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정아
제주 애월에서 태어나 아이들의 마음으로 일상을 관찰하듯 시를 쓰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서정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제주아동문학협회, ‘고사리손’ 동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 : 신민경
제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영상, 연극, 단편영화 제작 등 다양한 예술 현장에서 이야기를 표현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그림 작가로서의 길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동시를 쓰기 시작하며 어린이의 마음속으로 쏙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른의 걸음은 너무 빨랐고, 키는 너무 커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랜 날 걸음을 멈춰 서서 가만히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제주의 돌담 아래, 과수원 한구석, 흙냄새 나는 길목에서 쪼그려 앉아 바람을 기다렸지요. 그렇게 가만히 눈을 맞추다 보니 작고 고요한 비밀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눈을 틔우는 감자의 비밀 안테나를 찾기도 하고, 꽁무니에 줄을 매달고 바람 양탄자를 탄 채 고요히 이사하는 작고 귀여운 거미를 만나기도 했지요. 흙 속 지렁이가 땅 위를 향해 불어 대는 조그만 호루라기 소리도 들었고요.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동안, 제 시선은 자연스레 내 어린 시절과 온 가족이 모여 사는 집안의 풍경으로 이어졌어요. 골목길을 내달리며 깔깔대던 기억 속의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가족들과 도란도란 온기를 나누는 일상이 한데 어우러져 따뜻한 시가 되어 피어났어요.
아이들의 세계는 그저 해맑은 기쁨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요. 눈물을 참느라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서러운 마음을 안고 울기도 하며 조용히 마음의 키를 키워 가더라고요.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따뜻하게 토닥일 때, 마음은 한 뼘 더 깊고 아름답게 자라나겠지요.
제주의 바람과 볕, 다정한 가족들의 품 안에서 모아둔 이 작고 소박한 시들이 어린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이자 다정한 친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그리운 시절의 온기를 전하는 따스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을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거미처럼,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 다정하고 고요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실래요?
책 속에서
지구가 버스를 탔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동네를
구석구석 달려요.
꽃이 활짝 피었는데
꿀벌 손님은 놓치고
정류장도 아닌데
비구름 손님 와르르 태워요.
봄 여어어어어름 갈 겨울 동네를
어질어질 매달려 가요.
--- 「고장 난 버스를 탄 지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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