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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원 이익: 개혁적 실학사상의 선구 - 창비 한국사상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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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400562
ISBN
9788936481711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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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9-16
페이지, 크기, 무게 348쪽, 153*224mm, 452g
목차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

【 유형원 】
서문
현실화한 이상으로 조선을 다시 설계하다: 국가체제 개혁론의 비조, 유형원

핵심저작
1장 생활
2장 성리론 및 심성론
3장 경세에 대한 인식과 방안
4장 문학·지리·역사
부록

【 이익 】
서문
조선 후기 지성사의 전환: 성호 이익의 실학

핵심저작
1장 이익의 사상적 입장과 학문
2장 세계관의 확장과 서학의 수용
3장 낡은 체제를 향한 비판과 정치 개혁론
4장 민생 구제와 경제 혁신
5장 신분제 비판과 국방·외교

유형원 연보
이익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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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유형원
조선 후기의 유학자·실학자. 전라도 부안에 은거하며 농촌 현실을 직접 체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세제민의 정책론인 『반계수록』을 저술했다. 토지의 균등한 분배를 비롯해 교육·관료·군사·조세제도 전반의 개혁을 주장하며 자영농 육성과 민생 안정을 추구했고, 후대 실학 형성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저자 : 이익
조선 후기의 유학자·실학자. 과거와 관직에서 멀어진 뒤 성호에 은거하며 학문에 전념했다. 『성호사설』 『곽우록』 등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신문물을 폭넓게 탐구하고, 유학을 바탕으로 현실 개혁과 경세실용을 추구했다. 그의 학문은 성호학파로 이어져 안정복과 정약용 등 후대 실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편저자 : 윤석호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 정약용 경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조선을 중심으로 한 전근대 동아시아 경세론의 전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한국토지용어사전』 『민장치부책으로 보는 1906년의 강진』 등의 저역서에 참여했다.

편저자 : 김보름
안양대학교 연구교수. 정약용의 저술과 학문에 대한 문헌학적·철학적 연구를 해왔으며, 중국에서 활동한 서양 선교사들의 한문서학서를 매개로 동양과 서양의 문명교류를 연구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국가체제 개혁론의 비조, 유형원

반계 유형원은 임진왜란 이후 태어나 청소년기에 병자호란을 겪으며 조선조 대혼란기의 고뇌와 회의를 품고 평생을 살아간 학자다. 단지 전쟁의 참화뿐 아니라 사화를 통해 아버지를 잃은 개인사적 고통을 치르며 청년기에 전북 부안으로 낙향하고 만다. 하지만 이 같은 은둔은 유형원이 오로지 학문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허균·이수광 등 북인 계열의 지식인들은 그의 학문적 성장에 큰 자양분을 제공해주었다.
청년 유형원은 정치·경제·역사·지리 분야 등 다방면의 학문을 섭렵하고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당시 몰락해가는 조선의 현실을 이해하는 안목을 키웠다. 그는 성리학을 발본적으로 사유하여 고대 중국 세 왕조(하·은·주)의 법도와 천리(天理)를 기본으로 삼아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사상은 그의 대표작 『반계수록』 『동국여지지』 등에 고스란히 담겼다.
『반계수록』은 31세에 착수해 49세까지 총 18년간 집필하여 완성한 역작으로, 조선 중기 국가체제 개혁안을 위주로 한 경세서다. 유형원은 인습과 폐단으로 엉망이 된 조선의 현실을 비판하며 당대 조선의 통치가 공공성을 갖췄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는 토지제도 개혁, 인재 선발, 관직 임용과 봉급 제도의 개편, 군사 체계의 정비 등 체제 전반의 공공성 회복을 내세웠다.
이 책에서는 『반계수록』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중에서 유형원의 토지제도 개혁안은 사유지를 국가가 몰수하여 재분배하는 안으로 ‘공전제(公典制)’라 불린다. 그는 백성들을 사농공상의 네 부류로 나눠서 차등을 두어 토지를 분배하자고 주장했다. 좀더 세부적으로는 20세 이상 평민 남성에게 농지 1경을 지급하고, 15세 이상 양반계급 남성에게는 최소 2경에서부터 최대 12경까지 관직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눠 받은 토지는 당사자가 사망한 뒤에는 국가가 다시 환수하는 식이다.
또한 유형원은 경묘제(절대면적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기존에 농지 면적을 수확량으로 결정했던 결부제(상대면적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안으로, 균일한 면적의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세금을 균등하게 징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또한 농민의 경작지가 보장됨에 따라 백성들이 생계 유지에 대해 부담을 덜 느끼면서, 병역에 대한 의무도 전에 비해 수월하게 질 수 있으리라 보았다. 토지제도의 개혁을 통해 변방의 방어까지 이뤄낼 수 있는 이른바 ‘병농일치’의 실현이라 볼 수 있다.

4민 모두에게 직분에 근거하여 농지를 차등적으로 지급 및 회수토록 했던 것은, 유형원이 구상한바 과거제 혁파와 공거제(貢擧制) 시행, 노비제 폐지 등 사회적 분업 체계의 공공적 재조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형원은 군현제의 조정, 국가 재정 체계의 정비, 상업과 수공업의 국가적 관리 및 진작 등과 같이 국가체제의 공공성을 재건하는 전면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이들 모두는 공전제를 중핵으로 하여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다.(서문 26면)

유형원의 『반계수록』이 그의 사후에 여러 계파들 사이에서 두루 읽혔던 것은, 단순히 이 같은 국가경영론의 유효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통치방법론이 “조선 후기의 학인들에게 성리학의 다양한 경세론을 탐색케 하고 당대의 폐단에 대한 방법론적 영감과 성찰을 던져주는 중대한 지적 자원”(28면)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지성사 전환의 기수, 이익

성호 이익 또한 정쟁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안고 청소년기를 보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탓에 외출을 삼가야 해서 자신의 형들로부터 글을 배워야 했지만 워낙 총명하여 어린 나이에도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형이 노론을 비판하다가 매를 맞아 죽는 것을 보며 과거를 포기하고 경기도 안산에서 은거하며 독서에 파고들었다.
“그가 보기에 학술은 권위를 내려놓아야 했고 지식은 재정비되어야 했으며 현실은 개혁되어야 했다.”(175면) 성호 이익의 눈에 비친 당대 유학은 주자학을 교조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이익은 성리학 경전을 철저히 고증하는 한편, 노자·장자를 비롯하여 서양 학문에 이르기까지 유교 바깥의 문물 또한 개방적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본인이 은거하던 안산 지역 백성들의 삶을 지켜보고 농민의 피폐한 삶을 야기하는 원인을 살피면서 국가의 개혁이 필수라고 보았다. 이 같은 사회개혁론을 바탕으로 화폐의 유통과 상업 발달, 관리 임용과 교육 등에 관한 논설을 펼침에 따라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 또한 많아졌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안산 첨성촌에 몰려들면서 조선 후기 실학의 요람이 된 성호학파가 만들어지게 된다.
성호학파의 학문 방법론은 유교 경전을 그저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의심이 해소될 때까지 이치를 규명해내는 데 있었다. 이익은 그 당시 학자들이 주자학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스스로 독자적인 해석을 덧붙인 주석을 작성했다. 또한 관념적인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학적 지식을 접목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물질성을 사유했고, 이로써 유학의 도덕 원리가 어떤 방식으로 실제의 물리적 현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이해에 다다르는지를 살폈다. 이를 위해 유형원은 서양의 천문학, 지리학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병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질적 탐구에 대한 의지는 민생 안정을 비롯한 사회 개혁에 대한 열의와 맞닿았다. 유형원은 그의 대표 저술인 『성호사설』과 『곽우록』에서 조선사회를 개혁할 구체적인 안들을 제시했다. 토지 제도에서는 토지 소유를 균등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잡고 토지 매매를 금지하고 가구당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토지를 보유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당시 어수선한 화폐 유통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화폐 사용을 금지하고 곡식과 포목을 유통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농업 생산 증진과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고뇌에서 비롯한 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성호학파의 제자들은 서양 학문을 둘러싼 다양한 사상으로 분화하며 조선 후기 사상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성호학파 중 우파(안정복 등)는 성리학의 정통성을 토대로 서양 학문을 비판적으로 보았고, 좌파(권철신 등)는 서양 학문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실질적인 사회개혁론을 주장했다. 이 두 학파는 공히 개인의 마음 수양과 공적인 실천, 정신과 육체, 관념과 실질 등의 논제를 다각도로 사색하며 조선 후기 지성사에 풍성한 자취를 남겼다. 유형원과 이익이 남긴 이러한 학문적 유산과 실천의 정신은 후배 학자들을 거쳐 정약용에게까지 이어졌다.

문명전환의 과제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도전적 기획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떠맡은 과제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을 필두로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이 모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환’이라는 강력하게 실천적인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이 필요하며,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 그런 사상을 향한 다급하고 간절한 요청에 공명하려는 기획으로서,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사상이라는 분야를 요령 있게 소개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는 평시적 작업을 넘어 어떤 비상한 대책이기를 열망하며 구상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에서)

서구사상은 오랜 시간 세계 지성계에서 압도적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편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강력한 위상의 이면에 강고한 배타성과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적인 면에서도 서구가 가진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상대화되었고 보편의 자리는 진실로 대안에 값하는 사상들의 분투에 열려 있다. 이 시점이야말로 유·불·선의 회통이나 개벽사상 등 한국사상 특유의 사상적 기획이 한국사상이 전지구적 과제를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태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일 것이다.
창비 한국사상선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사상적 활력을 드러내는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개벽적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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