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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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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93791
ISBN
9791193378625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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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5-10-15
페이지, 크기, 무게 300쪽, 128*200mm, 390g
목차

들어가며_ 배우다, 가르치다, 일하다

1부 |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① 누구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_정태영 사서교사
② 돌봄이라는 이름의 수업 _최은희 돌봄전담사
③ 식단표가 식판에 담기기까지 _이희원 영양사
④ 학교가 끝나고 난 뒤 _김누리 방과후수업 강사
⑤ 우리 그린 히어로, 선생님 _이향자 보건교사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2부 |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⑥ 성실로 타인을 지키는 사람 _이덕영 학교보안관
⑦ 쉬워 보인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_양윤숙 교무실무사
⑧ K-급식의 동상이몽 _박화자 조리실무사
⑨ 저절로 고쳐지는 건 없다 _정훈록 시설기동보수반 기사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3부 | 좋은 일 하시네요
⑩ 한 사람이 되어 줄게 _이성은 학교사회복지사
⑪ 아이들은 밉지 않은 색이다 _정성희 미술치료사
⑫ 도전하는 일을 23년째 _김미연 특수교사
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연습 _나현진 특수교육실무사
*좋은 일 하시네요

촬영 후기_ 셔터를 누르며 되살아난 마음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희정
기록노동자. 글쓰기를 노동 삼아 일의 세계를 알고자 한다. 저서로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2011), 『노동자, 쓰러지다』(2014), 『아름다운 한 생이다』(2016),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2019), 『여기, 우리, 함께』(2020), 『두 번째 글쓰기』(2021),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2022), 『일할 자격』(2023), 『베테랑의 몸』(2023), 『뒷자리』(2024), 『죽은 다음』(2025)이 있다.

사진 : 김희지
여성주의 활동 곁에서 사진을 찍어 왔다.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피해자 공연 프로젝트 〈마음대로, 점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을 기록했다. 사각형 안에 눈길을 붙들어 두려는 이유를 아직 찾고 있다.
출판사 서평
교과서 너머, 배움과 가르침의 의미를 되묻는
‘일터로서의 학교’를 조명하다

학교를 왜 가야 할까? 학생이라면 배우러, 교사라면 가르치러 가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지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반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자 희정은 ‘배우다’라는 말의 빈틈을 파고든다.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면, 우선 배움의 토대가 꾸려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학교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 먹여야 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 고장난 시설을 고쳐야 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학교는 배움터이기 전에 일터다.

학교에는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날의 학교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정작 존재조차 잘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현장이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려 36만 명에 달한다. 교육공무직과 기타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다. 역시 36만 명에 이르는 교사와 맞먹는 숫자지만, 이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명되지 못한다. 학교에서 우리는 누구나 기본적인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배우지만 교과서 속 가르침은 막상 학교 현장에서부터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학교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 아닐까? 배움이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가르침이 교과서를 넘어 학교 곳곳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는 학교의 그늘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기록노동자 희정이 13명의 인터뷰이를 찾아가 이들의 보람과 애환이 섞인 ‘일터로서의 학교’를 재조명한다. 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생계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학교를 “다른 어떤 장소와도 다르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학교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삶을 꾸려 나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학교에 간다. 일하러.

이 책은 단순한 노동의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이승윤 교수 추천사) 깊은 물음을 독자에게 던진다.

급식실·보건실·도서관부터 행정·방과후교실·특수학급까지,
학교라는 마을을 보살펴 온 노동의 흔적을 살피다

학교에는 100여 개의 직종이 있다. 학교 안팎의 온갖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교무실무사, 자리를 비우기 조심스러워 화장실조차 조급히 다녀오는 학교보안관, 종일 연기를 마시고 수챗구멍을 후비며 매일같이 1인당 1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조리실무사 등이다. 보건교사나 방과후교실 강사처럼 직접 수업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두 ‘선생님이면서도 선생님이 아닌’ 신세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일지언정, 어른들은 이것이 “단순한 고용 형태를 넘어 사회적지위와 신분의 문제”임을 안다.

저자 희정은 이러한 현실을 의문시한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배움을 나누고 있었다.” 배움의 터전을 가꾸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열악한 환경과 대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물론 힘에 부칠 때도 부지기수다. 인터뷰 현장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희지가 새삼 깨달은 것처럼, “자기 일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인정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들의 일을 쉽다고 여긴다. 도서관에 앉아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며 사서교사를 부러워하고 식단표를 보면서 입맛만 다신다. 하지만 누구나 내심 알고 있듯,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쉬워 보이는 일이 있을 뿐이다.”

책을 골라 구매하고 분류하여 비치해 두는 사서교사의 기본 업무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접근성과 관심사를 일일이 알아 두어야 하는 일이고, 영양사의 업무 또한 음식이 식판에 담기기까지 수많은 서류 작업과 예산 책정, 도구 및 재료 검수, 레시피 개발 등의 품이 드는 일이다(2023년도 조사에 따르면 ‘매일같이 초과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영양사가 절반에 가까웠다). 아이들의 영양 균형과 식습관 교육 또한 고려 사항이다.

심지어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계가 애매한 일들이 자주, 과도하게 맡겨진다. 이 책에 소개된 거의 모든 직종에서 그렇다. 꼭 필요한 인력 수요를 부족한 공급으로 간신히 메꾸는 실정인 데다가, 근무환경이 제대로 규정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조리실무사의 경우 민간보다도 일이 고되다는 악명 탓에, 이미 결원율이 20퍼센트를 넘는다.
평소에 우리는 이러한 노동을 당연한 배경처럼 여기지만, 만일 이들의 노고가 사라진다면 당장 곤란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가 권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학교, 함께할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로 구성된 각 부의 제목은 학교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말들이다. 저자는 이 말들을 화두 삼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그림자 노동’의 현실을 풀어헤친다. 각 부의 끝에는 이 말들에 관한 저자의 단상이 실려 있다. 13명의 인터뷰이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저자의 문제의식을 하나씩 곱씹다 보면, 이 책을 관통하는 물음과 마주치게 된다.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는 곧 우리 사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만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스승의날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저자는 “과거의 내가 무심코 스쳐가 버린 것을 기억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 같이 고마워하면서도, “집단의 소속감이나 성원권이 꽃 한 송이로 갈릴 순 없는 일”임을 아프게 지적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학교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살이를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러므로 고용 형태가 곧 지위 고하의 표식이 되는 학교, 아이들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 학교, 다양한 존중보다 높은 시험 점수만을 요구하는 학교는 건강하지 않다.
이 책은 학교를 지탱하는 가려진 손들을 비춤으로써 학교를 둘러싼 논의의 지평을 넓힌다. 교육은 교과서와 커리큘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안전하게 교문을 열고, 따뜻한 급식을 준비하고,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수많은 손길이 모일 때 학교는 비로소 배움의 공간이 된다.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는 그 손길에 담긴 마음을, 손끝의 온기를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바라는 학교는,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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