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리 차일드 LEE CHILD
1954년 영국 코벤트리에서 태어난 리 차일드는 맨체스터 그라나다 방송국에서 18년간 송출 감독으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1997년 첫 작품인 『추적자』로 대성공을 거두며 영미권 추리소설계의 권위 있는 상인 앤서니 상과 배리 상을 동시 석권했다. 이후에도 『추적자』의 히어로인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하는 하드보일드 액션스릴러 ‘잭 리처 컬렉션’을 꾸준히 펴내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사랑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 컬렉션은 『방문자』, 『처단』, 『코드 1030』, 『인계철선』, 『하드웨이』, 『출입통제구역』, 『10호실』, 『메이크 미』, 『퍼스널』, 『원티드 맨』, 『사라진 내일』 등 첫 출간 이후 매년 한 권씩 발표되고 있다.
2013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평생 지속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거장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 상’을 수상했고, 2026년에는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선정하는 ‘그랜드마스터’의 영예를 안았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잭 리처 컬렉션을 원작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 「리처」를 2022년부터 매년 제작 및 서비스 중으로, 시즌 2가 『코드 1030』을, 시즌 3이 『처단』을, 시즌 4가 『사라진 내일』을 원작으로 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메이크 미』를 원작으로 하는 시즌 5의 제작이 확정되었다.
역자 : 박슬라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재설계하라』,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 『한니발 라이징』, ‘부서진 대지’ 3부작, ‘유산 시리즈’ 3부작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아마존프라임비디오의 인기 시리즈
「리처」 시즌 4의 원작 소설
이스라엘 첩보부의 지침서에 따르면
나는 지금 자살폭탄 테러범을 보고 있다
새벽 2시 뉴욕 지하철 안, 리처가 탄 차량에는 승객이 다섯 명뿐이다. 피곤하고 멍해 보이는 네 명의 평범한 남녀, 그리고 리처의 눈에 몹시 수상해 보이는 한 여자. 그녀는 여름 날씨에 혼자 겨울 패딩을 입었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다.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에는 중요한 물건이라도 들어 있는 듯 자신의 손도 숨기듯 함께 넣어두었다.
리처는 여자를 주시하다가 오래전 이스라엘군 대위에게 배운 자살폭탄 테러범 지침서를 떠올린다. 여자는 확인이 불가능한 걸음걸이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 부합한다. 리처는 여자가 자살폭탄 테러범임을 확신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이 경찰이라며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여달라고 한다. 여자는 가방에서 손을 빼고 리처의 짐작과는 전혀 다른 물건을 보여준다. 폭탄이 아니라 권총이다. 순간 여자는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머리를 날려 버린다.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 하고 FBI는 리처에게 사건을 파헤치지 말라며 위협한다. 모두가 숨기려고 하는 진실이, 죽은 여자가 가지고 있던, 사라진 USB 안에 들어 있다.
책 속에서
11p
그녀는 차량 오른쪽에 있는 8인용 좌석에 혼자 앉아 있다. 피곤에 찌든 서아프리카 여자와 야구 선수 같은 눈빛을 지닌 남자의 맞은편 중간쯤 되는 위치다. 백인, 나이는 40대쯤, 평범한 얼굴. 검은 머리는 단정하지만 촌스러운 스타일이다. 염색을 했는지 머리카락 전체가 똑같은 색깔이라 어딘가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옷은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었다. 내 자리에서는 그녀가 썩 잘 보인다. 그녀의 오른쪽, 즉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남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어서 그의 구부러진 등과 벽 사이에 V자 형태의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시야는 열차 내부에 우뚝 서 있는 스테인리스 손잡이들의 울창한 숲을 제외하면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완벽한 시야는 아니지만 열한 개 사항을 검토하기에는 충분하다. 하나둘씩, 슬롯머신 꼭대기에 달린 빨간 등처럼 시끄러운 종소리와 함께 각 항목들의 체크박스에 차례대로 불이 들어왔다.
이스라엘 첩보부에 따르면, 나는 지금 자살폭탄 테러범을 보고 있다.
34p
총구가 내 배 한가운데로 돌아오더니 갑자기 수직으로 움직였다. 순간 여자가 항복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총신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여자는 턱을 위로 쳐들었다. 마치 잘난 척 뽐내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녀는 총구를 턱 아래 가져다 대고는 방아쇠를 반쯤 당겼다. 탄창이 회전했다. 공이가 뒤로 젖혀지며 그녀의 나일론 옷을 긁었다.
다음 순간, 여자는 방아쇠를 끝까지 당겨 자신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55p
그들의 관심사는 세 가지였다. 첫째, 전철 안에서 자살한 여자를 알고 있었는가? 그녀를 전에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대답했다. “전혀.”
짧고 간단하게,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그들은 그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이들이 누구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딘가의 B팀이다. 사건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어 영원히 닫아 버리는 것이 목적인 이들. 이들은 사건 주위에 장벽을 쌓고, 어둠 속에 묻고, 누군가 호기심을 느끼기 전에 재빨리 가로막는다. 이들은 모든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바란다. 그래야 사건을 종결하고 조용히 잠재울 수 있으니까.
99p
나는 달리는 차들 사이를 뚫고 길을 건너 8번가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리더가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렸다. 무심코 뒤로 돌자 그가 나를 향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화기는 똑바로 나를 향해 있었고 그는 액정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팔을 내렸다. 세 남자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흰 트럭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에야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내 사진을 찍어갔다.
164p
“죽은 여자 일은 참으로 유감이군.”
“알겠소.” 나는 다시 말했다.
“우린 이제 내려가봐야 해. 가서 돈을 구걸해야 하거든.”
“혹시 라일라 호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소?”
“라일라 호스?” 샌섬이 말했다. “아니, 처음 듣는데.”
나는 그의 눈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또한 나는 확신했다. 그는 동시에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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