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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 소네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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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8601
ISBN
9791173325755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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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3-31
페이지, 크기, 무게 166쪽, 200*220mm, 315g
이 책의 관련 분류
목차
옮긴이의 말

1 〈차를 몰고 케이프 디스어포인트먼트까지 갔지만〉
2 〈달콤함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3 〈친밀함은 나를 어지러이 흐트러뜨렸다〉
4 〈나는 남자를 죽어가는 남자를 만났고〉
5 〈그것은 끔찍하다, 손길로 충족시킬 수 없고〉
6 〈때로 나는 느낄 수가 없다〉
7 〈나는 그럴 수 있다. 나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8 〈이 해변을 한쪽 발로 누르면〉
9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이 오직〉
10 〈내 것이라 부르고 싶은 이 벤치에 앉아서〉
11 〈시, 유일한 아버지, 풍경〉
12 〈이곳 끄트머리에서〉
13 〈천국에서 돌아오는 것을〉
14 〈라벨의 현악 사중주 F장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15 〈커트 로데가 비올라로 연주한 ‘서머타임’을 들으며〉
16 〈애정이 없는 어떤 우아함의 상태가 있다〉
17 〈“반짝일 필요는 없어요”〉
18 〈나의 가장 어릴 적 기억은〉
19 〈세 살 이후로, 나는 구원을 찾으러〉
20 〈여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는 싫다〉
21 〈나는 직사각형 안에서 자랐다〉
22 〈나는 커다란 아이는 아니었다〉
23 〈기이한 사건은 일어나기 마련이지〉
24 〈내가 처음으로 홀딱 반한 사람은 와일드 빌 히콕이었다〉
25 〈그들은 옆집에 살았다, 네 소년〉
26 〈진해정을 너무 많이 먹어서〉
27 〈나는 떠다녔다 날았다 지구로 떨어졌다〉
28 〈그 술집, 월드 오브 더 새티스파잉 플레이스〉
29 〈꼬리표는 이제 내게서 스르륵 떨어진다〉
30 〈갑자기 데이비드가 긴장증 상태에 빠졌다〉
31 〈나는 다시 마약을 원한다; 변덕〉
32 〈구혼자들이 젊은 과부를 내리 덮쳤을 때〉
33 〈올해의 새끼 양은 멍청하다〉
34 〈어떤 여자는 눈에 문제가 있어서 까치발로 걷고〉
35 〈새끼 양이 자기 다리에 올라타자〉
36 〈돼지와 새끼 양과 토끼를 경매로〉
37 〈부모는 작은 에덴동산을 건설하려 했다〉
38 〈분만하는 암퇘지의 뚱뚱한 고통〉
39 〈예수 캠프의 장로님이 죽었다〉
40 〈그곳은 매혹도 방탕도 없는 땅이었다〉
41 〈그 고층 건물이 있기 전에 ‘화이트 래빗’이 있었다〉
42 〈녀석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온다, 사우스다운종(種) 두 마리〉
43 〈그는 우리에게 왔다 우리와 함께 여기까지 내려왔다〉
44 〈몇 년 동안 나는 베이브의 집 지하실에 있는〉
45 〈한때, 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46 〈나는 여러 곳에서 잠을 자왔다〉
47 〈뉴욕에서 보낸 첫날밤〉
48 〈나는 ‘군중 속의 얼굴’(1957)을 보고 있다〉
49 〈나는 쉴 수가 없다, 플립 북의 페이지처럼〉
50 〈나는 영화 쪽에서 일했어야 했다〉
51 〈낯선 이들 사이의 파티, 펑크족, 가죽 모자와 스트랩 복장〉
52 〈접시 하나, 숟가락 하나, 포크 하나, 무딘 나이프 하나를〉
53 〈마거릿 생어 센터에서 첫 번째 시술을 했지〉
54 〈나는 로버트 크릴리를 보았다〉
55 〈유명한 시인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56 〈그래, 나는 그들을 모두 봤다, 봤다, 몇몇은 만났다〉
57 〈펑크 록이 전염병처럼 유행하던 시절에도〉
58 〈삼십구 년 전은 아무것도 아니다〉
59 〈우리 모두에게는 트라우마가 가장 깊이 각인된 밑바닥이 있다〉
60 〈나는 딸 둘을 낙태했다〉
61 〈나는 비탈에서 굴렀다, 목말뼈, 정강이뼈〉
62 〈몸을 망가뜨리는 힘이 있다〉
63 〈뿌리 덮개 광고가 쏟아지는 봄이다〉
64 〈실수로 걔의 서복손을 과다 복용했다〉
65 〈나는 그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두 명의 마약 판매상〉
66 〈프리랜서 예술가. 누군가가 물으면 우리는 그렇게 대답한다〉
67 〈당신은 어쩜 그렇게 도덕적일 수 있나〉
68 〈나를 이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줄 마약은 어디에 있나〉
69 〈그럴 때면 최대한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70 〈예수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뭐야, 걔는 묻는다〉
71 〈그녀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광팬이야〉
72 〈왜 신은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걸까, 걔는 묻는다〉
73 〈그러다가 어른이 되자 나도〉
74 〈엘비스 최고의 노래가 뭐라고 생각해〉
75 〈예수님이 실제로 태어난 날이 언제라고 생각해〉
76 〈어쩌면 우리는 소리 없는 대기실을 배회하고〉
77 〈나는 처음부터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
78 〈나는 죽음과 사랑에 빠졌다〉
79 〈나는 사랑은 감당해도〉
80 〈내가 쓴 책 혹은 시 혹은 페이지에 열정적으로〉
81 〈모든 삶에는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 테마가〉
82 〈꿈에서, 어머니가 아래층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83 〈또다시 그 꿈을 꾸었다, 우리는 아빠의 시신을〉
84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내가 고향이라 부르는〉
85 〈골든로드야, 있잖아, 나는 말할 수 있어〉
86 〈이 삶을 어떻게 떠날 것인가, 직장을 떠났을 때처럼〉
87 〈어떤 색깔에 대한 꿈을 꾸었다, 줄거리는 없다, 색깔뿐〉
88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화했다〉
89 〈나는 그가 어떻게 생겼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90 〈그는 말했다 자지가 더는 말을 듣지 않아서 몹시 불쾌하다고〉
91 〈큐팁 두 개로 작은 새를 쓰다듬는 사람이 나오는 짧은 영화를〉
92 〈모든 게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에 대한 내 사랑은〉
93 〈시에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94 〈나는 그저 단순한 물건 몇 개로 이 지구에 매여 있었다〉
95 〈아름다움의 본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구절들〉
96 〈문학은 위험한 사업이다〉
97 〈나는 책 속의 그 소년이 되고 싶었다〉
98 〈최근의 내 문학적 취향은 조증에 가깝다〉
99 〈체호프가 부엌 식탁에서 나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100 〈이 모든 게 환영이거나 내가 환영이거나〉
101 〈오늘은 산맥이 검다〉
102 〈이십육 일 동안 나는 식기 세척기가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103 〈떠나 있는 동안 나는〉
104 〈그것은 진짜 에덴동산 이야기다〉
105 〈그리하여 그곳에는 풍경밖에 없었다〉
106 〈새로 생겨나는 자아는 사랑하는 자아가 아니다〉
107 〈미니멀리즘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린다〉
108 〈이제 모든 것은 한때의 사랑을 떠올려준다〉
109 〈그때 그 시절, 그 뒤에 찾아온 시절과 분리해 생각해보면〉
110 〈오늘 세상은 축축하다〉
111 〈별거 아닌 일, 무언가를, 이를테면 카멜레온을〉
112 〈나는 그녀를 분명히 볼 수가 없다〉
113 〈잠시 또 슬퍼진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겠지〉
114 〈나는 내가 여전히 담배를 피웠으면 좋겠다〉
115 〈소네트는, 가난처럼〉
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
117 〈삶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118 〈둔한 자와 결혼하라〉
119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120 〈메리앤 무어의 그 시〉
121 〈나의 사적인 부분은 여럿이다〉
122 〈그 당시에 그것의 머리는 클레오파트라 머리 같았지만〉
123 〈내가 마녀라고 말하면〉
124 〈사십 년 동안의 강제 절연 이후〉
125 〈나에게 그것은 어떤 단순한〉
126 〈나는 그녀에게 구애했다, 그 사향 냄새 풍기는 음탕한 여자〉
127 〈내 젖통은 멍들었다〉
128 〈그 일이 일어날 때〉

노트
감사의 말
미주
추천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다이앤 수스(Diane Seuss)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전미도서상과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현대시(Modern Poetry)》(2024)를 비롯해 퓰리처상·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펜/벨커 시문학상을 수상한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원제 frank: sonnets, 2021),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두 마리의 죽은 공작과 소녀가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Two Dead Peacocks and a Girl)》(2018),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소녀(Four-Legged Girl)》(2015), 주니퍼 시문학상을 수상한 《울프 호수, 바람에 젖혀진 하얀 가운(Wolf Lake, White Gown Blown Open)》(2010), 첫 시집 《너를 텅 비워버리는 것(It Blows You Hollow)》(1998)까지 시집 여섯 권을 썼다.
2020년 구겐하임 펠로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로부터 존 업다이크상을 수상했다. 캘러머주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웨스턴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역 사회 정신 건강 상담가로 일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시 창작과 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미국 미시간주에서 살고 있다.

역자 : 황유원
시인이자 번역가다.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일요일의 예술가》(2025), 《하얀 사슴 연못》(2023), 《초자연적 3D 프린팅》(2022), 《세상의 모든 최대화》(2015), 소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2019)가 있다.
옮긴 책으로 《모비 딕》(2019), 《폭풍의 언덕》(2022), 《길을 찾는 책 도덕경》(2025), 《에로스, 달콤씁쓸한》(2025), 《패터슨》(2024),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9), 《예언자》(2018),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2016, 공역)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괴물 같고 마녀 같은, 아니,
상처 입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가 있다”

비정한 슬픔 끝에서 길어 올린 경이로운 유머
다이앤 수스,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세상에는 이런 시(詩)도 있다. 얌전하지 않으나 요란스럽지 않고, 처절하지만 결코 청승 떨지 않는 시. 고통을 직시하되 섣불리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려 들지 않는 시. 영화 같고 소설 같고 회고록 같기도 한, 그러나 궁극에는 시가 되는 시. 낯 뜨거운 고백일 수도, 검열의 창살 따윈 없다 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나의 솔직함’이라 말하는 시. 저속함과 천박함으로 흘러가기 쉬운 속어와 은어를, 삶의 민낯을 직시하게 하는 정직한 도구로 바꾸는 시. 위선을 비유로 고발하고, 위태로움을 묘사로 그려내고, 위험해지길 두려워 않는 시. ‘그래 삶아, 올 테면 와 봐라. 한판 붙자’라고 말하는 듯 거침없이 돌진하는 시. 여기, 이토록 섹시한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다이앤 수스. 그는 1998년 첫 시집 《너를 텅 비워버리는 것(It Blows You Hollow)》을 출간한 이래, 대중과 평단의 압도적 찬사를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 시인이다. 1956년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미국의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미시간주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그는, 구겐하임 펠로 선정 및 존 업다이크상 수상 등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증명해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가정 폭력과 정신 건강 분야에서 상담가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대학에서 시 창작을 가르쳐온 그의 이력은 작품 세계의 견고한 밑바탕이 되었다.

2021년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원제 frank: sonnets)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석권하며 미국 문단의 독보적 위치를 점한 그는 계급과 빈곤, 신체와 중독, 실패와 상실, 폭력과 젠더, 문학과 예술, 죽음과 사랑 등 삶의 심연을 ‘날 것 그대로의 감각’으로 길어 올린다. 이 시대의 고전이 될 수스의 시집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을, 동시대 탁월한 번역가인 황유원 시인의 정교한 번역으로 김영사에서 출간한다.

이 시집을 먼저 읽은 한국 작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이 가난한 떠돌이의 시적 메스에 찔린다. 피투성이로 열광한다”(김이듬 시인). “다이앤 수스는 자신의 정확한 길을 찾아내어, 착취와 중독과 상실과 실패를 자근자근 밟아나간다”(김겨울 작가). “이 책을 통해 시라기보다는 어떤 짐승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요조 작가). “욕망의 끝, 절망의 끝, 그리고 사랑의 끝까지 가버린다. (…) 그녀의 소네트는 빌리 아일리시처럼 몽환적이기도 하고,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도발적이기도 하며, 조니 미첼처럼 혁명적이기도 하다”(정여울 작가).

마치 그의 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경험하지 않는 것은 쓰지 않는다”는 리얼리즘과, 시인 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는 폭력성에 맞선 강렬한 언어를 연상시킨다. “용인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존재, 헐크, 거인, 괴물이 되고 싶었다”(56)는 그의 고백은 밑바닥 인생을 투명하게 응시하는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미학적 용기를 보여준다.

14행의 좁은 틀, 그 안에서 요동치는 야생의 고백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첫째, 시 속 서사를 따라가 보자. 이 시집은 128편의 소네트로 촘촘히 엮여 있다. 이탈리아어 ‘sonetto(작은 노래)’에서 유래한 소네트는 본래 14행의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나, 수스는 각운과 율격에 투항하지 않는 ‘자유로운 소네트’를 감행한다. 여기서 14행은 구조적 억압이 아닌, 삶의 비린내를 응축하는 구조적 긴장으로 작동한다. 14행의 형식이 ‘균일하게 짜인 세계’라면, 그 내용은 ‘언젠가 폭발할지 모르는 세계’인 셈이다. 수스는 말한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115). 그는 이 간결한 틀에 삶의 지저분한 모든 것을 담아낸다.

128편의 소네트는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생애를 “플립 북의 페이지처럼”(49) 펼쳐 보인다. “14행 안에 담기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삶 전체가 그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 독자는 첫 줄부터 ‘케이프 디스어포인트먼트’라는 실망의 끝단으로 내몰린다. 이 시는 결코 허구가 아니다. 한때 실재했다. 무언가를 가공해 상상하지 않으며 자서전과 로드무비, 죽은 자들과의 대화가 ‘황홀하게 합선’되는 순간 속에서 언어는 곧장 본질을 타격한다”(독일 뮌스터시 국제 시인상 심사평에서).

둘째, 시 속 등장인물을 그려보자. 독자는 시편을 통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젊은 나이에 목매 죽”(24)은 미켈부터 미켈의 연인인 앨런, 마약 중독자였던 “가위로 자기 손목을 톱질하듯 그어”(67)댔던 아들 딜런, “지하실 설탕 자루 위에서 잠들곤”(82) 했던 어머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유골 위로 커다란 자석을 흔들어서 금속을 빼내던”(125) 데이먼, “철사 공장 남자 구역에서 일하려고”(41) ‘콧수염’을 붙이던 패티, “꽃가루처럼 날리는 치토스 가루에/ 뒤덮인 집”(35)에 사는 릴 등 소도시 아웃들과 만나게 된다. 반면, 뉴욕의 트렌디한 펑크 클럽에서 만났던 미국 반문화의 몇몇 아이콘들은 이 시집에서 독선적이고 여성혐오적 나르시시스트로 가차 없이 폭로된다.

셋째, 시 속 대화와 태도를 곱씹어보자. 수스와 아들 딜런의 대화(67~75)는 삶의 비극을 견디는 방식을 지독하리만치 투명하게 보여준다. “주사로 약 하던 시절이 그립네, 걔는 말한다. 그러면 심장이 멈춰버릴 테니/ 절대 다시 손대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리워. 절대 다시 손대진 않을 거야./ 나는 살고 싶어. 나는 여기가 좋아. 내가 가진 것과 함께 여기서 사는 게 좋아”(69). 예전에 “빈 보드카 병, 주삿바늘”(75)이 굴러다니던 방에 자러 오지 않는 아들이 이제 “‘깨끗하다’, ‘눈’처럼, ‘추위’처럼”(75) 깨끗해졌다고 말하는 수스의 언어는 서늘한 감동을 안긴다.

수스에게 시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진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실재적 작업이다. 시 속에 “우아함”(16)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솔직함(frank)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언어는 권위에 항복하지 않고 의미의 과잉으로부터 탈주한다. “시에는 고결함이 있나? 없기를 바라자. 고결함 또한 또 하나의 은신처에 불과하니까”(93). 이는 문학이라는 “위험한 사업”(96), 혹은 형식과 플롯이라는 덫에 갇힌 이들에게 강력한 직격타를 날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나 자신의 고약한 체취다”(116)라는 구절처럼, 그는 자아의 비천함조차 유머러스하게 직시하며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타격한다.

마지막으로 소네트를 직접 써보며 읽어보자. “소네트라는 형식은 중독성이 있다. 그 절제된 성격은 거꾸로 그 안에 뭘 써넣어도 된다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따라 쓰고 싶게 한다. 대단한 소네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독자들이 다이앤 수스풍 소네트를 쓴 후 친구에게 읽어주며 서로 깔깔대거나 훌쩍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 시집은 그런 책이니까. 내가 번역한 시집 중 가장 강력하고 처절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니까”(〈옮긴이의 말〉에서).

가시철조망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자유
고통, 죽음, 솔직함이 건네는 의미란 무엇인가

이 시집을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고통’이다. 수스의 삶은 고통의 점유지였다. 수스는 알루미늄 “직사각형”(21) 집에서 자라며 “절반은 젊은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24)는 이웃들을 목격했고, 스스로는 두 딸을 낙태한 어머니이자 마약 중독자 아들과 사투를 벌이는 보호자였으며, 남성 중심 문단에 항거하는 고독한 예술가였다.
그는 회상한다. “들쥐가 속을 갉아먹고 있는 분홍색 소파 위에서”(46), “바퀴벌레 껍질이 있는 호박빛 왕좌 위에서”(46), “나의 새끼 양을 라일락 무더기처럼 껴안은 병원 침대 위에서”(46) 살아왔노라고. “난방시설은 없고 장작뿐”(45)인 판잣집의 추위와 “도둑을 숭배하라”(43) 명령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끔찍함은 그의 시적 토양이 되었다. 뉴욕으로 옮겨간 뒤에도 “카드놀이용 테이블에 앉아서 시가 상자를 현금/ 서랍으로 사용”(51)해야 했던 빈곤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집게발에 세게/ 물리면서도 가재를 풀어주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13)과 같은 본성, 지하 공간에서 홀로 장작을 넣으며 평안을 찾는 ‘거대한 정신’이 그를 지탱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죽음’이다. 수스의 세계에서 죽음은 늘 곁에 있었다. 친구 미켈과 아버지의 부재,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들의 눈망울까지. “나는 처음부터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77)고 고백하는 그는, 동시에 “죽음의 마을들 모퉁이에서./ 나는 죽음에게 짤막한 노래를 불러주었다”(77)고 말한다. 죽음 속에서도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수스의 방식이다.
그는 우리에게 노래한다. 고통은 “그 고통을/ 껴안음으로써 그것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62)기에 씨름하며 떨쳐내고 다시 노래하라고. 결국 “유골함에 들어가는 건 우리 자신과 지금껏 태어난 모두의 집적체”(125)이며, 죽음이란 “일등석이 없는 비행기”(125)와 같은 철저한 민주주의임을 일깨운다.

세 번째, 수스의 시 세계는 ‘핑크 루럴(Pink Rural)’로 요약된다. ‘루럴(Rural)’은 가난과 중독, 소외된 계층의 비루한 시골 현실을 뜻하며, ‘핑크(Pink)’는 그 비참함 속에서도 예술을 갈망하며 전복적 목소리를 내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수스는 “소네트라는 형식을 마치 가시철조망 드레스처럼 유혹적으로 떨쳐입고, 그 안에서 낙태와 마약과 죽음과 사랑을 아무런 검열 장치 없이 노래한다”(정여울).
“나는 딸 둘을 낙태했다”(60), “요즘에는 시가 섹스처럼 느껴진다. 이따금 시가 당기긴 하지만 그 기분은/ 끝내 활짝 피어오르지 않는다”(119) 같은 노골적 고백은 물론, 권위적 시인들의 위선을 향해 당신들은 여성 시인들에게 “도저히 읽을 수 없지만 따먹을 수는 있다고 혹은 읽을 만하고 따먹을 수도 있다고”(55) 말하지 않았느냐고 일갈하는 대목은 그의 솔직함이 지닌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지막 키워드는 ‘자유’다. 캔디 달링, 에이미 와인하우스, 알레인 드 쿠닝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비남성적 인물들이 개척하는 예술적 영역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그 어떤 신비화도 거부하는 탈신비화의 선언이다.
캔디 달링의 ‘가시철조망 드레스’ 비유는 이 시집의 사명 선언문과 같다. 가시철조망 드레스는 “집을 지켜주지만 전망은 가리진 않는다”. 가시 돋쳐 있으나 예술적이고, 고통받고 있음을 알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정상인으로 봐주길 바라”(66)는 모순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때로 나는 별종으로 보이길 바란다. (…) 나는 정상이라는 기준에 못 미친다. 때로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 호칭을 받아들인다. 장애. 그게 바로 나다”(66).

이 시집은 세상의 억압에 순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짐승처럼 맞부딪치는 자전적 투쟁의 기록이다. 풍부한 경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허영이나 과시를 배격하며, 지배적 세계의 아이러니에 유머와 열정으로 맞선다. 수스의 이 정직한 서사는 당신을 결코 지치지 않는 자유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부기: 번역과 편집에 관하여
가장 강력하고 처절하고 사랑스러운 책

황유원 시인은 이 시집을 번역하며 “여러모로 엄청난 책이다. 이 책의 원제인 《프랭크: 소네트집(frank: sonnets)》는 시인 ‘프랭크 오하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데뷔 앨범 《프랭크(Frank)》, 그리고 ‘솔직한, 노골적인’이라는 뜻의 형용사 ‘프랭크(frank)’를 모두 지칭하는데, 공교롭게도 딱 이 셋을 합친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원제가 지닌 다층적 함의를 한국 독자들에게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가 담긴 시구를 참고해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으로 정했다. 이는 수록작 〈소네트는, 가난처럼〉의 핵심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원제가 지닌 ‘가공되지 않은 솔직함’을 한국어의 질감으로 번역해낸 것이다.

이 시집의 미학적 정수는 14행의 소네트 형식에 있다. 번역 과정에서는 원문의 시각적 의도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행을 최대한 균등한 길이로 안배했으며, 미국 영어 특유의 간결함과 구어체적 리듬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또 방대한 인명, 지명, 문화적 코드에 대한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244개의 상세한 미주를 부가했다.

역자와 편집자가 주고받은 메모가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시구 하나하나를 치열하게 세공하며 다듬었다. “이번 작업은 특히 고생스러웠다. 역교 때는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의 반 이상을 뜯어고쳤다”(〈옮긴이의 말〉에서)고 할 만큼 수스의 시에 대한 역자의 애정이 컸다. 아울러 시각적 미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형적 판형을 탈피, LP 형태의 판형을 통해 수스의 예술적 지향점을 물리적 책의 형태로 구현해냈다.

“이 시집에 별도의 해설은 필요치 않을 듯하다. 소네트라는 외골격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수스가 시 안에서 이미 많은 것을 넘치도록 말하고 있으니까. 독자는 이 시들을 어렵게 해석할 필요 없이 그저 그 파괴적인 아름다움에 놀라면 된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쾌감과 해방감을 안겨주는 그 고백에 전율하면 된다”(〈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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