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1800년경, 어떤 증오도 원망도 두려움도 없이, 항의하지도 설교하지도 않고 글을 썼던 여성이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글을 썼던 방식 그대로.” 버지니아 울프는 제인 오스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1775년 영국에서 태어나 1811년 『이성과 감성』을 처음 출간한 후 여러 편의 소설을 남긴 오스틴은 2025년, 탄생 250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서재를 드나들며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런 그녀의 생일에 아버지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책상을 선물했다. 열아홉 살에 『이성과 감성』의 기초가 되는 〈엘리너와 메리앤〉을, 스무 살에 『오만과 편견』의 기초가 되는 〈첫인상〉이라는 습작을 완성했으나, 15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첫 출판작인 『이성과 감성』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1813년에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오만과 편견』을 출간한 후 점차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으며, 곧이어 1815년에 『엠마』를 발표한 후 『설득』 집필을 시작했다. 그러나 건강 악화로 1817년 사망
하고 만다. 결국 『설득』은 사후에 출간되었다.
여성으로서 출판은 물론 글쓰기 자체도 쉽지 않았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제인 오스틴은 현실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성적이고 예리한 작품들을 써나갔다. 단순히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넘어, 인간의 본성 속에 숨겨진 미묘함이나 관계에서 발견되는 모순들을 포착해냈다. 또한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들을 창조해 “여성의 자존감은 제인 오스틴이 발명했다고 할 수 있다”(《가디언》)라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도 재발견되고 있다.
역자 : 이재경
“경영컨설턴트와 출판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주로 책을 번역하고, 때로 산문을 쓰고, 툭하면 읽는다. “고전은 유일하게 썩지 않는 신탁”이라는 소로의 말을 믿는다. 『타오르는 질문들』, 『나사의 회전』, 『위험을 향해 달리다』, 『두 고양이』, 『젤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고전 명언집 『다시 일어서는 게 중요해』를 엮었으며, 에세이집 『설레는 오브제』를 썼다.
정이현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통해 나는 필사의 진정한 목적을 바로 알게 되었다. 내 ‘삶’을 위해서다. 현실적인 통찰로 가득한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은, 너무도 확실하게,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러니 지금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을 다시 읽고 힘주어 따라 쓰는 일은 세계적인 고전과 내밀하게 마주하는 일인 동시에, 내 삶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이다.
책 속에서
* 『오만과 편견』
"허영과 오만이 동의어처럼 쓰일 때가 많지만 사실은 서로 달라. 허영이 없어도 오만할 수 있거든. 오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기를 원하느냐의 문제니까.”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한 기만도 없어. 대개는 줏대가 없을 뿐이고, 때로는 우회적인 자만이거든.”
“사랑에 빠졌대도 이렇게 구차하게 눈이 멀 수는 없었을 거야. 심지어 내 눈을 가린 건 사랑도 아니었어, 허영심이었지. "
"하나부터 열까지 행복만을 약속하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해. 사소하게 속상한 일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실망할 일을 피할 수 있어.”
“사실 당신은 저의 좋은 점을 하나도 알지 못해요.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누가 그런 것을 생각하겠어요.”
* 『이성과 감성』
“그렇지만 젊은이의 편견에는 어딘지 사랑스러운 데가 있어서, 그게 보다 일반적인 견해로 바뀌는 것을 볼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든단 말이죠.”
“친밀감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나 기회가 아니야. 그건 오로지 성향에 달려 있어. 어떤 이들은 7년이 지나도 서먹하고, 어떤 이들은 7일 만에 막역해지거든.”
“제 소망도 세상 모든 이들처럼 소박합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제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해지고 싶어요. 출세가 저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 는 않습니다.”
그녀는 자제심을 아주 간단히 정의했다. 애정이 열렬하면 자제심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애정이 잔잔하면 자제심이 쓸모없었다.
“누가 널 얼마나 가증스럽게 적대하든, 절대 꺾여선 안 돼. 내 귀한 동생아, 네 결백과 선의가 너를 얼마나 고상하게 지탱하고 있는지 보여줘. 그래서 저들의 사악한 승리감을 보기 좋게 꺾어주자. 그런 악의에 맞서는 건 이성적이고 자랑스러운 자존감이야.”
* 『엠마』
“허영심이 아둔한 머리와 만나면 온갖 해악들을 만들어내죠.”
“사람들은 원래 다 그래요, 아빠. 세상 사람 절반은 다른 절반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보짓도 양식 있는 사람이 태연하게 하면 더는 바보짓처럼 보이지 않거든. 사악한 행동은 언제나 사악하지만, 어리석은 행동은 항상 어리석지 않아. 어떤 성품의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꿰뚫어 본다고 믿었다. 도를 넘는 허영심이었다. 그녀는 모두의 운명을 찾아주겠노라 나섰다. 용서받지 못할 교만이었다.
“제가 그대를 덜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 『설득』
그녀는 남들의 뜻에 따라 그를 포기했다. 과한 설득이 낳은 결과였다. 나약함과 소심함의 발로였다.
“네가 대단한 신사랍시고, 여자들은 어디서나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고상한 귀부인처럼 굴 듯 말하는 것은 듣기 거북하구나. 우리 중에 항해 내내 바다가 잔잔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심히 순종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최대 단점은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가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좋은 인상도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고요. 줏대 없는 성격은 온갖 사람에게 휘둘려요. 행복해지려면 단호해야 합니다.”
시에 취하는 것은 좋지만 안전하게 취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시를 탐독하는 사람
들의 불행이었다. 시에 진정으로 공감하게 해주는 것이 격정이지만, 시를 음미하되 격정은 적당히 아낄 필요가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책에 나오는 예들은 들지 말기로 해요. 자기 변론을 할 땐 남자들이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유리하니까요. 수준 높은 교육도 모두 남자들 차지였고, 펜은 항상 남자들 손에 있었어요. 뭐가 됐든 책으로 하는 증명은 인정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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