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오를 지날 무렵, 오후의 찬란한 빛 아래 누구나 한 번쯤 발밑에서 삶이 흔들린다.
태어나서 지금껏 부모와 세상의 요구를 따라 성실히 사회의 일원이 되어온 사람의 버젓한 겉모습(페르소나) 아래서, 자신도 모르던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다 못해 터져 나온다. 알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함이 밀려오며 ‘지금까지의 삶과 역할을 빼고 나면 대체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일찍이 이 시기에 주목해 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고 삶을 온전히 채워갈 길잡이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심리학자 카를 융이다. 그가 제시하는 궁극의 치유는 ‘자기Self’ 자신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오후에는 잃어야 얻는다》는 20세기 정신분석과 심층심리학의 대가 카를 융의 여러 저작에서 대표 심리학 개념(자기, 무의식, 페르소나, 개별화, 그림자, 원형, 투사, 아니마·아니무스 등)의 정수를 담은 문장들을 엄선하고, 이를 징검다리 삼아 삶을 다시 쌓아올리고 자기를 회복하는 여정을 한 권에 담았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어떻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1장 인생의 오후
2장 잃어야 얻는다
3장 성격의 발달
2부 운명은 무의식에 달려 있다
4장 그림자
5장 콤플렉스
6장 페르소나
3부 나에게 가는 길
7장 아니마와 아니무스
8장 투사
9장 집단 무의식과 원형
4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들
10장 꿈
11장 자아와 자기
12장 개별화라는 길
융 심리학 용어 설명
출처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1875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바젤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취리히대학교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콤플렉스’ 개념을 정립했다. 프로이트와 교류했으나 성욕 중심설에 반대하며 독자적으로 무의식을 탐구, 분석심리학을 제창했다. 그는 개인 무의식을 넘어 인류 보편의 원초적 심상이 담긴 집단 무의식을 발견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이루는 자기Self 원형의 작동을 밝혀냈다. 융의 이론은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신학, 신화학,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동서양 사상을 아우르며 인간 정신의 통합과 자기실현의 길을 제시한 20세기 대표적 사상가로 평가된다.
역자 : 변지영
작가, 임상·상담심리학 박사. 차의과학대학교 의학과에서 조절초점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들을 토대로 심리학 이론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과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 《미래의 나를 구하러 갑니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누구도 삶을 혼자 짊어지지는 않기에》 《순간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무한》 《우울함이 아니라 지루함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등이 있다.
인생의 오후, 중년 이후 찾아오는 공허함, 목표를 이루고도 허전한 느낌, 가진 게 많아도 무언가 빠진 듯한 그 감각은 실패의 신호가 아닙니다. 더 깊은 의미를 향해 나아가라고 영혼에게 건네는 초대입니다. 위기가 아니라 두 번째 탄생의 문턱입니다. 융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은 이것입니다. 당신은 고쳐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이해받아야 할 존재이며. 당신의 어둠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빛과 함께 당신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내면을 향한 용기 있는 한 걸음이 세상 어떤 성취보다 깊은 치유를 가져다준다는 것.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 그것이 융이 말한 가장 위대한 여정입니다.
_정여울,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삼십대 후반 또는 사십대에 접어들면서 삶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들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정작 삶에서 내가 결정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 맞는지, 나다운 삶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더러는 몸이 크게 아프거나 힘든 일들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동안 고수해온 삶의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무너지기도 한다. 부부 관계나 가족의 문제들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융은 가장 좋은 조언자라 할 수 있다.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를 만나기 시작할 때이기 때문이다. _들어가며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궁극의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삶이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았다는 배신감, 투사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공허함. 이런 것이 우리 정신의 위기를 불러온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 온전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기회가 있다. “나는 한 번이라도 나 자신으로 살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일생일대의 선물이다. 또한 우리 중 누구도 예외 없이 한계와 쇠락, 나아가 유한성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기에, ‘자기 자신이 되기’란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법칙이다.
인생이라는 항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 그저 이끌리는 대로 살다 보면 전혀 원하지 않았던 목적지에 닿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페르소나와 그림자, 무의식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 한편으로 융의 말마따나 “혼자서는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도달할 수 없다”(카를 융,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세미나 노트》). 관계와 타인이라는 거울, 집단적 인간, 서로 반대되는 것들의 만남을 통해서야만 우리는 페르소나를 벗고, 그림자를 마주하여, 결국 불완전하더라도 온전한 자기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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