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158
발문_이소(문학평론가)
인류세의 주체가 상상한 새로운 연대 162
심사평 167
저자소개
저자 : 윤강은
2000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전공으로 재학 중이다.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출판사 서평
★★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의 사랑을 재발명한다.” - 이소(문학평론가)
★★ “세계는 참혹한데 전선을 오가는 마음은 따뜻하다.” - 정용준(소설가)
★★ “한반도라는 공간의 해석과 활용이 새롭고 매력적이다.” - 문지혁(소설가)
★★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대신 애틋함으로 종말의 얼음을 녹인다.” - 김희선(소설가)
★★ “친구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도 끝까지 우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국가의 몰락
대멸종 시대, 미래의 한반도는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기술이 도태한 모습이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먼 과거와 닮았다. 거대한 하나의 국가는 세 개의 작은 구역으로 쪼개져 있고, 정보와 물자는 개 썰매로 운송하며, 모든 물자는 사람의 신체를 통한 노동으로 얻는다.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강 기지’ 등 한반도의 세 구역은 각각 ‘이장’,‘ 구역장’, ‘대장’을 리더로 둔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이룬다. 남해안 온실 인근에 조성된 ‘온실 마을’은 곡식과 육류 등 식량을 비롯해 다양한 물자를 생산하고, 중부 지역 어느 판옵티콘 같은 빌딩을 중심으로 조성된 ‘한강 구역’은 주로 군수 물자가 될 철을 가공한다. 대륙과 맞붙은 최전방 경계인 ‘압록강 기지’는 다른 구역에서 지원받은 물자로 군인을 양성해 영토를 지킨다. 이처럼 필요한 물자를 교환하며 긴밀히 이루어지던 세 구역의 협력 관계는 전쟁으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각 구역을 떠받치던 규칙과 질서가 모조리 사라지고, 냉혹한 설원 위 각자도생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은 경계 안팎을 오가거나 경계 위에 있다. 구역과 구역을 넘나드는 짐꾼 ‘유안’과 ‘화린’, 한반도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 ‘기주’와 ‘백건’, 국경을 넘는 ‘태하’ 등이다. 동갑내기인 이 다섯 청년은 경계 안에 머물며 각 구역의 질서를 따르기보다, 경계 바깥에서 직접 재해와 재난을 마주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움직인다.
개 썰매를 타고 꼬박 한 달간 남해안과 압록강 사이 설원을 종단하는 짐꾼들은 맨몸으로 눈보라, 폭설, 화이트아웃, 크레바스 등 자연재해를 버텨 내고, 군인들은 어떤 기술적 장비 없이 직접 얼음을 깎아 장벽을 쌓고 신체 훈련으로 전쟁을 대비한다. 그런 이들에게 종말은 전쟁처럼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한평생 피부에 스며 들어와 있는 한기 같다. 각자가 속한 사회가 무너지고 생존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진 순간, 이들은 종말의 예감만큼이나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속 희망을 꺼내 본다. 그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경계를 넘어 버려진 땅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우리를 비추는 미래의 시선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이 품은 희망의 근원에는 원초적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생명력을 통해 소설은 우리가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과도 동등하게 연대할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인간의 질서 너머, 죽음 앞에 평등한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연의 질서다.
짐꾼 ‘유안’은 틈날 때마다 죽은 친구에게서 받은 ‘생명도감’을 들여다본다. 지금은 대부분 멸종된 동식물을 기록한 그 책을 통해 유안은 죽은 듯 묻혀 있지만 죽지 않은 ‘씨앗’ 같은 존재들을 떠올린다. 짐꾼 ‘화린’은 설원 한가운데서 유령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따라 헤매던 설원 한가운데서 낯선 짐승의 하울링을 듣고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을 좇는다. 짐꾼인 ‘유안’과 ‘화린’이 미지의 가능성을 찾아간다면, 군인인 ‘기주’, ‘백건’, ‘태하’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간절함을 따라 나아간다. 그렇게 『저편에서 이리가』는 먼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초적 힘에 발을 딛고 선 먼 미래의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를 환히 비춰 보여 준다. 우리가 지나온 길마다 이미 희망이 있었음을, 그리고 살아 있는 한 그 희망이 여전히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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