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슬
기록을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작가. 스스로를 ‘기록 디자이너’라 부르며, 기록을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훈련으로 연구해왔다. 오랫동안 “삶은 상황이 아니라 해석의 영역”이라는 관점을 중심에 두고 감정 기록, 감사 기록, 사유 기록을 실천하며, 기록은 결국 ‘태도를 선택하는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녀의 글은 따뜻하지만 가볍지 않다. 위로에 머무르기보다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흔들림을 없애려 하기보다,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 이번 『자꾸, 감사』 스페셜 에디션은 이러한 철학을 더욱 선명하게 담아낸 책이다. 감사를 기분이나 감정의 차원을 넘어 해석의 도구로, 습관이 아닌 정서 근력으로 확장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두 권으로 나뉘었지만 하나의 메시지를 품은 이 책은, 자꾸 돌아보고 자꾸 해석하는 사람의 삶이 더 다정해지고,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전한다. 현재 담다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 기록 코치로 활동하며 글쓰기 교육과 기록 워크숍, 독서 모임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의 도서관이다”라는 철학을 전하고 있다.
인스타 @recording_designer
블로그 blog.naver.com/saykabby
브런치 brunch.co.kr/@saykabby
그림 : 류정희
일상의 장면 속에서 서사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20년 동안 이미지 작업을 해오며, 시선이 담긴 한 장면의 힘을 믿어왔어요.
이야기의 감정과 흐름이 그림을 통해 조금 더 다정하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violetdreamnotes
출판사 서평
어떤 집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마지막 밤에 꺼버린 하나의 불,
그리고 다시 불을 끄기까지의 시간
누군가가 떠나간 뒤, 이상할 만큼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먹었던 음식.
마지막으로 나눈 말.
마지막 표정.
그리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작은 행동 하나.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아버지에게 그 순간은 ‘불을 끈’ 일이었다. 평소처럼 아내의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스위치를 내렸다. 너무나 평범했던 행동. 그러나 다음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사소한 행동은 완전히 다른 의미가 갖게 된다.
‘그때 불을 끄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더라면.’
‘조금만 이야기를 나눴다면.’
아버지는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집의 불을 끄지 않는다. 아니 불을 끄지 못하게 된다. 낮에도.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이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마음을 ‘죄책감’이나 ‘애도’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않은 점이다. 남겨진 앞치마, 멈춰 있는 숟가락, 국그릇에 떨어지는 눈물, 꺼지지 않는 전등, 이불을 끌어 올리는 손으로 그 마음을 대신한다. 두 딸도 아버지에게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앉아 조금 긴, 오래된 이야기를 나누며 잊는 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엄마가 살아 있던 마지막 밤을 특별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엄마는 평소처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자신을 자전거에 태워준 아버지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두 딸을 떠올린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나 만나서 행복했어?”
쉽고 짧은 질문,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쑥스러운 마음으로 서둘러 이불을 끌어 올리며 잠을 정한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깊고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은 사랑, 가족, 죽음과 애도,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일에 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100세 그림책이다. 상실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다시 살아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 삶을 오래 살아낸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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