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잔치다 16
또다시 봄 18
찬란한 고독 19
꽃은 날기 위해 핀다 20
하늘의 춤 21
손톱만 한 개화(開花) 22
꽃망울 23
모든 너는 꽃이다 24
때가 있다 26
봄에 기대어 28
꽃에게 길을 묻다 29
꽃비에 무너지다 30
봄인데 왜 눈물이 나는가 32
슬픔의 어원 34
목련이 지는 순간 36
어디에 붉은 꽃이 피어 있으랴 38
꽃이 머무는 곳 40
마지막 두 걸음 41
꽃이 질 때 42
계절을 놓친 꽃잎 43
연민 44
동백 Ⅰ 45
동백 Ⅱ 46
동백 Ⅲ 47
꽃을 키우는 마음 48
2. 시를 쓰니 꽃이 왔다
신비로운 언어 52
시를 쓰니 꽃이 왔다 53
시를 쓴다는 것 54
꽃은 피는 줄 모르고 핀다 55
어느 시인 56
허공의 시 57
땅 위에 쓴 시 58
어느 가을날 59
그리움 60
시인의 밥 61
나의 고향 62
하얀 지면 바라보니 63
닿아서 낳았다 64
언어의 지형 65
글의 숲 66
시를 낚다 68
숨 터 69
말의 인연 70
세상은 말(語)이다 71
내 것인 적 없는 나 72
언어의 집 74
쓰고 또 지우다 76
찢긴 틈 너머 79
넋두리 80
도착하지 않은 시선 82
출구 없는 바닷가 84
시간을 쓰다 86
꽃, 너를 이름하다 88
너무 많은 나 90
존재하는 것들을 위한 시 92
동사로 나부끼다 94
3. 존재, 저 황홀한 이름을 불러본다
가을, 어느 오후 98
바닷가에서 99
지금, 여기 100
의미도 모르면서 101
한 걸음의 생 102
존재, 저 황홀한 이름을 불러본다 103
그 어느 날 104
그렇고 그런 날 105
쓰담 쓰담 106
나부끼는 깃발 107
기막힌 운명 108
뒤로 걷기 109
질문의 귀환 110
시린 눈을 가진다는 것 112
사시나무 113
기다림이라는 관성 114
텅 빈 눈에 115
슬픔의 실체 116
날개가 머문 곳 117
늙은 개를 기억한다 118
겨울새와 가지의 관계 120
추락을 위한 기도 122
바람은 부딪쳐서 운다 124
몸은 소리를 낸다 126
몸이 들려주는 사연 128
나중에 130
추락한다는 것 132
4. 지는 해에 인사를 하자
묻지 마라 134
여명과 노을 사이 135
생의 길목 136
발자국 없는 낙엽 138
지는 해에 인사하자 140
바람의 뒷모습 142
하늘 보고 걷기 143
낙옆의 춤 144
안팎의 풍경 145
홍시 146
떨어지는 것 147
감감무소식 148
산을 오른다는 것 149
도솔암 150
가을비 151
산 노을 152
해송(海松) 153
금강송 154
바위의 기억 156
수피의 춤 158
존재의 방식 160
첫눈 162
명태의 꿈 163
수평선으로 가자 164
수평선을 바라보며 166
가보지 않은 바닷가 167
폐선 Ⅰ 168
폐선 Ⅱ 169
파도가 치는 이유 170
서해에 가지 말라 172
5. 삶은 멀미다. 지독한 멀미다
멀미 178
내 인의 슬픈 짐승 180
손의 욕망 181
길 위의 집 182
서로 다른 지평 183
하늘 가린 손바닥 184
너를 향한 손짓 186
흔들의자 187
날을 세운 혀 188
소란한 정적 190
그저 거기에 191
약한 것이 더 약한 것을 찾는다 192
지독한 대면(對面) 194
왼쪽에서 나타난 고양이 196
태평극장 198
저자소개
저자 : 이어시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조형예술대학(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Munchen) 회화과를 졸업했다. 뮌헨과 뉴욕을 거쳐 귀국한 후 파주, 서귀포, 강진, 태안, 강릉 등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쓴다. 그리고, 나를 견디고 있다.
출판사 서평
떨어져서야 비로소, 날개였음을 안다
“떠돌다 하나씩 주운 내 마음들이다
살기 위해 토해낸 넋두리들이다”_「시인의 말」에서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조형예술대학(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Munchen) 회화과를 졸업, 뮌헨과 뉴욕을 거쳐 귀국한 그는 파주, 서귀포, 강진, 태안, 강릉 등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 현재는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쓴다. 생애 틈틈이 써온 시를 벼려 첫 시집 『꽃은 날기 위해 핀다』를 펴냈다. 오랫동안 “책임질 일이 많았는지” 세상에 선뜻 내놓지 못했던 작업들처럼, 이 시집 역시 “나를 세상에 놓아본다”는 조심스러운 고백으로 시작한다. 캔버스와 렌즈로 순간을 붙잡아온 예술가답게, 그의 시선은 화려한 봄이 아니라 그 봄을 이루는 가장 여리고 낮은 존재들에 먼저 가닿는다.
꽃잎은 접어둔 날개였다
표제작 「꽃은 날기 위해 핀다」에서 시인은 개화(開花)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 쓴다. 꽃이 피는 이유는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가벼워지는/ 순간을 기다려/ 바람을 타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꽃잎 하나하나는 처음부터 “접어둔 날개”였던 셈이다. 그 사실은 화려하게 만개한 순간이 아니라,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존재의 의미가 소멸의 문턱에서 완성된다는 이 역설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보는 이 없어도, 그 꽃은 뜨겁다
이 시집이 가장 애정을 쏟는 자리는 화려한 벚꽃이나 목련이 아니라, 이름 없는 것들이다. 「손톱만 한 개화(開花)」에서 “길도 없는 외딴 산비탈”에 핀 들꽃은 “보는 이 없어/ 알 리도 없으나” 제 봄을 다 살아낸다. 「봄은 잔치다」는 이 시선을 사회적 풍경으로 넓힌다. 봄이라는 잔치는 "누구 하나 초대받지 못해/ 서성이는 이 없는/ 가장 낮은 것들을 위한" 자리이며, "뒤늦게 도착한 이들에게도/ 말없이 자리를 내어주"는 환대다. 설치미술가로서 여백과 배치에 예민한 시인의 눈이, 시에서는 주변부의 존재들을 중심에 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시를 쓰니 꽃이 왔다
2부에서 시인은 렌즈를 자기 자신, 그리고 ‘쓴다는 행위’로 돌린다. “허공의 시”, “땅 위에 쓴 시” 같은 제목들이 보여주듯, 그에게 언어는 이미지만큼이나 다뤄야 할 재료다. 5부에 이르러 “삶은 멀미다/ 지독한 멀미다”라는 선언과 함께, 시집은 봄의 화사함에서 존재론적 흔들림으로 조용히 내려앉으며 막을 내린다.
『꽃은 날기 위해 핀다』는 오래 침묵해온 한 예술가가 처음으로 자신을 세상에 내놓는 자리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여린 것들에게 말을 건네는 이 시집은, 존재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뜨겁게 제 몫의 계절을 살아낸다는 사실을 낮은 목소리로 증언한다.
작가의 말
“어느 날, 허공에 멈춰 버린 돌멩이 하나를 바라보다 내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세계에 이미 균열이 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은 낯설게 다가왔고,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들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오랜 발걸음을 내놓았습니다.
땅울림조차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도 나는 오직 내 몸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멀미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들떠 흔들리고 있는 그 낯선 부유(浮遊)의 시간을 시로 기록했습니다.
울면서도 울지 않았고, 웃으면서도 웃지 못했습니다. 삶이 건네는 멀미를 견디며, 흔들리는 나 자신과 흔들리는 세계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이유도 그 흔들림을 이제 삶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자 하기 위함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시집 1권 《꽃은 날기 위해 핀다》와 2권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는 그렇게 흔들리며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서 마주한 마음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돌이 허공에 박힌 채 떨어지지 않았다.
아주 작은 정지였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내가 믿고 있던 견고한 세계는 흔들렸다.
공간은 빈틈없이 차 있는데 사물들은 오히려 텅 비어 있었고, 당연했던 일상은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그곳을 피해 떠났다. 돌아보니 꽤 긴 시간이었고, 먼 길이었다.
그런데 그곳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그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공중에 박힌 돌에 대해,
하늘에 생긴 균열에 대해, 금이 간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세계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은 무심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땅울림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세계는 계속 흔들렸다.
발밑은 가만히 있는데 몸속 어딘가가 흔들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멀미가 찾아와 나는 수없이 속을 게워냈다.
하늘의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허공에 박힌 돌도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나는 울었지만 울지 않는다. 나는 웃었지만 웃지 않는다. 나는 분노했지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멀미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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