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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 할머니
박완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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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28118
ISBN
9791141615055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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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1-20
페이지, 크기, 무게 364쪽, 133*200mm, 473g
책소개

허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
읽을수록 새로운 박완서 단편소설의 경이로움

거장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한국 대표 소설가 31인이 뽑은 박완서 명단편 베스트 10편

박완서 단편이 다다른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다

한국문단을 지탱해온 깊은 뿌리이자 세대를 거듭해 생장하는 거대한 우듬지인 작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박완서 단편소설선 『쥬디 할머니-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1970년 문단에 이름을 알린 이래로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의 장편소설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한 말씀만 하소서』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등의 산문집처럼 수많은 걸작을 선보이며 강한 생명력으로 여전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완서. 그는 집필에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장편소설, 살아낸 삶의 경험 일부를 담아내야 하는 산문을 쓰는 와중에도 놀랍도록 왕성한 활동력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해왔다.

『쥬디 할머니』는 박완서 단편문학의 뛰어난 성취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책으로,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에게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문학동네, 2013, 전7권)에 수록된 9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 2~3편을 추천받아 최종 10편을 선해 엮었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며 읽히는 불후의 명작 「도둑맞은 가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뿐 아니라, 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에도 주목할 만한 의외의 작품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등 총 10편이 수록되었다. 가난과 계급성, 가족의 이면과 여성 문제 등 복잡다단한 현실 문제와 인간의 심연을 특유의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묘파해낸 단편들이 담긴 『쥬디 할머니』는 새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해, 과거를 돌이켜 환한 미래를 꿈꾸게 할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공항에서 만난 사람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재이산(再離散)
해산바가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부처님 근처
도둑맞은 가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재학중 육이오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향년 8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까지 사십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미망』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다. 2006년 호암상,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타계 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그래, 난 다시 울타리를 칠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울타리를.”
생생히 살아 숨쉬는 독보적인 캐릭터의 향연

소설집의 시작을 여는 「쥬디 할머니」는 장성한 오 남매를 두고 혼자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쥬디 할머니의 안온하고도 평화로워 보이는 삶을 펼치다가 뜻밖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소설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로 이야기 그 자체의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허영적 욕망은 부정당해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늘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암시하는 독특하고도 색다른 작품이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중 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이 읽히고 해석될 여지가 큰 수작으로 힘있게 권할 만하기에 이번 책의 표제작으로 삼았다.

이어 수록된 「애 보기가 쉽다고?」와 「공항에서 만난 사람」 역시 「쥬디 할머니」의 주인공 쥬디 할머니처럼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애 보기가 쉽다고?」는 전직 국회의원으로 기품 있게 나이든 노인 맹범씨가 어느 날 손자를 돌보며 좌충우돌하게 되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로, 우스꽝스러운 촌극 속에 당대 재개발 지역 빈민의 생활상을 얼핏 서늘하게 드러내며 박완서 특유의 날카로운 세태소설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공항에서 만난 사람」은 육이오전쟁중 미군 부대의 PX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욕쟁이 아주머니 무대소를 통해 전시하에 타국의 군인에게 핍박받았던 소시민의 울분 어린 삶을 특유의 생생한 활기로 전하는 작품이다. 무대소 아줌마가 미군에게 늘 도둑 취급당해온 일꾼들을 대신해 어떤 행동을 취하는 절정부의 한 장면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이 소설 속 최고의 백미다.

「공항에서 만난 사람」과 같이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른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은 한 지방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무명의 여성들, 그중에서도 노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 식구들이 전쟁에 나가 모두 사라진 세계에서 젊은 여성들을 대신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려는 노파, 그리고 홀몸이 된 상황에서 수치나 모멸 없이 젊은 군인에게 욕망을 드러내는 또다른 노파의 모습을 데칼코마니처럼 쌍으로 병치시키는 형식으로 충격을 안기는 도발적인 이야기로, 여성주의 문학으로도 일컬어지는 박완서 소설의 선구적인 면모를 확인하게 한다.

이 두 노파를 한자리에 모시고 싶었음은 내가 발견한 노파들의 어떤 공통점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욕되도록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파라든가 할머니라든가 하는 중성적인 호칭이 안 어울리는 강렬한 여자다움을 못 버렸었다. 여자라는 것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나는 차마 그들을 노파라고는, 할머니라고는 못하겠다. 여자라고밖에는. _「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130쪽

“이제부터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살 거예요.”
시대의 억압을 넘어 개인의 실존을 드높인
기념비적인 문제작들

앞선 박완서의 단편들이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는 개성 강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당대 사회문제를 과감히 다루며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인물의 울분과 아픔을 표현해낸 것 또한 박완서 단편소설의 뛰어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남북 분단 이후 이어져온 이산가족 상봉을 소재로 하는 「재이산(再離散)」은 보통의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가족 상봉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남처럼 떨어져 산 혈연가족 간의 계급 차와 그로 인한 차가운 몰이해를 신랄하게 그려내, 사회문제인 동시에 가족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소재를 인간의 수치심과 자존감, 그리고 분노와 같은 실존적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린 문제작이다.
한편,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생기는 유구한 고부 갈등 문제를 다룬 「해산바가지」는 시어머니인 친구와 아들을 낳지 못한 친구의 며느리 간 긴장된 상황을 지켜보던 ‘나’가 한세월을 함께하고 돌아가신 자신의 시어머니를 떠올리는 이야기로, 가족문제를 넘어 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깊은 그리움과 애끓는 연민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운동권 열사로 활동한 아들의 죽음이 “시대의 횃불”(246쪽)로 불림으로써 정작 어느 곳에도 참척의 고통을 제대로 표하지 못한 어머니의 통곡 어린 슬픔을 ‘전화통화’라는 내밀한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형용키 어려운 비참한 마음의 심연을 박완서 고유의 절절한 입말로 살려내, 지금도 널리 읽히며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형님, 우리가 참 모진 세상도 살아냈다 싶어요. 어찌 그리 모진 세상이 다 있었을까요? 형님, 그나저나 그 모진 세상을 다 살아내기나 한 걸까요? _「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225쪽

반세기를 넘어 거듭해 읽히는
불후의 명작을 만나다

책의 말미에 놓인 「부처님 근처」 「도둑맞은 가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세 편은 박완서의 초기작들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 년 전인 1970년대 초에 발표된 소설이다. 데뷔한 지 삼 년여밖에 안 된, 당시로서는 신인의 위치였던 작가의 초기작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활발히 활동중인 한국 대표 소설가들에게 최고의 소설로 뽑혔다는 건 지금 읽어도 이 작품들이 유의미하다는 증거 그 자체이리라.

「부처님 근처」는 오래전 전쟁통에 사망한 아버지와 오빠의 기일을 앞두고 재수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은 ‘나’와 어머니 두 사람의 이야기로, 전쟁의 이데올로기 아래 스러진 가족의 죽음으로 일상이 파괴된 후에도 “앙큼하고 태연하게”(286쪽)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모녀의 처절한 사연을 치열하고도 솔직하게 써나감으로써 문학의 언어로 할 수 있는 죽음의 애도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도둑맞은 가난」은 ‘박완서’라는 이름 옆에 늘 함께 따라오는, 제목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된 작품이다. 한국 대표 소설가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으며 다시 한번 그 저력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혼자 남은 젊은 여성 ‘나’가 도금 공장을 다니는 또래 남성 상훈과 동거생활을 하는 모습이 언뜻 가난한 젊은 커플의 청춘소설처럼 전개되던 이야기 끝에 서슬 퍼런 반전을 도사린 이 소설은 부자와 빈자 간 건널 수 없는 몰이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자가 가난조차 앗아가 취한다는 지극히 역설적인 상황을 묘파해낸다. 일찍이 가난이란 “냄새”(308쪽)임을 간파한 작가의 예리한 시선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뉜 계층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펼치며 앞으로도 오래도록 회자될 불후의 명작임을 증명한다.

마지막 작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는 이번 수록작들 중에서 가장 초기인 1972년에 발표된 단편으로, 장애가 있는 중학생 딸 설희를 키우는 이웃집 여성 설희 엄마, 그녀와 동년배인 ‘나’ 사이에서 싹튼 우정을 그린다. 조금의 동정과 연민도 필요로 하지 않는 설희 엄마를 통해 실은 ‘나’에게도 남에겐 말 못할 불행의 아픔이 있었음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무거운 틀니’로 상징되는 세상살이의 고통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울타리”(30쪽)를 칠 거라고 말하는 ‘쥬디 할머니’가 등장하는 첫 작품 「쥬디 할머니」와 수미상관으로 읽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의미심장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처럼 『쥬디 할머니』는 새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해, 과거를 디딤돌 삼아 환한 미래로 나아가게 할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주는 책이다.

비로소 나는 내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내 아픔을 정직하게 신음하지는 않을 것이다. _「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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