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말 4
다 여는 글 8
1부 《있음과 없음》 - 윤구병 존재론의 뼈대
-여는 글
-단계 풀이
-덧붙임
-여덟 논증 고리
-묻고 답하기
2부 《꿈꾸는 형이상학》 - 티끌과 우주를 잇는 사유의 다리
-여는 글
-단계 풀이
-묻고 답하기
3부 《우주의 역사》 - 수많은 우연이 빚어낸 무늬
-여는 글
-단계 풀이
-묻고 답하기
다 닫는 글
부록 1-우리말 철학 꾸러미(공통 낱말 사전)
부록 2-책에 나오는 사람들
뒷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해설 엮음 : 한재경
2017년부터 윤구병 선생님 공부 모임에 들어가
윤구병 선생님께 우리말다운 우리말과 형이상학, 노래, 농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출판사 서평
윤구병 존재론의 길을 다시 걷다
《있음과 없음》부터 《우주의 역사》까지, 세 권의 철학을 한 흐름으로
철학자 윤구병의 존재론을 누구나 한 걸음씩 따라갈 수 있도록 풀어쓴 《기쁨의 철학》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윤구병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있음과 없음》 《꿈꾸는 형이상학》 《우주의 역사》를 바탕으로 세 저작에 흩어져 있는 생각의 흐름을 하나로 엮어 해설한다. 윤구병의 철학은 ‘있음과 없음’, ‘함과 됨’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쉬운 우리말에서 출발하지만, 그 사유는 힘과 생명, 우주와 시간의 문제까지 확장된다. 때문에 원문의 개념과 논리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다. 《기쁨의 철학》은 세 권을 각각 독립된 철학책으로 다루기보다 하나의 사유가 점차 넓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있음과 없음》이 존재론의 바탕을 세운다면 《꿈꾸는 형이상학》은 그 논리를 힘과 결의 세계로 확장하는 다리가 되고, 《우주의 역사》는 그 사유를 우주와 생명의 역사 전체로 펼쳐 보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원문의 문턱을 낮추다
다른 지식을 덧붙이지 않고, 윤구병의 말과 논리에서 출발한 해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특징은 인공지능을 철학 해설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엮은이 한재경은 윤구병의 책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내용을 정리하고 쉽게 풀어 쓰는 작업을 시도했다. 외부 자료를 검색하거나 다른 철학자의 책과 논문을 끌어오지 않고, 인공지능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도 함부로 보태지 않도록 제한했다. 오직 윤구병의 저작 원문을 바탕으로 그의 말과 논리의 흐름을 따라 해설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매끄러운 글이지만 윤구병의 철학이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던 것을 거듭 수정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 자체를 다듬었다. 무엇보다 완성된 해설을 윤구병이 직접 검토하며 뜻이 제대로 담겼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내용을 보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독자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쁨의 철학》은 원문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인공지능을 새로운 철학 해설의 도구로 활용한 책이다.
우주에서 다시 삶으로, ‘기쁨’에 이르는 철학
철학은 세상을 움켜쥐는 일이 아니라 삶을 함부로 하지 않게 하는 일
세 저작을 관통하는 사유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로 돌아온다. 윤구병은 ‘없음’을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빠진 것’, 곧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바라본다. 이 ‘빠진 것’은 차이와 변화, 생명을 낳는 가능성이 되고, 《꿈꾸는 형이상학》에서는 힘과 결의 문제로, 《우주의 역사》에서는 우주의 빈터와 시간의 ‘빠짐’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가장 작은 것에서 우주 전체까지 이어지는 사유의 끝에서 만나는 것은 ‘모든 것을 알아냈다’는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름 앞에서 겸손해지는 태도다. 《기쁨의 철학》은 윤구병의 존재론을 어려운 철학 개념의 목록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음과 없음’에서 시작해 ‘잘 살아간다는 것’에 이르는 하나의 길로 보여 준다. 결국 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머릿속의 지식이 아니라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덜어 내며 살아갈 것인지 가려내는 잣대라는 것이다. 우주의 역사 끝에서 ‘모롬사랑’(모르니까 사랑한다)에 이르는 윤구병의 철학은, 다 알 수 없어도 삶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자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전한다.
[책 속에서]
P. 91
이 멈춤이 주는 가장 큰 변화는, 절망이 즉시 굳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구병 존재론에서 ‘완전히 없는 것’은 세계 안에 없다. 우리가 ‘없다’고 말할 때, 그것은 언제나 빠진 것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것이거나, 없어져 버린 것이거나, 없어야 할 것일 뿐이다. 이 구분이 몸에 배면, ‘모든 게 끝났다’는 식의 판단을 훨씬 조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판단 대부분이 존재론적으로 과장되거나 뒤섞인 말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P. 100
윤구병이 보기에, 우리가 배운 철학말은 거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서양말을 받아 짜깁기한 한자어다. 윤구병은 이것을 ‘똥구멍말’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 그리스말, 라틴말로 내려온 학문용어를 일본이 한자로 옮기고, 우리는 그것을 다시 받아 외우기만 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싼 것을 뒷사람이 핥아 먹고 또 그대로 내놓는 꼴이라는, 짓궂지만 날카로운 비유다. 이렇게 남의 말을 옮겨 적기만 해서는 제 철학이 서지 않는다. 윤구병은 이것을 ‘흉내 철학’이라 부른다.
P. 130
‘있음과 없음, 함과 됨, 결과 톨, 0과 1’ 이 추상의 사다리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 윤구병의 대답은 뜻밖에도 발밑이다. ‘이 세상에 구체적 데이터는 없다. 주어진 것은 삶이다. 잘 살면 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데이터는 쓸모없다’로 읽으면 뜻이 비뚤어진다. 윤구병은 낱말표에서 ‘데이터’를 ‘주어진 것’으로 옮겨 쓰기 때문이다. 남의 글과 도서관 서가에 쌓인 데이터는 없지만, 참으로 주어진 것, 몸으로 겪은 삶이라는 참 데이터는 발밑에 있다는 겹말이다.
P. 161
‘삶의 크기가 별누리와 맞먹는다’는 말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사람은 움직임이 지나간 자취만, 그것도 곧은 줄로 그은 것만, 0과 1 사이만 잴 수 있다. 그런데 삶은 그 잴 수 있는 자취가 아니라, 잴 수 없는 흐름 그 자체다. 그러니 삶의 크기는 한 사람의 몸이나 한 생애에 담기지 않는다. 그것은 우주를 움직이는 산힘과 같은 힘이라, 별누리만큼 크다. 사람도 지구도 그 큰 삶의 한 부스러기일 뿐이다.
P. 164
세 맺음은 한 가지를 말한다. 철학은 세상을 다 알아내 움켜쥐는 일이 아니라, 삶을 함부로 하지 않게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윤구병에게 ‘있음과 없음’의 존재론은 머릿속 장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이 있어야 하고 무엇이 없어야 하는지를 가려, 빠진 것을 채우고 군더더기를 덜며 살아가는 잣대였다. 우주의 역사를 끝까지 따라간 자리에서도 그가 남긴 것은 거창한 우주 이론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지 말고, 모름 앞에 겸손하라’는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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