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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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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400516
ISBN
9791140720347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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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의 태그
  • # 한국일보-[책과 세상]
품목정보
출간일 2026-09-23
페이지, 크기, 무게 368쪽, 130*200mm, 478g
책소개
살갗 아래 ‘사람’이 있었다
인생을 읽는 해부학 시간

“아플 때야말로 우리가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자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다.” 수십 년 동안 수술실에서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암부터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 생존기증자 간 이식수술 등을 관찰하고 진료실과 병원 밖에서 질병의 그림자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외과의사가 인체의 장기들을 통해 삶, 죽음,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뼈에서부터 자궁까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들의 해부학적 사실들을 따라가는 이 여정은,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저자 자신의 내밀한 삶과 환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우리는 몸이야말로 내 뜻대로 할 수 있으며, 완전한 우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몸마저 무너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살면서 언젠가 몸의 변화로 삶이 흔들릴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상처받고 늙어가며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결국 ‘몸’ 안에 있듯, 그 답도 그 안에 있다고.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_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가 | 죽음

1. 살아 있는 해부학의 시작 | 뼈
2. 새로 쓰는 욕망의 해부학 | 성기
3. 몸속 9미터의 우주와 소통하는 법 | 창자
4. 사회적 속박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 자궁
5. 숨 쉬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 허파
6.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 | 피부
7.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 | 가슴
8. 만성질환자가 살아가는 시간의 현상학 | 콩팥
9.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신의 무게와 같은 | 뇌
10. 어떻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 간
11. 새로운 발견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 심장

맺음말_끝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 | 삶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가브리엘 웨스턴(Gabriel Weston)
인문학 전공 출신의 외과의로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런던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이자 왕립외과의사협회에 등록된 외과의사다. 《선데이타임스Sunday Times》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뷔작 《다이렉트 레드Direct Red》는 “수술실이라는 차가운 비극의 현장을 이토록 정직하고도 눈부시게 다듬어진 언어로 담아낸 기록은 일찍이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가디언Guardian》의 퍼스트북 어워드First Book Award 후보에 올라 자서전 부문에서 PEN-애컬리 상PEN-Ackerley Award을 받았다. 〈나를 믿으세요, 전 의사입니다Trust Me, I’ a Doctor〉와 〈놀라운 의학: 웨스턴 박사의 사례집Incredible Medicine: Dr. Weston’s Casebook〉을 비롯한 BBC TV 시리즈의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파트타임 외과의로 근무하며 런던에서 남편,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김성훈
치과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 노트가 지금까지도 보물 1호이며, 번역으로 과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꿈꾼다. 현재 바른번역미디어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지능의 기원》 《초월하는 뇌》 《에이지리스》 《그레인 브레인》 《암연대기》 《이상한 수학책》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몸을 연구하던 외과의사가 온전히 몸으로 살아가기까지
몸이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삶은 완성된다
이 책의 첫머리는 부검실에서 시작한다. 죽음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위한 해부학 탐구’가 시작되는 장소다.

이 시신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여성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 시신의 특징들을 재구성한다. 그 여성의 가슴은 이제 더 이상 제자리에 없지만, 새삼 그 풍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젖가슴으로 누구에게 젖을 먹였을지 상상해본다.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보다 그 손가락이 어떤 집안일, 직업적 업무, 사랑의 행위에 쓰였을지 궁금해진다. 손, 발, 얼굴, 성기가 그 여성을 한 명의 ‘사람’으로 만든다. 그 부위들을 살펴보며 나는 그 여성을 본래의 모습으로 그려 넣는다. _머리말 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가│죽음

외과의이자 유명 TV프로그램 진행자인 저자는 부검실과 수술실뿐 아니라, 투석 전문 병원, 이민자격리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고 듣는다. 그녀에게 몸은 단지 고쳐야 할 기계적인 부품이 아니라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새겨진 텍스트였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가 겪는 모든 고통이 해부학적 오류의 결과로 생긴 것은 아니다. 바닥막에 결함이 생겨 수포와 고통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흉터와 장애는 신체가 병리학적으로 이를 보완하려고 시도하다가 생긴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이 있는 피부는 선천적으로 잘 찢어지는 성질을 보상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극도로 질긴 조직을 만들어낸다. 아예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는 경계선은 아예 없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한 피부는 장벽이라기보다는 섬세한 반투과성 막에 가깝다. 우리의 부드럽고 연약한 자아는 보호받는 동시에 열려 있어야 한다. _6.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피부

“이 기계가 내 인생이고, 투석이 내 인생이에요.” 나는 문득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공간의 차원뿐 아니라 시간의 차원에서도 건강한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_8. 만성질환자가 살아가는 시간의 현상학│콩팥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을 묘사할 권리를 넘기면 ‘외과적 관점’만을 얻게 된다.” 우리는 몸이 변화하게 되면 무엇이 원인인지 규명하고자 노력하지만, 정작 그 뒤에 가려진 진짜 문제는 놓치고 있지 않았을까? 몸은 모든 정의를 뛰어넘는다. 여전히 이 우주에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발견이 기존의 발견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새롭게 알려진 몸에 관한 발견을 바탕으로 해부학이 고립시킨 인체 장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면 알아야 할 진짜 이야기를.

우리는 몸 안에 갇혀 살면서도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은 낡은 해부학 교과서에서 삭제된 부분들을 채워넣는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 덧씌워진 사회적, 역사적 편견들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성기의 해부학은 새로 써야 한다. 음경과 질을 각각의 장에 외로이 고립시키는 교과서 페이지들은 찢어버리자. (…) 이 패러다임에 따르면 모든 배아는 여자가 되도록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_2. 새로 쓰는 욕망의 해부학│성기

해부학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유방이 수술만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음란한 눈빛을 받든 못마땅한 시선을 받든 마치 유방이 공공재처럼 취급받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다. 자고로 유방은 이런 식으로 보여야 한다, 저런 식으로 보여야 한다는 집착에 더 이상 동조하지 말고, 유방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그 느낌을 축하해야 한다. _7.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가슴

유방을 단순히 성적 대상이나 수유의 도구로만 치부하는 폭력적인 시선에 맞서 주체적인 욕망의 장기로 다시 위치시키고, 텅 빈 공간인 ‘질’을 중심으로 서술된 여성 성기의 해부학을 발생학적 기원을 근거를 들며 음핵이라는 여성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서술한다. 이 밖에도 뇌 진단의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신경학적 장애, 일상의 불편함뿐 아니라 불안, 우울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만성질환 환자들, 기존의 성적 이분법으로 인해 온전한 나로 살기 어려웠던 사람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등 기존의 해부학이 고립시킨 삶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저자는 좋은 의사라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의 보편적인 이론들을 꿰는 동시에, 아픈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반적인 패러다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끊임없이 주시해야 난해한 진단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것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고는 그 삶이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완전한 질서로 이뤄진 몸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저자 역시 기꺼이 몸의 변화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데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심장질환의 증상 앞에서 두려워하고, 쌍둥이를 임신하고 제왕절개 수술대에 누웠던 자신의 경험을 인생에 다시 통합시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제왕절개 수술을 직접 참관하고, 아들의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외과의사와 엄마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늙어가고 병드는 피부를 보고 속절없이 슬퍼하는 대신, 몸과 함께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로서의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어제 이 시간만 해도 수술대에 누워 있는 저 시신은 온전한 삶을 영위하던 한 명의 인간이었고, 찰나의 순간에, 단 한 번의 잘못된 움직임 때문에 이런 재앙과도 같은 단계들을 거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누군가의 형제에서 트럭에 치인 보행자로, 누군가의 친구에서 환자로, 누군가의 아들에서 장기기증자로 말이다. 머지않은 어느 날, 나 역시 수술대에 누워 인공심폐기를 달고, 내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판막을 고쳐 내 목숨을 구하려는 외과의와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그 일을 생각하면 두려움보다는 이상한 종류의 갈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_끝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삶

끝없는 불확실성과 고통 속에서도 기어코 삶을 향해 박동하는 우리 몸의 경이로움을 마주하고 나면, 우리가 겪는 상처, 회복, 절망과 사랑의 모든 궤적은 결국 육체라는 질서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여정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장기기증 현장에서 끝이 나지만, 이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다. 알 수 없는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무기력해지는 날,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자. 차가운 해부학의 언어로 써 내려갔지만 삶을 향한 뜨거운 찬가가 되어버린 이 책을 통해 다시 삶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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