 나 살아야겠어. 여자도 굵게 살면 남자만 못지 않겠어요? 나도 똑같은 사람이니, 더 이상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처럼 구경거리 가 되어 살지는 않으려오.”
1919년, 붉은 봄의 일이었다.
- 페이지 46-47
영화 속 조선은 일본인들의 눈요깃거리이자, 철저히 박제된 낙원이었다. 관람객들이 그 가짜 낙원 위를 밟으며 풍요를 만끽하는 동안, 이면에 은폐된 이들의 빈곤과 아픔은 밀려나 있었다. 진하는 그 가려진 것들이 억울했고, 억울해서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 그러니 가려져 있는 것들을 끌어내고 비추고 보여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곪아 터진 상처가 아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끝에 다다른 것이 영화였다.
영화를 배우자. 영화를 만들자.
그 길로 달려간 곳이 조선예술영화사였고, 거기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는데, 지금 원점에 와 있는 것이다
- 페이지 89
‘그들이 쓴 건 내가 아니다.’ 신문기사 속에 박제된 초연은 남자에 미쳐 독약을 마시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었고, 진하는 남을 속여 제 잇속을 차리는 불량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마니를 꿰매며 손가락이 터지도록 버텼던 시간들, 영사실 구석에서 들리지 않는 배우의 입 모양에 제 목소리를 얹어 보던 그 치열했던 열망은 그 어떤 저급한 지면 위에도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가려진 것을 비추고 상처를 아물게 하리라던 각오도 다시 되새겼다. 가려진 건 조선의 풍광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기도 했다. 세상이 제멋대로 휘두르는 펜 끝에 난도질당하며 비로소 얻게된 깨달음이었다. 그녀가 가졌던 상화와 초연, 진하라는 이름을 뛰어넘을 네 번째 이름이 필요했다. 바로, 이단아였다.
- 페이지 127
“로맨스는 설렘입니다, 하나도 안 설레잖아요. 그냥 불쌍하기만 할 뿐.” (중략)
“교환수들이 겪는 모멸감, 감시, 기계적인 노동, 그걸 가감 없이보여 주는 게 제가 이 영화를 만들려는 이유입니다.”
“너무 무거워요. 단아 씨, 생각해 봐요. 관객들이 극장에 왜 옵니까?”
준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관객들은 극장에 꿈을 꾸러 와요. 30전을 내고 극장에 들어와서까지 어두운 현실을 보고 싶어 하진 않는다고요. 시나리오에는 쉼표가 필요해요. 숨 쉴 구멍. 그 사이를 로맨스가 비집고 들어갑니다. 수많은 외화를 당신의 목소리로 구연해냈어요. 다들 어땠었죠? 사랑, 눈물, 설렘, 이별……. 영화의 본질은 그거예요.”
- 페이지 200
“건배하죠.”
단아가 잔을 들었다.
“무엇을 위하여?”
해성의 물음에 단아가 준우를 바라보며, 그리고 모두를 둘러보며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끝나지 않을 우리의 영화를 위하여. 그리고…… 언젠가 맞이하게 될, 독립의 날까지 우리가 걷게 될 모든 길에 대하여!”
- 페이지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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